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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0대 명산 : 적상산
한국의 100대 명산 : 적상산
  • 의사신문
  • 승인 2008.11.0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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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마다 붉은치마 갈아입는 단풍명산



적상산은 전라북도무주군 적상면 중앙에 무주읍 남쪽을 가로막고 우뚝 선 산으로 높이는 1034m이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발달한 덕유산 국립공원의 최북단에 있으며, 치목재-단지봉-두문산 등의 봉우리로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과 연결된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나 19번 국도를 타고 무주에서 남쪽으로 약 5km 쯤 달리다 보면 좌측으로 기암석벽의 절벽이 발달한 산이 보이는데, 특이하게도 바위절벽에 긴 띠와 같은 형태로 수목이 자라고 있다. 이 긴 띠들이 마치 치마를 입은 것 같다 하여 치마바위라고도 부르는데, 가을이면 치마와 같은 띠가 붉은 단풍으로 변해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하여 붉을 적(赤) 치마 상(裳)자를 써서 적상산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그 이름만큼이나 가을 단풍이 곱고 뛰어난 산악미로 한국 100경 중 하나로 꼽히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덕유산의 조망은 매우 시원하다.

해발 1000m를 오르내리는 정상 일대는 매우 평탄하고 흙으로 덮인 육산이라 나무숲이 매우 울창하다. 산 정상이 평탄하고 물이 풍부한 반면 산 아래에서 산허리까지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세가 험준하여 방어상 유리한 조건을 갖춘 천혜의 자연요새이다. 이런 연유로 적상산성(사적 146)이 축성되었는데, 고려시대 거란족이 침입했을 때 인근 백성들은 죽거나 다쳤지만 적상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안전하여 최영 장군이 주청해 산성을 축조하였다고 한다. 최영 장군이 산을 오르다 앞을 가로막은 바위를 긴 칼로 내리쳐 바위를 갈랐다는 장도 바위의 전설도 이 때 생겨난 것이다. 산 정상주변에는 안국사와 조선시대에 승병을 양성하던 호국사 등의 사찰이 있고, 장도바위·장군바위·천일폭포·송대폭포·안렴대 등의 자연명소가 있으며, 정상 분지의 해발 800m 지대에는 산정호수(적상호)가 있는데, 양수발전에 필요한 물을 담아두기 위해 만든 인공호수다. 〈사진〉

적상산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적산산성 안에 설치한 조선왕조실록 보관 창고인 적상산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에 춘추관과 충주 그리고 성주와 전주 등 4개 지역에 사고를 설치해 실록을 보관했으나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이 불타 버렸다. 임란 후 조선조에서는 전주사고의 자료를 베낀 사본 4개를 만들어 춘추관, 적상산, 오대산, 묘향산 등 국토 사방에 각각 분산 배치하였다.

조선조에서 적상산에 사고를 설치한 것은 산 남쪽의 바위 전망대인 안렴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안렴대는 고려와 조선의 지방 관료인 3인의 안렴사가 여기서 난을 피했다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그만큼 외부로부터 안전하다는 장소로, 실제 병자호란 때 적상산성 사고지에 보관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안렴대의 굴속에 숨겨 안전을 담보했다고 한다.

적상산을 오르는 들머리로 서창마을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서창마을을 출발하여 약수터-처마바위-장도바위-서문-능선-향로봉-적상산-안렴대-안국사로 이어지는데 약 2.5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밖에 북창마을에서 매표소를 경유하는 구간과, 삼베로 유명한 치목마을에서 송대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으며, 안렴대에서 능선을 타고 학송대를 거쳐 사천리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적인 산행은 서창마을을 출발해 적상산 서문을 거쳐 향로봉에 올랐다가 정상을 거쳐 안렴대와 안국사를 거쳐 송대를 경유하여 치목마을로 내려서는 경로를 잡는데 휴식시간 포함하여 5시간이면 충분하다.

서창마을을 들머리로 하여 산행을 시작하면 언뜻 보기에 산행로가 없을 것처럼 절벽이 막고 서있다.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송림이 우거져 있어서 솔향내가 물씬 풍기고 이따금 보이는 활엽수의 낙엽과 노랗게 물든 솔잎이 길위에 떨어져 있어 정갈한 느낌을 준다. 올라가는 길은 돌을 곱게 깔아 걷기에 좋고 경사가 급하면 계단을 만들었다. 이후로도 갈 지(之) 형태로 이어지는 등행로는 경사가 조금 있는 산책로 같은 푸근한 느낌을 전해준다.

서동면〈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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