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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갑의 그림경구 다음 단계는?
담배갑의 그림경구 다음 단계는?
  • 의사신문
  • 승인 2008.1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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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순<금연운동협의회 회장>

▲ 김일순 회장
지난달부터 영국이 그림경구를 실시함으로써 그림경구를 사용하는 나라는 23개국이 되었다. 그리고 곧 그림경구를 실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위시하여 36개국에 이른다고 캐나다 암협회에서 발표하였다.

처음 경구는 담배갑 좁은 옆면에 담배가 해롭다는 경구를 기재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나 아무도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정도의 경구로는 흡연자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더 분명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각 나라에서는 담배 갑 전면 또는 전 후면에 흡연의 피해를 더 넓은 면적을 이용하여 경구를 기재하고 또한 경구의 내용도 점점 더 강력하게 하는 정책을 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니코틴 중독에 빠진 흡연자들에게 별로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이 경구 기재에 대한 평가결과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해 낸 것이 200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글로 된 경구 대신 그림경구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림경구는 초기에 글로 된 경구보다는 효과가 좋아 금연자가 많이 생기는 것으로 발표된 바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민감도가 떨어져 효과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대응방법으로 그림경구를 차지하는 담배 갑의 면적을 더 늘리자고 하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가 마련한 담배규제를 위한 국제조약에서도 그림경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강력한 방법이 제안되었다. 지난 주 영국정부는 자문단이 건의한 소위 디자인이 없는, 평범한 담배갑(Plain Packaging, Homogenous Packaging)을 법제화할 용의를 발표한 것이다. 이것은 담배 갑에는 아무 색깔도 쓸 수 없고 담배 갑은 흰색으로만 하되 아무 내용도 기재할 수 없고 단지 담배 브랜드 명만을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글자의 모양이나 크기를 법으로 일정하게 규제한다는 것이다. 이 안은 오래 전부터 금연운동가들 사이에는 여러 번 논의된 것으로 기회만 보고 있는 방법이다.

만일 Plain Packaging 제도가 도입되면 담배회사의 판촉은 물론 판매도 급감하게 될 것이라고 Morgan Stanley의 담배분석가가 말했고 담배회사들의 잡지인 Tobacco Journal International의 최근호의 표지에는 “Plain packaging can kill your business”라고 하면서 경구 또는 그림경구를 도입할 때와는 달리 위기를 느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달에 Rio de Janeiro에서 열릴 예정인 담배회사들의 연례모임에서는 이 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다룰 것이라고 한다.

담배회사들은 그동안 제품의 판매를 제약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광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반대해 왔다. 그러나 담배는 일반 상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미 담배는 담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간악한 상품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미 모든 나라는 물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국제 협약까지 만들면서 담배를 이 세상에서 추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담배는 그 동안 국민들의 건강 관심사였던 파라카이드 그린이나, 광우병이나 아니면 현재의 멜라민의 피해보다는 5만 내지 10만 배나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다. 단지 당장 불법화 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많은 흡연자가 있어 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흡연자의 수가 줄어들 때까지 일시적으로 담배의 판매를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유스럽게 담배를 판매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담배회사들은 모든 노력을 기울여 더 많은 흡연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담배를 팔기 위해 담배 갑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Plain Packaging 제도는 드디어 담배 판매를 급격하게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그림경구를 넘어 Plain Packaging 제도로 직접 넘어 갈 것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일순<금연운동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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