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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슈만 제4번 교향곡 라단조 Op. 120
로베르트 슈만 제4번 교향곡 라단조 Op. 120
  • 의사신문
  • 승인 2008.10.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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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낭만파다운 개성·격정 분출

슈만의 교향곡 중에서 작품탄생에 관한 가장 복잡한 스토리를 가진 곡은 바로 제4번 교향곡이다. 그리고 이 곡은 슈만의 교향곡 중에서 그 음악적 가치가 가장 뛰어나며 오늘날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교향곡에 대한 슈만의 창작욕구가 왕성하던 1841년에 작곡된 제1번에 이어, 바로 그 해 6월에 작곡됐다. 초연은 같은 해 12월 6일 다비드(Ferdinand David)의 지휘로 라이프찌히에서 거행됐다. 그러나 공연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슈만의 다른 교향곡과는 달리 출판업자의 호응을 받지 못해 미발간 상태로 머무르다 10년이 흐른 뒤인 1851년 12월 작품 개작에 착수한다.

4번 교향곡의 두 번째 버전은 1853년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뒤셀도르프에서 연주됐다. 결국 슈만의 마지막 교향곡인 이 곡은 작곡된 순서로 따지자면 두 번째 교향곡이지만, 발표 후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슈만이 개정을 거듭한 끝에 10여 년이 지난 후 출판함으로써 출판 순으로 따지자면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 됐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전적인 교향곡 형식의 틀에서 자유롭게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곡의 각 악장은 각기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쉼표 없이 연이어 연주되며 더 중요한 기법은 전 악장의 구성을 각 주제와 동기의 유사성을 통하여 마치 하나의 그물망처럼 엮어놓은 것이다. 즉, 제2악장의 오보에와 첼로에 의해 연주되는 서정적인 주제는 서주부의 중간부분에서 유래되었으며, 1악장의 주제는 4악장으로 넘어가는 연결부에 다시 나타난다.

이러한 형식은 바그너 음악극의 `니벨룽엔의 반지'에서 나타난 주제나 동기들의 `마술같은 연결성'에 더 접근하는 기법이다. 전체의 악상은 외면적인 통일성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균형감을 꾀함으로써 슈만의 4개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특이한 곡이 되었다. 또한 슈만 특유의 시상(詩想)이 아름답게 넘쳐흐르고, 정열적이고 도취적인 기쁨이 끊임없이 솟아나며, 슈만의 낭만파다운 개성과 격정이 관현악을 통해 뜨겁고도 강렬하게 분출된 그의 가장 대표적인 곡이다.

슈만은 집요하리만치 하나의 일에 몰두하고 열중하는 버릇이 있어 그가 어떤 곡에 매달릴 때는 거의 신들린 사람처럼 빠져들기가 예사였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두 번째 교향곡에 손을 댄 슈만은 평소 성격 그대로 깊이 몰입하여 마침내 피아노 악보를 클라라의 스물 두 번째 생일에 완성하였고, 이를 클라라가 직접 연주하게 된다. 때마침 첫 딸 마리아가 태어난 직후이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행복감에 젖어드는 시기였다. 아마도 슈만과 클라라의 전 생애를 통해 이때처럼 행복한 나날은 없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그들은 인생의 참다운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이 교향곡 4번의 여러 곳에 그 모습들이 잘 나타나있다.

제1악장: Ziemlich langsam - Lebhaft 조용한 정열을 노래하는 멜로디가 중심이 되면서 점차 빠른 템포의 격렬한 감정이 고조되어 기운차게 연주된다. 후반부에는 관현악에서 내뿜는 엄청난 광기의 소리가 심장을 뜨겁게 압박하면서 마지막에 코다로 마무리된다.

제2악장: Romanze, Ziemlich langsam 사무치는 듯한 절절한 그리움의 멜로디를 오보에와 첼로가 솔로 연주하면서 로망스의 백미를 보여준다.

제3악장: Scherzo 스케르초의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출발이 인상적인 악장으로 아주 유니크한 매력을 물씬 풍기는 쾌활하고 감칠 맛이 나는 악장이다.

제4악장: Langsam - Lebhaft 전체적으로 대단히 싱싱한 젊음과 뜨거운 열정이 힘차게 내달리면서 장쾌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교향곡이 지닌 아름다움이 정점에 도달하는 악장이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DG, 1953);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84); 세르쥬 첼리아비다케(지휘), 뮌헨 필(EMI, 1986);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7); 라파엘 쿠벨릭(지휘), 바이에른 심포니(CBS, 1979)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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