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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89>
소망 <89>
  • 의사신문
  • 승인 2008.10.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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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는 대전에 있는 대학에 `결혼관'에 대한 강의를 하러 가기 때문에 4시까지만 진료한다. 결혼전의 청년들에게 데이트와 남녀의 생리적 차이, 부모로부터 정서적 경제적 독립, 결혼초기의 주위할 점들을 중점적으로 강의할 예정이다. `부부의 성'이나 `결혼관'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병원을 하는 필자로서는 병원을 비워야하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소명이라 생각하고 달려간다.

5년 전에 환자도 줄고 수입도 줄어 계속 병원운영을 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노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성'에 대한 상담과 그에 대한 글과 강의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급히 홈페이지를 만들고 `청년의 성'과 `부부의 성'과 `황혼의 성'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간간히 올라오는 상담에 답을 해주었다. 독수리타법으로 하던 타자속도는 지금은 제법 빨라졌다.

`성'은 비뇨기과의사로서 어느 정도 기초가 되어있어 계속 공부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글쓰기는 고등학교 다닐 때 교지에 기행문을 한번 썼고 의과대학시절 교지에 수필을 한편 쓴 것이 고작이었다. 습작은 물론 글쓰기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강의도 그렇다. 다양한 사람 앞에서 아는 지식을 감동 있게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는 요즘이다.

그러나 5년 전 소망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하나 둘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성의 대한 상담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또는 직접 방문하는 환자를 상대로 상담하고 있고 강의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감동이 있고 듣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강의가 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지만 점점 초청하는 곳도 늘고 있어 자주 하다보면 나아지리라 생각된다. 글쓰기도 그렇다. 필자의 홈페이지에 `성'에 대한 글을 쓰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는 지상에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않았다. 이것도 우연한 기회에 `의사신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햇수로 3년이 되었고 만 2년이 지나 간다. 한두 편 쓰고 그만두는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 쓰는 것이 직업이 아닌 필자로서 자투리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오늘도 빨리 글을 보내달라는 편집자의 독촉을 받고 새벽에 일어나 책상앞에 앉아있다. 진료실 주변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가 쉽지 않고 소질이 없는 필자로서는 힘든 일이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편지와 전화와 문자와 메일 등으로 격려를 해주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5년 전에 마음에 품고 시작한 것들-상담, 강의, 글쓰기- 이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을 볼 때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우연이 아니라 소망을 가지고 그것을 위하여 애쓰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일어나는 필연이라 생각된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노신의 `고향'중에서) 그렇다. 희망은 처음부터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희망은 생겨난다.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희망을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체가 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가 된다.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자신에게나 자녀들에게나 꿈과 소망을 심어주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애쓰며 시작하는 것이 꿈을 이루는 비결이다.

요즘 경제가 힘들다. 하늘은 가을로 가득차 있는데 사람들의 표정은 이미 겨울이다. 이러한 때에 그냥 힘들어 하고 인생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서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한 구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열매가 맺길 소망해야할 것이다.

이주성<인천 이주성비뇨기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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