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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한 응대로 '좋은 환자'라는 새 역할 모델 부여
정중한 응대로 '좋은 환자'라는 새 역할 모델 부여
  • 의사신문
  • 승인 2008.10.1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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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의사가 환자 진료도 잘한다 Q&A(18)

비상식적이고 알미운 환자 대처법?

Q〉 환자 중 자신은 상담만 받았으니 진료비는 못 내겠다고 우기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진단서 대신 소견서에 진단명을 붙여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A〉 얄미운 환자일수록,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환자일수록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러한 환자들의 대다수는 의사나 간호사가 좋게 설명해줘도 화를 내거나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이상한 환자 취급을 한다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오히려 주객이 전도돼 환자는 의사나 간호사의 말꼬리를 잡아 시비를 걸며 다른 것을 원인으로 치료비를 못 내겠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환자일수록 오히려 더욱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하면서 단호한 표정과 말투, 논리적인 설명으로 환자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지나친 언행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높여주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의사나 간호사에게 환자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설득 커뮤니케이션 기법 중에 `소셜 레이블링 테크닉'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히 활용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평가 받은 데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더욱 약속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친절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화를 낼 일도 한 번 더 참게 된다는 것입니다.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환자들에게 역시 `소셜 레이블링 테크닉'을 이용해 “환자분같이 논리적인 분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라며 환자를 높여주고 환자에게 새로운 역할모델을 부여하여 환자 스스로 마음을 바꾸게 만드는 것인데 의외로 매우 효과적입니다.
 



권위적인 환자에겐 '병원의 원칙' 강조

위생·간호사의 업무까지 의사에게 요구할 때


Q〉 저희 병원에서 치아 스케일링은 치위생사가 맡고 있는데, 환자들 중에는 의사(원장)한테 직접 받길 요구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왜 의사가 직접 해주지 않느냐고 화를 낼 때는 솔직히 좀 당황스럽습니다. 이렇게 의사가 하고 있지 않는 업무를 환자가 요구하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설명하는 게 좋은지 알고 싶습니다.

A〉 병원도 하나의 조직이며, 의사 역시 조직의 구성원인 만큼 병원에서 이미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야 한다고 개인이 아닌 조직의 조직원으로서 설명하시길 바랍니다.

권위적인 환자나 평소 특별한 대접을 자주 받았던 환자일수록 장소 불문하고 최고의 대접, 특별한 대접을 받길 원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해주지 않는 시술이라면 설령 환자가 화를 내거나 클레임을 걸더라도 그 법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환자가 화를 낸다고 혹은 괜히 일이 커질까봐 한 명 두 명 의사의 업무가 아닌 것을 해주다 보면, 결국 치료의 형평성에 논란이 생겨 나중에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에게 마음은 해주고 싶지만, 우리 병원에서 진료의 효율성을 위해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규칙인 만큼 혼자 결정해서 해 줄 수 없다고 불가피함을 전달하길 바랍니다. 즉 환자의 난처한 부탁이나 무리한 요구에 대한 거절은, 의사 개인의 권한이 아닌 조직 전체의 권한으로 위임하거나 모든 환자에게 공평해야 하는 의사의 공적 위치를 강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Q〉 종합병원 내분비내과 의사입니다. 외래 환자들의 혈압 측정은 주로 밖에서 간호사가 합니다만 의사(과장)가 직접 해주길 바라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환자의 이해를 구하면서 기분 상하지 않게 양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A〉 환자들의 효과적인 진료를 위해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조직 규칙임을 강조하길 바랍니다. 또 그것은 단순히 조직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환자의 진료와 만족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어떤 환자는 직접 혈압을 측정해 주고 어떤 환자는 혈압을 측정해 주지 않는다면 치료의 형평성 문제로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대다수 환자들은 `의사가 바빠서 그 어떤 환자도 혈압을 측정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을지라도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로 수긍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통상적으로 우리 병원에서 혈압을 의사가 직접 측정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환자가 진료를 오더라도 필히 규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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