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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수필>참을걸
<송년수필>참을걸
  • 승인 2004.1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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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을     걸

박양실(중구 박산부인과)

누구나 사람은 임종을 맞게 된다.

보통 사람이면, 제대로 바르게 산 사람이라도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1. 참을 걸
2, 양보할 걸
3. 베풀 걸
4. 용서할 걸
5. 배울 걸
6. 고집부리지 말걸
7. 즐길 걸
하는 공통된 후회랄까 반성이랄까 하는 마음을 갖고 떠난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어느 누구도 그 중의 하나라도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자신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생은 몰라도 지난 한해만이라도 후회 없는 세월을 보냈을까.

어느 하나도 만족할 것이 없다.

내가 참아야할 일을 다 참았을까. 아니다.
조금만 참을 걸 하고 후회한 적이 많다. 왜 그 순간을 참지 못했을까.
한번 입 밖에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아침에 눈만 뜨면 방송 언론을 통해서 참기 어려운 문제들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국회에서의 멱살을 잡는 선량들의 모습은 가장 참기 힘든 장면이다.
옆에 누가 있으면 소리 내서 흥분하고 아무도 없으면 혼자서 씨근댄다.

국가의 대사인 부정 수능시험의 작태를 보면서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어쩌랴, 참는 법을 익히려고 훈련하는 중이다.

눈앞에 닥친 조그만 욕심 때문에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고 나면 내 마음이 불편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수가 많다.
왜 조금도 양보하고 베푸는 너그러운 마음이 없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많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내 주위에서 나를 섭섭하게 했을 때 허허 웃으면서 용서할 수 없을까.

사람은 여든까지 배운다고 한다. 아니다 삶을 다 하는 순간까지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배우면서 살게 된다.
심지어 아이들에게서까지 배울 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드려야 하는데 속으로는 배웠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우리 주위에는 나보다 잘 나고 잘사는 이웃이 얼마든지 있듯이 나보다 못 살고 못 배우고 못 사는 이웃이 너무도 많다.
말은 쉽게 불우 이웃돕기를 말하면서 과연 나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마음을 썼는가?

노인이 되면 고집이 세 지고 아집만 늘어서 남의 말은 안 믿고 자기 고집만 세운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두 사람만 되면 자기 고집을 꺾고 우기지를 말아야 한다.

내 생각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얼마 후에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는다.
나도 이제 충분히 은퇴할 만큼 노년에 들어섰는데 과연 만족할 만큼 인생을 즐겼는가?
남들이 노는 동안에 나는 나의 환자들을 돌보아야했다.

놀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일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내 일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고 보람을 느끼지만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아직도 나의 인생을 즐길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나라마다 민족성이라는 것이 있고 교육 방법이 다르다.

영국 사람들은 매사에 참으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일본 사람은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은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미국 사람들은 줄 서기를 비롯한 질서 지키기를 가르친다.
인도 사람들은 영국에 가서 참는 것을 배워오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가.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 몇 점을 받았는지를 묻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보았는지를 묻는다. 친구와의 경쟁부터 가르친다.

아마 적어도 중년이후에 들어선 사람들은 이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면서 후회할 것은 내년부터 하지 말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서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올해를 보내면서 진지하게 반성해서 남은 여생이 후회 없는 인생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참는 법부터 배우고 연습하자.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고 용서하자.
고집 부리지 말고 타협하고 승복하자.
분수에 맞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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