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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축복을 너무 일찍 받을려는 조산(早産)
생의 축복을 너무 일찍 받을려는 조산(早産)
  • 의사신문
  • 승인 2008.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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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 남소자 원장
생명의 탄생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선이며 신의 축복이다.

“인생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요, 불행히도(?) 태어났다면 가능한 한 빨리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제2의 행복”이라며 젊은이들을 실의와 절망에 빠뜨린 19세기의 세기말적 염세주의자들의 궤변도 유행했지만 역시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축복 받은 시간이다.

10개월 동안 어머니 뱃속에서 햇빛 찬란한 세상을 살아갈 능력을 키우고 세상에 나오는 생명의 환희 인생 최초 최대의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이 생명 탄생의 절차를 기다리지 못하고 너무 빨리 나오는 시간 단축 생명이 자신과 어머니의 생명을 오히려 위협하고 태어나서도 생명의 끈을 놓치기 쉬운 비극을 연출하는 경우가 있다.

소위 조산(早産)이다. 생명 탄생을 도와주는 조산(助産)과 발음이 같은 이 성급한 출산은 보통 22∼36주 사이에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채 익지 않은 과일이 떨어지듯 발생하는 조산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나 생명의 불꽃이 바람 앞의 등불같이 된다.

어렵게 임신, 만기가 되기 전에 빛을 보는 이 이상출산은 생명을 지킬 능력 없는 아기의 생명이 위태로움은 물론이요, 부모에게도 상당한 경제적 압박과 사회적 비용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과거에는 예상보다 일찍 나온 핏덩이를 구할 방법이 없어 안방 아랫목에 뉘어놓고 출생과 관계가 있다는 조왕님에게 빌 수 밖에 없었다. 의학의 발달로 현대는 500∼600g 되는 초미니 생명도 살려내는 장족의 발전을 보이고 있지만 그 사회적 비용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상상외로 커 그렇게 기다리던 축복 받을 생명이 애물단지로 변하기도 한다.

조산은 아기의 잘못이 아니다. 모체가 아기를 키울 건강이 되지 않아 자기방어 본능으로 아기를 일찍 떠밀어낸다고 보면 된다. 가장 큰 원인이 모체의 임신중독증, 알콜이나 마약중독처럼 임신을 해도 중독이 된다는 말에 어폐가 있어 요즘에는 임신성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임신을 하면 두 생명의 신진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체는 상당한 부담을 갖는다. 특히 혈액순환과 이에 따른 압력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한 산전 진찰이 요구된다.

산전 진찰이라고 병원에 불러서는 혈압과 몸무게나 재고 보험이 안 되는 초음파를 보고 금방 “괜찮네요”라는 소리를 들으면 꼭 환자에게 돈이나 우려내려는 절차인 것 같이 생각한다. 그러나 산모에게는 무척 번거롭다고 생각되는 이 절차가 두 생명의 위험을 미리 알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유비무환의 진찰이 된다.

우선 손이나 얼굴이 잘 붓고 두통이나 복통이 간혹 생기면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임신하면 다 그렇더라, 그러다 애를 잘만 낳더라”는 식으로 예사롭게 생각하다간 진짜 큰 코 다칠 일이 생긴다. “젊은 여자가 중풍(?)”, “애 낳다가 모체 속병이 생겨?” “잘못하면 죽어? 의사가 다 고쳐주겠지...”라며 미련을 떨다 건너지 못 할 강을 건너는 수가 있다. 여기다 어느 날부터 눈이 침침해지면 상당히 어려운 순간에 도달했다는 증거가 된다. 머리가 아프고 구역이 생기며 잘 나오던 소변이 누기 어려우면 지체 없이 병원에 가야 할 중태다. 그러다가 달이 안 차 생각도 안 한 아기가 나와버리는 것이다. 이 조산은 임산부 10명중 1명꼴로 증가하고 있다는 대학병원의 통계도 있다.

결혼풍속도의 변화로 늦게 결혼하고 경제적 기반을 잡은 후 아기를 낳는다는 출산의식이 대부분이어서 30대말 초산도 흔하게 됐다. 고령출산이 임신중독이나 이에 따른 조산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전 보다 조산이 2배나 늘었다는 통계를 무시할 수 없다.

조산아의 대부분이 엄마의 뱃속이 아닌 가짜 뱃속인 인큐베이터의 신세를 져야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이 이어지고 생명이 이어져도 뇌성마비, 폐질환, 장폐색 등의 유병률이 높으므로 이 조산같이 유비무환의 절차도 없다.

임신말기의 출혈(조산, 전치태반의 가능성), 두통과 부종(임신중독증상), 열이 나고 한기가 들든지 눈이 침침해지면 즉시 병원에 가서 두 생명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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