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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 6번 '전원' F장조 Op 68
베토벤 교향곡 제 6번 '전원' F장조 Op 68
  • 의사신문
  • 승인 2008.08.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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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끊없는 사랑·감사의 산물


예술가는 누구나 자연을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만큼 자연을 사랑했고, 진심으로 그 아름다움에 잠기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찬양한 작곡가도 드물다. 그는 창작의 영감을 찾아서 항상 숲이나 들판, 그리고 계곡을 낀 오솔길을 산책하였다. 특히 그가 청각을 잃고 난 후 대자연은 베토벤에게 슬픔과 좌절감을 어루만져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고 이러한 자연과의 교분은 그가 귀머거리로서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친구와 같았다. 전원 교향곡은 이와 같은 그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감사, 마음의 산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은 1802년 가을, 절망에 신음하면서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썼다. 그 후 6년 뒤인 1808년 여름에 이 곡을 완성하였다. 6번 교향곡 `전원'은 5번 교향곡 `운명'과 거의 같은 시기에 작곡되었으나 이 두 교향곡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극히 상반적이다. 교향곡 `운명'이 인간 그 자체를 표현하고 남성적이라면 교향곡 `전원'은 자연을 표현하였으며 좀 더 여성적이다. `운명'이 지극히 집중적이고 응집된 곡이라면, `전원'은 풍요롭고 넘쳐흐르는 느낌의 곡이다.

이 곡은 표제적인 성격이 강한데 베토벤은 이 곡의 제 1바이올린 악보 뒷장에 `전원의 심포니, 시골의 생활과 추억'이라고 썼고, 다시 괄호 속에 `음으로 그리는 그림으로서보다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명기하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 교향곡에 `전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각 악장에도 그 내용을 나타내는 소제목이 달려있다.

전 5악장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 당시 고전주의 교향곡에서 악장이 5개라는 것도 파격적이지만 3개 악장을 하나로 묶어 연주하는 것도 대단한 기법이었다. 이와 같이 베토벤은 고전파에서 낭만파로의 다리 역할을 하는 선구자적인 작곡가이었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시골에 도착하였을 때의 상쾌한 기분' 넓고 푸른 전원에 도착하였을 때 상쾌한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첫 선율부터 전원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화창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서주 없이 바로 제 1바이올린에 의해 주제가 전개되는데 극도로 절제된 현악기의 여린 선율로 오스트리아 남부 민요의 변주를 노래한다.

제2악장 Andante molto mosso `시냇가의 정경' 제 2바이올린과 비올라 반주에 맞춰 제 1바이올린이 한가로우면서 맑은 주제를 연주하고 리듬이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새소리를 묘사하듯 트릴을 연주한다. 그에 이어서 나이팅게일(플루트), 메추리(오보에), 뻐꾸기(클라리넷) 등 새소리가 들려오면서 조용히 마무리된다.

제3악장 Allegro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 현악기들로 시작하면서 오보에가 새로운 가락을 쾌활하게 연주하면 바순이 낮은 음을 연주하여 색다른 맛을 내고 이어 클라리넷과 호른이 이어 받는다. 점점 더 분위기는 흥겨워지면서 그대로 4악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제4악장 Allegro `뇌성과 폭풍우' 먼저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폭풍을 경고하고 고음의 피콜로와 트롬본, 팀파니가 더해져 천둥과 폭풍을 절묘하게 묘사한다. 마지막에는 먹구름이 사라지고 하늘은 맑게 갠다. 플루트가 무지개를 연상케 한다.

제5악장 Allegretto `목가-푹풍우 뒤의 기쁨과 감사' 멀리서 양치는 목동의 소리가 들려온다. 폭풍우가 끝난 뒤 너무나도 조용하고 감미로운 감사의 노래가 제1바이올린에 의해 나타나고 이어서 관현악이 어우러진 뒤 호른이 서주부분을 회상한다. 대자연과 사람과의 조화된 감정을 생각하게 하는 호른의 장엄하면서도 숭고한 음으로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 칼 뵘(지휘), 빈 필 오케스트라(DG, 1971); 부르노 발터(지휘), 콜럼비아 오케스트라(CBS, 1958); 에리히 클라이버(지휘), 퀄른방송교향악단(Decca, 1955); 아르트르 토스카니니, NBC 심포니오케스트라(RCA, 1944); 오이겐 요훔(지휘), 암스테르담 헤보우오케스트라(Philips, 196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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