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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89주년>진단-저수가체계
<창립 89주년>진단-저수가체계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4.1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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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급여비 느는데 동네의원만 급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04년 3/4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강보험 총요양급여비용이 28.5%, 약국의 기관당 요양급여비용(약품비+조제료등행위료)은 18.3% 증가하는 동안 '동네의원'의 기관당 진료비는 오히려 1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진료비의 급락으로 인해 의원의 휴·폐업률은 전체의원의 1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의원의 평균부채는 약 1억원에 육박하는 등 동네의원의 붕괴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진료비 급락의 여러 가지 이유에는  진찰료·처방료 통합  차등수가제  야간가산율 시간 축소 등 재정안정화 대책에 따른 효과와 진료비 심사기준·급여기준 합리화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저수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 이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의료수가 인상률을 비교했을 때 소비자물가는 13.3% 증가한 반면, 의료수가는 2.6% 증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소비자 물가는 연간 3.5%씩 증가한 반면, 의료수가는 연간 0.7%씩 인상되어 소비자 물가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00년 8월 정부가 의료수가가 원가의 80% 수준이라고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물가상승률과 수가조정률을 반영해 누적된 조정률을 추계하면 현행 의료수가는 원가의 72.5%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실 의원이 이처럼 보험수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비보험수입이 많은 소수의 진료과목을 제외하고는 의원의 수입 대부분이 건강보험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 병원이 매점, 장례식, 식당 운영을 통해, 한의사는 한약을, 약사는 일반의약품 판매로, 치과의사는 인프란트, 보철, 교정 등으로 건강보험수입 이외에 수입창출이 가능하지만 의원은 특수과를 제외하고는 비보험분야로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전체수입의 5∼6%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 암묵적으로 인정됐던 약가 마진 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건강보험수입이 의원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오히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산지수를 결정하는데 있어 의료기관의 수입구조 중 비급여 부분을 높게 책정하고 있어 '의원'의 불이익은 그만큼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급여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비급여 부문에서 이익을 보존하도록 오히려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어 의료체계를 붕괴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재정안정화 급급 의료왜곡 기현상 야기

의료행위 원가계산 근거 수가결정 절실

사실 최근 들어 개원가에는 피부관리, 비만치료, 대체의료, 미용성형, 건강기능식품 판매 등의 분야가 때아닌 붐을 이루고 있어 저수가로 인한 진료왜곡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비보험 영역확대가 각 진료과의 영역싸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하다.

이와 관련해 의료관련 전문가들은 외국사례의 경우 의료기술이 발달되고 전문화가 될수록 한 진료분야에 대한 전문클리닉 수의 증가현상이 뚜렷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타 국가보다도 전공의 수는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표방하는 진료영역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 저수가로 인한 진료왜곡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대해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환자지수 결정은 급여부문의 수익이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원의 경우 현재의 환산지수 수준에서는 언제나 손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전 국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공단의 수가결정에 있어 의원의 자기자본 비용이 제외된 부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실질적으로 영리단체로 분류되어 법인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자본에 대한 자본비용을 비용으로서 보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결국 수가결정이 의료행위 원가와 투자비용을 기초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의료기관의 경영수지분석으로만 의존해 결정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 예로 모 중소병원에서 몇 년간 봉직의로 근무하며 최근 인천에 개업한 C원장은 개원을 위해 인테리어, 의료기기 구입, 임대료, 인건비 등으로 은행에서 3억 여원의 돈을 대출을 받았지만 현재 휴일도 없이 진료에 매달려 보지만 하루 환자 30명도 보기 힘들어 대출이자 갚기에도 힘든 상황이다.
C원장은 만약 지금의 개원 자금을 가지고 다른 장사를 시작했어도 이보다는 훨씬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소연한다. 

또 한 개원의는 ""최근 경영 악화로 야간진료시간 연장과 휴일 근무, 의원 운영비를 최대한 축소하며 겨우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지만 현 수가는 이러한 노력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수가의 결정이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핵심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의료기관의 경영수지분석을 기초로 해 의료수가를 결정하게 되면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지속적으로 존속하기 어렵다며 의료수가는 철저하게 의료행위에 대한 원가계산을 근거로 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쨌든 이러한 저수가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수가협상에서 공단은 의원과 약국의 수가불균형이 8.52%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 직능단체별간에 수가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부가 의원의 어려움을 인정한 만큼 내년 수가협상에서는 의원의 수가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단체의 철저하고 준비가 필요하다.

 정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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