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신약 개발 막는 가격 통제 없애야
신약 개발 막는 가격 통제 없애야
  • 의사신문
  • 승인 2008.07.21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수<한국제약협회 회장>

▲ 김정수 회장
세계 2위 제약 선진국 일본은 우리가 교훈으로 삼을 만한 보험의약품 가격통제 경험을 갖고 있다.

1992년 일본 정부는 보험약값 억제정책의 일환으로 약가재조정제도를 실시해 약제비 규모를 10년간 7조엔 이내로 동결했다.

그 여파로 일본 제약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94년 21%에서 2005년 11.3%로 크게 위축됐다. 같은 기간 미국 제약산업이 자유가격제를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32%에서 41.5%로 늘린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현재 환자의 치료기간을 줄이고 보험재정에도 도움이 되는 신약 개발을 위해 뒤늦게 제약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형국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산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가 마련한 포지티브 정책은 국회 논의도 없이 2006년 12월 29일 전격 시행됐다.

좋은 약을 싸게 공급하겠다는 구호가 그럴듯 했지만 선별등재제도는 약제비 절감 효과는 커녕 역효과만 내고 있다.

현행 정책은 다음 세 가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첫째,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과 개량신약들이 건강보험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비급여 시장에서 헤매고 있다. 보험등재를 신청한 신약 중 비급여 판정을 받은 의약품이 벌써 10건을 넘었다. 제약사들이 정책의 일관성을 믿고 5∼10년 전부터 투자해온 신약과 개량신약 및 라이선싱 프로젝트 대부분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똑같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스웨덴은 4년의 준비기간을 가졌다. 독일은 2년을 준비하고도 의회의 반대로 제도 도입이 무산됐다. 이런 제도를 7개월 만에 도입했다는 것은 정부가 시장의 충격은 감안하지 않고 정책 관철에만 급급했음을 보여준다.

둘째, 의약품 경제성 평가와 약가협상제도가 국민의 새로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현저히 봉쇄하고 있다. 해마다 50∼60개씩 건강보험에 등재됐던 신약 수가 지난해부터 5개 이하로 떨어졌다. 그만큼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과 건강보험 보장성은 떨어졌고 비급여 의약품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경제성 평가와 약가협상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현격히 낮춰 제약산업의 꽃인 신약 개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신약을 개발한다 해도 적정한 값을 받고 진입할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데 어떤 기업이 목숨을 걸고 신약 개발에 나서겠는가. 셋째,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대폭적인 약가 인하로 기업의 생존과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국내 제약산업의 3년 평균 순이익률은 7.2% 수준이다. 그런데 특정 의약품 가격을 한꺼번에 20∼30%씩 강제 인하하는 것은 가혹하다.

일본은 등재가 오래된 약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한다.

등재기간이 비교적 짧은 신약이 특허 만료되는 경우 경상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인 4∼6% 선으로 인하폭을 한정해 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 예정인 약가 인하정책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1000원에 등재된 신약 가격이 수년 후 300원으로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는 실정이다. 제도 시행 초기 단계지만 벌써 몇몇 제약사는 사지로 내몰려 있다. 이는 건강보험 참여자 모두가 분담해야 할 고통을 일방에 전가하는 너무나 불공평한 처사다.

약제비 절감 정책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제약산업이 붕괴의 길을 걷는다면 이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모색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정수<한국제약협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