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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치명적인 예방백신
두 얼굴의 치명적인 예방백신
  • 의사신문
  • 승인 2008.07.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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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 남소자 원장
인간이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인간은 신이 내린 생로병사의 룰을 깨뜨려 지구는 일찌감치 포화상태가 되어 생존 불가능한 별이 되었을 것이다.

그동안 생명자체의 형평과 질서가 깨져 생명의 최소단위인 세포의 반란으로 일컬어진 암은 일단 발병하면 속수무책으로 5년 생존율과 사투를 벌여왔으나 치명적인 일부 암 즉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주원인으로 알려진 위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원흉인 자궁경부암이 정복단계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특히 HPV는 예방백신이 나와 최소한 `섹스와 관련된 원인'으로 발생되는 자궁경부암은 이 백신으로 자유롭게 되었다.

인유두종(Human papilloma Virus)으로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섹스로 감염된다. 암이 발생되는 원인은 수십 가지의 복합인자의 리더인 HPV가 감염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다른 요인들은 힘을 쓰지 못해 발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성생활을 하는 여성 10명중 8명이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한 성병이지만 특별한 경우 예를 들면 곤지름(Condiloma Accuminata)이라 불리는 생식기사마귀가 나타나지 않으면 증상이 없다. 곤지름이 발생하면 참으로 치사스럽다. 생식기 주변이나 항문에 사마귀 같은 군살이 생겨 흉하고 아프다.

HPV에 종속되어 발생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는 단순 비뇨생식기성병으로 수술로 떼 내고 항생제만 먹는 소극적 치료법을 썼으나 지금은 이 예방주사로 걸리지도 않는 병이 되었다. 항생제는 바이러스에는 잘 듣지 않으나 다행히도 바이러스는 제 수명이 있어 얼마 안 있다 저절로 사멸한다.

HPV도 마찬가지로 1∼2년 힘 못쓰고 잠복해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기회가 있으면 다시 바이러스의 핵(DNA)이 재생 또는 변형되기도 한다.

섹스관련 전염병걱정이 아니더라도 이 백신이 먼 안목으로 볼 때 자궁경부암예방을 위해 우리 몸에 항체를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납득한다. 그래서 여성건강백신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어떤 약이나 건강법이 본래목적에서 이탈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즉 자궁경부암예방백신을 맞았으니 최소한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항체는 있으니까 섹스도 걱정 없을 것이란 생각에 문란한 성생활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거기다 가외소득으로 그 지저분한 곤지름까지 안 걸린다니 안심하고 섹스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 HPV예방백신은 분명 의학적인 큰 성과다. 단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고 접촉성 성병에 다 통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흉만 없애는 것이므로 암을 일으키는 다른 요인들 예를 들면 잦은 중절수술, 불결한 성생활은 피해야 한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 이 백신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성 접촉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여성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경(접종은 초경과 관계없이 9세부터 가능)을 갓 지난 소녀들이 맞아야 하는데 섹스와 관련 있다는 일반통념으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 법정전염병과 마찬가지로 이 백신이 섹스와 관련 있다는 인식이 들기 전 즉 성이 무엇인지 채 모르는 소녀들이 맞아두는 것이 편하다.

두 번째는 국가의 관심어린 정책이 있어야 한다. 법정 전염병은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해 준다. 이 백신도 먼 훗날 자궁경부암 제로상태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싸게 맞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건강보험혜택이라도 주어 매년 4천여 명의 환자발생, 그 4분의1, 25%인 1000여명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여성들을 국가의 이름으로 구해보자.

지금 모델 변정수 씨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대중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레드애플(붉은사과) 캠페인'이 성공하여 딸들에게 전부 맞혀주면 신은 여성의 자궁경부에 암을 일으키는 심술을 부리지 못할 것이다. 

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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