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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칼럼]김화숙 의협 정책이사/서초 김화내과 원장
[여의사칼럼]김화숙 의협 정책이사/서초 김화내과 원장
  • 의사신문
  • 승인 2008.05.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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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생긴 일>언제부터인가 핸드백이 의자 뒤에 잘 놓여있나 점검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이유인즉 2년 전 바르셀로나 세계심장학회에 남편을 따라 갔던 일이 계기가 됐는데 그 때 미국에 있는 출산한 딸도 불 겸 오랜만에 여행을 하게 되었다.

바르셀로나 하면 올림픽을 떠올리게 되고 몬주익 언덕을 고비로 세계를 제패하던 황영주 선수가 생생하게 기억된다.

가우디의 작품인 ‘사그라다 파밀리아교회’는 지금까지 100년이 걸렸지만, 가우디의 사후에도 공사가 진행돼 향후 100~200년이 더 걸린다고 한다.

뼈 모양을 한 창문과 그 내부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작품을 소유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우디의 ‘까사바뜨요’ 건물, ‘까사밀라’ 라는 저택은 자신의 실제 이미지를 석고로 만들어 그대로 조각을 하게 한 불후의 작품이다.

모두가 스페인의 볼거리를 세계에 영원히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즐겁게 스페인의 가우디를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 학구적인 열정이 아직도 남아있어 ‘우리 개원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제는 없나’하고 등록비를 아끼는 차원에서 외근(?) 중인 교수님의 명찰을 걸고 학회장으로 입장을 하게 되었다.

잠시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까페테리아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얼마가 지나서 다시 강의실로 들어가려고 등 뒤에 있는 핸드백을 잡으려는 순간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다.

깜짝놀라 여기저기 의자 밑을 다 살펴도 핸드백은 온데간데 없고 주위에는 온통 다국적 인종들만 버글거리는 것이었다. 아무도 시선을 집중하지 않고 냉소까지 하였다.

그때 웨이터가 입구 문 옆에 핸드백을 발견하고 이것이 맞느냐고 왔을 때 너무나 반가워서 Thank you, Thank you 하면서 받아들고 내용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일단 안심하고서.

그러나 지갑을 펴 보는 순간 유로화, 달러(1불짜리 팁용), 한국 돈이 몽땅 없어졌다. 그러나 카드는 그대로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선글라스 통을 열어보니 빈통이었다.

실망. 악세사리 지갑도 통째 없어졌다. 카메라도 없어졌다.

백에 들어있는 목록이 하나둘 생각나서 챙겨보니 이 모든 것을 한국에서 흔히 쓰는 장바구니를 펴서 그 속에 넣고 사라진 것이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여권을 호텔에 두고 온 것과 딸에게 준다고 가져온 비교적 거금의 달러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약이 올라 학회에서 이렇게 도난사고가 일어나다니 하고 경찰이 있는 사무실에 가서 신고한다고 여러 선생님들과 같이 가자고 하는 순간 남편 왈, “당신도 가짜 명패 달고 학회에 와놓고선, 신고하면 당신도 걸리게 되니까 참는 것이 어때?” 와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세계학회가 열리면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국제적인 ‘쓰리꾼’이 이곳으로 원정을 와서 화장실에 가면 도난당한 학회백이 수북이 쌓여있단다.

바르셀로나하면 가우디의 예술품도 생각나지만 ‘쓰리꾼’도 잊을 수가 없다. (서초 김화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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