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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 의사신문
  • 승인 2008.04.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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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주곡의 세계, 그 찬란하고 오묘한 조화


클래식 음악에는 여러 장르의 음악 패턴이 있다. 우선 성악과 기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기악부분에서는 독주, 이중주, 삼중주와 같은 실내악을 비롯해 여러 악기를 집대성하여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과 같은 교향곡,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협주곡이 있다. 이중에서도 화려하면서도 찬란한 빛을 발하는 백미는 단연 협주곡이라 할 수 있다. 이번 8회부터는 협주곡의 세계를 산책해 보기로 하자.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교향곡에서처럼 분명히 베토벤을 의식하고 쓰이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결코 과작가라고 할 수 없지만 주요 장르에서는 너무 신중한 창작 태도를 보였던 브람스는 바이올린 협주곡도 40대 후반에서야 손을 댄다.

이 곡은 거대한 스케일, 중후한 음악적 내용으로 진중하면서도 낭만적인 깊이를 보여주고 있어 오늘날 베토벤 협주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브람스도 요아힘에게 보낸 그의 자조적인 편지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어렵고, 불편하고, 불가능하다.' 라고 말할 정도로 이 곡은 비르투오조적인 바이올린 기교와 교향곡에 맞먹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편성 및 낭만주의 특유의 화려한 선율이 다른 어떤 곡보다 잘 드러나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역사상 최고의 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D장조의 조성으로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정서, 교향악적 중후감 등이 비슷하여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곧잘 비교되지만 전체적으로 브람스의 개성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 중 하나이다. 협주곡의 시작은 오케스트라가 먼저 주제를 제시한 후 독주악기가 나중에 등장하는 전통적인 2중 제시부에 의한 틀을 고집하고 있어 보수적이라 할 수 있지만 협주곡을 독주자의 소유물처럼 놔두지 않고 오케스트라와 독주 간의 경쟁과 조화를 이루려는 그의 음악철학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할 수 있다.

초연은 최고의 평가로 `시원하다(cool)', 최악의 평가로 `거칠다(savage)' 라는 평이었으나 그 당시의 브람스 곡을 많이 연주한 빈의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헬메스베르거가 `바이올린을 위한 것이 아닌, 그것에 대항하는 협주곡(Concerto not for violin, but against the violin)'이라는 혹평을 했다. 한편 사라사테는 브람스의 현악 4중주곡은 좋아했지만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는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곡은 현재 대부분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필수 레퍼토리가 되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브로니슬라프 후버만은 “바이올린에 대항하는 협주곡 - 그리고 그 승자는 바이올린!” 이라고 이 곡을 평했다.

■들을만한 음반: 자네드 늬뵈(Vn), 이자이 도브로벤(지휘), 필하모니아(1946); 레오니드 코간(Vn), 키릴 콘드라신(지휘), 필하모니아(1959); 다비드 오이스트라흐(Vn), 조지셀(지휘), 클리블랜드(1968); 지노 프란체스카티(Vn), 브로노 발터(지휘), 콜롬비아(1961); 헨릭 쉐링(Vn), 버나드 하이팅크(지휘), 암스텔담콘서트헤보우(197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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