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1:13 (일)
제약업계와 건강보험, 함께 발전할려면
제약업계와 건강보험, 함께 발전할려면
  • 의사신문
  • 승인 2008.04.04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경태<한국제약협회 부회장>

▲ 문경태 부회장
새 정부의 실용정신이 제약산업 정책에 올바로 반영되려면 먼저 건강보험의약품 가격제도에 대한 인식의 틀부터 바꾸어야 한다. 현행 건강보험약가제도는 제약기업의 사적이익과 보험재정이라는 공적이익이 대립 관계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약값을 깎을수록 그만큼 보험재정이 절약되고 국민부담이 낮아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수 없는 약가인하를 단행했고 그때마다 보험재정을 절감했다고 홍보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재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제약기업과 보험재정 간의 관계설정이 잘못됐다. 공급자인 제약기업과 수요 독점자인 건강보험은 짧게 보면 상충적 관계지만 길게 보면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다. 제약기업이 성장해야 건강보험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제약산업이 발전해야 더 좋은 치료약이 계속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상생 발전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제약산업이 붕괴되면 생명을 담보로 한 정부와 다국적제약기업간의 약값 줄다리기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내 제약산업과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공히 없는 동남아 국가의 경우 국민들이 고액의 약제비를 직접 지불하면서 다국적사의 의약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둘째, 건강보험재정에서 약제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제비 증가원인은 고령인구 증가와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의약품 수요증가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용량 관리 정책보다는 가격관리 정책에 무게 중심을 두어 왔다. 이러한 그릇된 인식에서 출발한 제도가 건강보험의약품 선별등재제도이다. 참여정부가 도입한 이 제도는 시행 1년을 넘겼지만 약제비를 절감했다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마다 66개(2004년), 35개(2005년), 56개(2006년)씩 건강보험에 등재됐던 신규 의약품 수를 단 7개(2007)로 축소시켰다.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제약기업들이 잔뜩 움츠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은 떨어졌고 약값에 대한 본인부담이 늘어날 개연성은 높아졌다.

새 정부는 선별등재제도를 `선 등재 후 경제성 평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신규 의약품을 건강보험에 우선 등재한 후 환자들이 4∼5년 동안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동안의 사용실적과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경제성을 평가해 건강보험 존치여부 및 가격조정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은 향상되고 정부는 정책 의도를 더 세밀하게 실현할 수 있다. 제약기업은 사업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R&D 투자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약제비 정책의 중심을 `가격관리'에서 연간 보험급여일수, 1일 적정 투약량(DDDs), 연간 약제비 총액제 등 `사용량 관리' 분야로 시급히 옮겨가야 한다.

제약산업은 차세대 국가경제를 책임질 바이오기술(BT)의 핵심 분야다. 제약산업 발전의 결정적 규제요인이 되고 있는 약가정책이 개선된다면 제약산업은 매년 10∼12%씩 성장하여 2012년에는 시장규모 20조원, R&D투자비 10%, 고용인원 10만명 수준으로 발전해 국부를 창출하고 국민건강을 지켜낼 것이다.

문경태<한국제약협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