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과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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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8.03.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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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서 입증된 '비틀'의 야전능력

요즘은 글을 너무 마음대로 쓰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독자들이 작은 차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은 차의 충돌안정성에 관한 이런 글을 실을 매체가 아닌데 계속해서 글들이 실리는 것을 보면 분명히 어떤 변화를 암시하는 것은 분명하다. 충돌시 크럼플 존을 생각하여 덩치는 약간 크지만 무게는 가벼운 차가 앞으로의 대세일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동안 아무도 이 문제에 주력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차의 연비 문제는 중요한 문제다. 별로 관심이 없던 언론들이 MPG(mile per gallon)를 중요한 이슈로 들고 나오는 것은 엄살이 아니다.

힘을 중시하는 문화, 차의 가속력은 분명히 커다란 매력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미국은 문화 자체가 크고 마력이 좋은 차를 선호한다. 그러나 분명히 요즘 변화가 오고 있다. SUV나 대형차들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사람들은 간사하여 상황이 바뀌면 과거의 드림카들을 Worst 10에 뽑기도 한다. 요즘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항상 그랬다.

다시 폭스바겐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폭스바겐의 생산 코드명은 포르세60이었다. 그런데 비틀의 디자인은 체코의 `타트라(Tatra)' 자동차 회사의 모델 T97에 크게 영향을 받은 상태였다. 히틀러의 독촉아래 포르세는 타트라의 Hans Ledwinka의 어깨너머로 디자인을 베낄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전쟁이 끝나고 몇 차례의 소송 끝에 폭스바겐은 배상금을 물어주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설계의 천재는 어쩌면 포르세가 아니라 타트라의 디자이너였던 셈이다. 포르세 60은 전쟁이 시작돼 생산할 수는 없었으나 준비된 생산설비를 군부가 요구하고 있었다.

전시에는 폭스바겐이 `큐벨바겐(코드네임 82)'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을 바꿔 생산되었고 미군의 지프차와 전쟁에서 맞붙었다. 차체와 엔진은 그대로였다. 엔진은 23마력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나 1400cc 45마력인 1400Kg인 미군의 지프에 비해 반정도로 가벼웠고 연비는 훨씬 좋았다. 전쟁터에는 주유소가 없기 때문에 연비는 특히 중요했다. 전쟁터에서 라디에이터가 손상되면 달릴 수 없는 수냉식 엔진에 비해 공랭식의 야전성은 두드러지게 좋았다. 혹한이나 혹서에서도 운용이 가능했다. 4륜으로 만들기 위해 무게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보다 LSD라는 간단한 장치를 붙인 ZF사의 기어박스는 야전성을 증가시켜 달리지 못하는 곳도 없었다. 포털기어라는 장치를 붙여 지상고도 높였고 야전에서는 밑이 복잡한 미군의 지프보다도 밑바닥이 한 장의 철판으로 된 큐벨바겐이 더 유리했다. 수렁에 빠져도 썰매처럼 미끄러져서 쉽게 탈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간단하고 가벼운 것은 실전에서도 유리했다. 큐벨바겐을 노획한 연합군은 실전 운영에서 지프보다 우수하다고 판정했다. 지프처럼 잘 뒤집히는 일도 적었다. 전후의 큐벨바겐은 181과 182라는 코드로 1980년대 중반까지 생산됐다. 몇 만대가 나토의 주력 차량으로 활동했다. 지겨울 정도로 오래 사용된 것이다.

지프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SUV들은 예전보다 한층 더 커진 몸매를 자랑한다. 그만큼 기름도 더 먹는다. SUV는 그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랜드로버가 지프차의 차체와 엔진을 이용, 영국의 농촌이나 야외에 맞도록 개선되어 온 차종이다. 별로 큰 시장이 아니었지만 메이커들의 비싼 차 팔기 전략,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환상과 레저의 이미지로 중요한 시장이 되었다. 문제는 차의 무게가 무거워 2톤이 넘는 차량들이 많고 배기량도 커서 유지비가 문제되는 것은 확실하다.

사실 도시인들은 SUV가 특별히 쓸모가 없다. 비싼 차량의 가격도 별로 좋은 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야외에서도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었다는 사실은 큐벨바겐 같은 케이스에서도 입증된다. 물론 요즘의 지프들은 과거보다 성능이 좋다. 그러나 연비에 이르러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평상시 무거운 SUV는 1톤 정도를 더 짊어지고 다닌다고 봐야 한다. 일부 차종의 SUV들이 중고 시장에서 헐값이 되어 버린 것은 다 이유가 있다.

SUV는 불과 얼마 전까지 야외에서 작업을 위한 산업 용도나 레저 장비를 싣고 나가는 사람들 아니면 불필요한 차들이었다. 사람들이 광고에 얼마 만큼 빨리 세뇌되는 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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