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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의사회 창립 71주년 기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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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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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의사회 창립 71주년 기념여행

 

가을바람 한대접


마음 '상쾌'

 

 

김제평야/변산반도를 다녀와서

 

영등포구의사회 신옥자 부회장

일기예보에 화창하고 청명한 완벽한 가을날씨라고 했다. 하늘은 높고 맑고, 들판은 온통 황금빛 물결이었다. 아직 가을걷이를 다 마치지 못한 들판이어서 황금빛 출렁이는 논들을 바라보며 공연히 배가 불러지고, 내 집 곡간인 냥 흐뭇해지고 느긋해지는 마음이었다.

김제평야갸 그리도 넓은 줄 미처 몰랐었다. 김해평야와 철원평야와 더불어 3대평야의 하나요, 3대곡창 중의 하나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밥맛이 좋아서 예전에 일제시대 때 바닷물을 이용하여 실어 내갔다는 아픈 역사를 증명하는 곡창이 그곳에 있었다.

난생 처음 타보는 KTX(고속철도)로는 2시간이면 닿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먼 옛날로의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온 것만 같은, 옛날의 역사가 그곳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3000년 전의 고인돌 무덤인 <구암리지석묘>관광 이었다.

웬만한 방 1개정도의 넓이를 가진 넓적한 고인돌이 10개정도 흩어져있는 정원이었는데, 모두들 고인돌에 기대서서사진 찍기에 바빴던 것은 3000년 전 청동기시대의 선조들의 무덤을 만난 신비한 해후에 아마도 끌렸으리라 생각된다.

허나, 그보다는 기중기도 없던 그 시대에 웬만한 작은방 크기의 큰 돌들을 - 그 당시 1000명 정도의 사람이모여서 메어왔다고 함 - 고인돌무덤으로 만들었던 것을 보면, 청동기시대에도 이미 우리 선조들은 인간의 죽음과 장례의식을 무척 소중하고도 의미있는 의식으로 간주를 했다는 사실에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신분의 고하에 따라, 고인돌 크기가 달랐다고 하는데, 아마도 왕후장상쯤 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모악산의 금산사관광이었다. 금산사 경내로 들어섰을 때 15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노송 한그루가 넓은 경내 한복판에 우뚝 서 있음에 먼저 놀랐고, 그 곁에 잎이라곤 없이 감만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 한그루가 있어 그곳에서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서 즐거운 기념촬영을 하였다.

그리곤, 이제껏 본적이 없는 큰 두개의 미륵불 (3층높이) 앞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미륵전 왼쪽 앞으로는 그 이름도 유명한 산사춘나무가 있었으며, 그 옆으로는 국보급 5층석탑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었는데, 그 옆에서 너무나도 예쁜 작은 연못을 발견하고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지난 추석날 셋째형님 댁에서 난생처음 보게 된 보랏빛 부레옥잠꽃이 연꽃처럼 가득 피어있고, 박상윤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초록빛 물상치와 괭이밥이 온통 파랗게 연못을 덮고 있어서 너무나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까치열매 같은 붉은 열매를 탐스럽게 달고 있는 두 그루의 나무가 마치 연못의 수호신이라도 되는 양 서 있었는데, 그 나무의 이름이 <피라칸사스>라고 했다. 그리고, 부레옥잠꽃은 <물망초>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보니 더욱 애착이 갔다.

오층석탑을 돌아 내려온 경내에는 직경이 족히 2~3m는 되어 보이는 돌로 만든 연꽃(석련대)가 남아 있었고, 그 옆에는 채석강돌을 탑모양으로 쌓아올린 듯한 (2m정도 높이) 다층석탑이 눈에 띄었는데, 모두 국보라고 했다. 이렇게 뜻밖에도 귀중한 역사의 현장을 만난 후에 다시 또 들녘으로 나섰다.

한국의 평야 중에서 하늘과 땅이 맞닿은 끝없는 지평선을 볼 수 있는 보기 드물게 광활한 김제평야를 좁은 KTX에서 내린 후로 저녁 어스름녘 채석강 선착장에 닿을 때까지 줄곧 달려도 끝간데없이 넓은 황금빛 들판을 하루종일토록 달리고 또 달렸었다. 출렁대는 코스모스길과 하-얀 억새풀 들판과 황금빛 들녘을 오후 내내 달리노라니, 마치 천국에라도 온 냥 꿈같이 황홀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국보급 보물로 가득 찬 모악산의 금산사와 작은 마이산 봉우리를 닮은 쌍봉을 지닌 등가산의 단청이 가장 아름답다는 개암사와 마침 공사 중이어서 이제 막 붉게 물들은 낙엽만 밟다가 되돌아온 귀신사(歸信寺)로의 탐방은 가을에 한껏 취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코끝에 매케하게 스며드는 들판을 태우는 연기 냄새와 향긋하고 삽상한 가을 냄새와 낙엽 속에서 하루해가 너무나 빨리 저물고 있었다. 십 몇 년 전에 찾아왔던 그 변산반도는 온데간데없고 그 옆얼굴 모습이 사자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는 채석강의 암벽 바위산 아래 이름모를 야생화와 노오란 들국화 그리고 보기에도 우아한 나무 계단으로 된 정갈한 정원이 파도와 함께 어우러져 로맨틱한 가을바다의 정취를 한껏 연출해 내고 있었다. 마침 막 일몰시간이 가까운 석양의 햇님까지 서양의 어느 바닷가 같은 모습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나는 5살짜리 준영이의 손을 잡고 철썩철썩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시 동안 가을바다에 넋을 잃고 서있었다. 5살짜리 준영이의 따뜻하고 작은 손의 체온을 가슴으로 느끼며 그녀석도 무언가 색다른 가을바다의 정취에 할말을 잃었는지 조용히 이 고모의 손을 잡고 한동안 그렇게 우리는 서서 일몰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날 일몰의 해변가에서 하-얀 갈대 앞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선배님들의 독사진도 찍어드리고, 또 채석강의 분신인 양 작은 물결무늬의 검은 돌 몇 개마저 가슴에 안고 돌아오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이 흐뭇하였다.

어쨌거나 120명 가까운 대식구가 한덩어리가 되어 가을산, 가을바다, 가을들녘에 맘껏 취하다보니 그동안의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린 듯 마음이 상쾌하였다. 역사적으로도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 후백제에 이르기까지 몇 천년을 넘나드는 여행을 한 셈이니 <영의회 71주년 기념여행>으로는 가히 완벽한 행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영의회여! 영원하기를 기원하며 다시 또 내년을 기약하며... 우리 모두 시원한 한줄기 가을바람을 한 대접 실컷 마시고 난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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