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표준 치료의 새 지평···‘The Liver Week 2026’ 개막

B형간염·간경변증·간암 진료 지침 대거 개정 “필수의료 붕괴 위기, 국가적 대책 시급”

2026-06-15     옥윤서 기자

간질환 표준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전 세계 간 전문가들의 최대 학술 교류 장이 서울에서 열렸다.

대한간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간담췌외과학회, 대한간암학회, 대한간이식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26’이 지난 11일부터 오는 13일(토)까지 3일간 ‘근거에서 간질환 표준 치료의 새 기준으로(Turning Evidence into New Standards in Liver Disease Care)’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29개국에서 459편의 초록이 접수됐으며, 해외 참가자 267명을 포함해 총 1513명이 사전 등록을 마쳐 명실상부한 글로벌 국제학회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간질환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발표됨과 동시에 의정 사태 이후 심화된 간담췌외과 및 간이식 분야의 필수의료 인력 위기에 대한 날 선 경고와 정책 제안이 쏟아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큰 화두는 간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새로운 진료 가이드라인’의 대거 발표다.

대한간학회는 기존 간수치(ALT) 중심이었던 B형간염 치료 결정을 ‘바이러스 역가(HBV DNA)’ 중심으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는 간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즉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도록 권고된다. 또한, 9년 만에 전면 개정된 간경변증 복수 연관 합병증 가이드라인에서는 알부민 적응증을 확대하고 급성신손상 조기 감별을 위한 신규 바이오마커를 도입했다.

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이번 B형간염 가이드라인이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신속히 반영되어 간암 및 간부전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회 공식 학술지 ‘CMH’는 2024년 피인용지수 16.9를 기록하며 전 세계 소화기·간장학 분야 SCIE 학술지 중 글로벌 6위(국내 1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대한간암학회는 국립암센터와 공동으로 ‘2026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면역관문억제제 기반 병용요법을 1차 치료로 전면 확대하고, 임상 현장의 최대 난제였던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실패 이후 2차 치료 전략’을 최초로 체계화한 점이다. 

더불어 경동맥방사선색전술 및 체부정위방사선치료의 역할을 확대해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학회는 SBRT의 실제 적용 방안을 담은 전문가 합의 의견도 함께 발간했다.

외과 영역에서는 최신 기술과 치료제의 발전을 통해 기존에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수술적 치료의 한계를 돌파하는 연구 결과들이 집중 조명됐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심포지엄에서는 ‘BCLC 가이드라인은 지도이지 법이 아니다’라는 메시지 아래, 진행성 간암 환자라도 적극적인 간절제술이 생존 이득을 줄 수 있음이 강조됐다. 특히, 면역항암제로 종양을 축소한 뒤 근치적 절제를 시행하는 ‘전환 절제’가 절제 불가능한 간암 환자에게 완치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시간 수술 내비게이션 및 계산병리 등 간암 수술에 접목된 AI 수술 혁신 기술들도 대거 소개됐다.

대한간이식학회는 문맥을 침범한 진행성 간암 환자도 적절한 다운스테이징을 거치면 이식이 가능하다며 적응 범위를 넓혔다. 또한, 근감소증과 내장지방 등을 AI로 분석해 이식 결과를 예측하는 정밀 평가 기술과 지방간(MASLD) 시대의 공여 간 활용 전략을 다뤘다. 나아가 수술 성공을 넘어 환자와 공여자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 중심 돌봄(Coordinator Sess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려한 학술적 성과 이면에는 의정 사태 이후 더욱 악화된 수술 현장의 구조적 위기가 짙게 깔려있었다. 외과 관련 학회들은 정책적 해법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간담췌외과학회는 간담췌외과 전임의 수가 2022년 77명에서 2026년 28명으로 급감했으며, 전국 38개 대학병원 중 28곳에 전임의가 없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공개했다. 학회 측은 전공의 복귀 현황에서도 필수의료와 비수도권의 공동화가 심각하다며, 수가 현실화, 권역별 거점 센터 구축 등을 포함한 5대 핵심 개혁안을 단기·중기·장기 과제로 제안했다.

대한간이식학회 역시 ‘비수도권 간이식, 더 이상 개인 희생에 맡길 수 없다’는 화두를 던졌다. 국내 간이식 수술의 약 70%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으며, 비수도권 시스템은 소수 의료진의 초인적 희생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간이식학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수도권 간이식 가산 수가 및 중환자 전담 인력에 대한 국가 지원 등 재정적 방어선 구축과 △권역별 통합 네트워크 기반의 공동 수술 및 당직 모델 도입 등 구조적 혁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