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우 중앙손상관리센터장 “사고는 우연 아닌 구조적 결과···‘치료’ 넘어 ‘예방’ 국가 인프라 구축할 것”
출범 1년 맞은 중앙손상관리센터, 예산·인력 부족 속 ‘노력 봉사’로 기틀 마련 “손상 발생 사회적 비용 21조원···지역센터 설립 등 현장 실행력 강화가 관건”
“응급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손상 환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우리 사회에 위험 신호를 보냈던 분들이다. 사고는 순간적이지만 그 결과인 손상은 환경과 구조가 방치된 결과다. 이제는 ‘사후 치료’를 넘어 ‘사전 예방’으로 국가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국내 최초의 손상 예방·관리 전문기관인 중앙손상관리센터(이하 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성우 센터장(고대안암병원 진료부원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손상을 ‘예측 가능한 공공의 위험’으로 규정했다.
지난해 4월 ‘손상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고대안암병원이 수탁기관으로 선정된 후, 이 센터장은 지난 1년간 국가 손상관리 체계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출범 1주년을 앞둔 이성우 센터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 손상 사망원인 4위, 사회적 비용 21조···“데이터로 말한다”
이 센터장이 제시한 통계는 충격적이다. 국내 손상 발생 현황을 보면 사망 원인 4위로, 인구 10만 명당 58.4명이 손상으로 목숨을 잃는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1조 원에 달해 모든 질병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중독 분야, 일본은 교통사고에 포커싱된 손상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최근 경향을 보면 운수 사고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령화로 인한 추락과 낙상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 자살률이 10년 새 2배가 된 것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적신호다”
센터는 지난 1년간 이러한 데이터를 정비하고 고도화하는 데 집중했다. 응급실 및 퇴원 환자 심층 조사를 통해 손상 발생 경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손상 걱정 없는 건강한 사회’라는 비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8억7500만원 예산과 4명의 직원···“사명감으로 버틴다”
국가 컨트롤타워라는 위상과 달리 센터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센터는 4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예산 대비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질병청 내에서도 예산이 적은 부서다 보니 센터 운영진이 사실상 ‘노력 봉사’를 하는 실정”이라며 “실행 부서로서 전국 시·도에 설립되어야 할 지역손상관리센터가 예산 문제로 아직 설립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토로했다.
다행히 올해 5개 지역의 손상예방센터 설립이 예정되어 있어, 중앙은 국가 기준과 정책을, 지역은 현장 실행을 담당하는 파트너십 구축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 고려대의료원 ESG 경영과 맞닿은 ‘국가 단위 DB’ 구축
고려대의료원이 센터 운영을 수탁한 배경에는 이 센터장의 강력한 의지와 의료원의 ESG 경영 철학이 있었다.
“질병청의 비공식 요청을 받고 의료원을 설득했다. 국가 단위의 손상 DB가 구축되면 향후 기술 연구의 실마리가 되고 의료원의 대외적 상징성도 높아진다. WHO와의 협력 등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센터는 이미 교육부와 협력해 학생 안전 교육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으며, 올해도 4회 이상의 교육을 계획 중이다.
■ “치료를 넘어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일”
이 센터장은 센터의 성과를 단기적인 수치로 평가하기보다 ‘국가 인프라’를 다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손상은 사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복적으로 경고된 위험의 결과다. 개입하면 줄일 수 있다. 3년의 계약 기간 동안 국가 손상관리 프로그램의 기틀을 확실히 잡겠다”
치료를 넘어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일, 중앙손상관리센터가 사고 이전의 위험을 추적하고 예방에 집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