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추계, 의료계 입 모아 ‘비합리적’

13일 의협서 ‘정부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 개최 주제발표 과정서 공통 지적된 문제는 ‘모델 집착·부족한 변수와 시나리오’ 김택우 회장 “개선 없다면 수긍할 수 없으며, 강행 시 물리적 방법으로 대응”

2026-01-13     이하영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가 정부의 추계 과정의 비합리성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여한 의료계 인사들은 입을 모아 추계 과정에서의 변수와 시나리오 등이 미흡하게 반영된 점을 지적했다. 

1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공동 기획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 △대한예방의학회(이사장 윤석준) △한국정책학회 보건의료융합정책특별위원회(위원장 주효진)가 공동으로 기획한 것이다.

이날 식순은 △인사말(김택우 의협 회장·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윤석준 예방의학회 이사장) △주제발표 △패널토의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개회사에서 김택우 의협 회장은 “외국에서는 센터가 만들어지고 데이터를 모집해 분석하는 과정을 최소 2년에서 6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 12번의 회의를 거쳐 마치 결정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 시간에 쫒기듯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수급 추계 모델에 대해서도 세 가지의 종류 중 시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는 변수와 결과가 모두 미흡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협회장은 “외국은 50여가지의 변수를 넣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10여가지도 되지 않는 변수를 넣었다. 또한, 외국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예측 변수와 모델을 국격에 맞지 않게끔 진행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의대 정원 증원의 목적은 결국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아닌가?”라며 “그런데 지필공에 대한 배분이나 어떻게 활성화할 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사전에 먼저 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 과거 윤석열 정부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한의사협회는 추계의 분석 및 과정에서의 중대한 흠결이 명백함에도 개선 없이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의료계는 수긍할 수 없으며, 강행 시 물리적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다음 순서로 나선 주효진 한국정책학회 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의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냥 단순한 의사가 필요한지, 아니면 좋은 의사가 필요한지 되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존엄이라고 이야기하는 생명과 안전을 고려할 때 좋은 의사가 돼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때가 됐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는 예산타당성이라고 지칭하는 수많은 예측 모형들을 발표하고 적용하지만, 수많은 정책학자들은 경제적 타당성을 기반으로 하는 예측은 맞추기가 불가능하다고 동의한다”며 “그만큼 수많은 전문가들이 수많은 과학적 방법론을 가지고 모형을 만들어도 흠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다라면 정책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특히 의과대학의 교수인 입장에서 현대의 축기 모형 제작 기간이 5개월밖에 안 됐다면 추계모형의 합리성을 전문가들이 100%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추계모형을 만들었다라고 하는 이들이 15년 뒤에 이 추계 모형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영상으로 참여한 윤석준 예방의학회 이사장은 “지난 몇 년 간 의사 인력 증원과 관련된우리 사회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며 “지난 정부의 2000명 의사 인력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병원과 학교를 오랜 시간 떠나 있었음을 우리 모두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부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의사 인력 증원 규모를 논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적 토론의 결과와 집단 지성을 발휘해 우리 사회 갈등이 큰 주제인 의사 인력 수급 규모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마무리지었다.

이어진 주제발표는 세 개로 구성돼 있으며, 각 주제와 연자는 △한일간 의사인력 수급추계 비교(장부승 관서외대 교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의사인력 추계의 방법(김석일 가톨릭의대 교수)다.

장부승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추계 방법과 일본의 사례를 비교해 분석했다. 장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장래 인구구조 및 의료 요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부터 후생노동청이 의료계획을 구성해 각 지방자치단체(도도부현)이 재구성하는 지역의료구상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의료구상은 △고도급성기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로 나눈 의료기능마다 필요한 병상 수를 추계해 지역 실정에 맞춰 병상 기능 전환·재편을 거쳐 지방 차원에서의 완결된 의료를 목표로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미래 의료 수요에 대한 예측과 이에 기반한 의료 제공 체제 방향성이 없고, 추계에도 반영돼 있지 않다. 또한, 장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장 데이터가 부족하며 선형맞춤(단순모델)을 과도하게 맞추려고 한다.

일본은 의료구상 시 △의료인력(의사·치과의사·약사)·의료시설 조사 △병상 기능 보고 △개호서비스 시설·사업 조사 △의료행위 형태별 변화율 조사 △의사 실제 노동시간·양태 조사 △전국 의대 학장·병원장 대상 설문조사 등으로 기초 데이터를 충분히 쌓아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기 추적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장기 식계열 자료에 한계가 있고, 근무일수·생산성 등은 관측 불가능한 가정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추계 결과를 일회성으로 확정하려 하며 AI·원격의료·진료보조인력(PA) 활용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수 있음에도 추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장부승 교수는 나아가 한국의 경우 추계용 모델 선정에서도 다수결로 결정해 정치적 논리가 포함돼 있으며, 다수결이 더 과학적이라는 근거는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박정훈 책임연구원은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의협의 추계위 설치 당시 요구사항을 언급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의협은 △독립성 △전문성 △자율성을 담보하고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위촉하며 해당 직역 전문직이 3분의 2 이상인 위원 구성을 요청했다.

그러나 추계 이후, 대한병원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실제 의료현장의 본질적 변수를 배제하고 의료 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과거의 의료이용 및 공급 행태에 기반해 추계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표했다. 병원의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을 통한 PA 제도화, 비대면 진료 확대 등 필요인력 감소와 요양병원 구조조정 및 통합돌봄 등 의료수요 감소를 적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도 “의료 현장의 업무량과 실질 근무일수가 온전하지 않게 반영됐고, AI 기술 도입과 디지털 전환은 의사 1인당 진료 역량을 넓히는 실질적 공급 확대 요인”이라며 “공급 추계의 핵심 지표인 FTE 산출을 위한 자료 협조 지연으로 간접추정에 의존해 학문적 타당성을 결여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이 같은 결론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격주 간격의 회의 진행 △1인당 발언 시간 부족 △기존 추계 모형 지속 사용 △기초 자료 확보·시나리오 보수적 적용 등을 꼽았다. 특히, 박 연구원은 의료현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사례로 ‘의대 증원 후 의평원 평가 3개 대학 불인증 유예’를 꼽았다.

박 연구원은 수급추계의 문제점으로는 △입원·외래 업무조정비 △의료 역량 과정서 사용된 아리마(ARIMA) 모델의 한계 △예측 불가능한 사안을 대입한 시나리오 구성 등을 꼽았다. 특히, 박 연구원은 “수요모형의 경우, 미국은 관측된 의료 이용을 기반으로 수요를 추정 중이며 네덜란드는 필요한 이들을 통해 수요를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는 수요 변수에 더 많은 변수를 넣고 대부분의 가정을 하며, 네덜란드는 수요변수에 인구역학·사회문화 등 객관적인 지표를 위주로 정책기술·환경변수를 통해 여러 시나리오를 추정해 수요를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입한 변수와 시나리오가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다는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이 별도로 정부의 인력 공급 모델 적합성을 검증한 결과, 2040년 기준 의사 수는 16만5000여명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요의 경우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 수는 같은 해 기준 14만7600명가량이다. 연구원이 대입한 공급 모델 변수는 △FTA 기준 의사 노동 시간 2302.6시간이며 수요 추정 변수는 △의료역량 △건강보험 △의료역량이었다. 오차 범위는 1% 이하로, 오히려 의사가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어 정책적 대안으로 △충분한 시간을 통한 미세적 수준의 자료원 확보·구축 △단기적 예측을 위한 상대가치 점수 내 행위의 의사 업무량 활용 △정교한 시나리오 구축·적용을 꼽았다.

마지막 순서로 발표한 김석일 가톨릭의대 교수는 △추계위 회의 내용 △활동 경과 △근거 연구 △문제 분석 및 정부 대응 순으로 상황을 꼽았다. 특히, 김 교수는 구체적인 인력 추계를 위해서는 △전문과·분과별 수요 대안 제시 △분과별 전문의의 정확한 수 파악이 앞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원은 “분과별 전문의 수요 추정은 가능하다, 보건복지부가 의지가 없을 뿐”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예시로, 직접 추계한 순환기분과 전문의 인력 계산을 선보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내과학회 순환기분과 전문의 명부에 오른 1392명 중 분석 대상 데이터 1139명을 △근무처 △병원 등으로 구분하고 지역별 전문의 현황을 나눴다. 이에 따라 다시 유입·유출을 연령대(65세 이상·전공의 지원) 및 진료량으로 살펴본 결과를 통해 필요전문의 추계량을 소개했다.

그는 “복지부에서 가설이나 목적으로 내놓은 것은 미래 정원을 추계하고 의대 정원을 정하기 위해 한 것이지, 실제 국민에게 필요한 의사가 몇 명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본다”며 “(복지부는) 양성 규모를 입학 정원만으로 지출하는 집합적 수단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이런 연구를 하려 한다면 데이터를 돈을 주고 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일 교수는 또한, “가장 중요한 이야기면서 논의 주제에서 빠져 있는 사항으로, 수요보다 많은 특정 분야의 의사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과별로 할 수 있는 영역 분담 등의 경우, 실제로 얼마나 필요한지 국가·지역별 분석이 없이는 답을 낼 수 없는데 왜 총량만 추계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패널토의 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도, 토론자들은 추계위의 가정과 현실의 괴리를 짚었다. 현장에 참여한 기자가 근로시간을 과도하게 산정한 것이 의도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석일 교수는 “지금 당장 추산할 때에는 가정을 조금만 바꿔도 남거나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며 “의료계 내 반대하는 경우도 정해놓고 하는 것 같다는 입장인데, 논의가 계속되지 않나”고 반박했다.

박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FTE 계산에 앞서 의사 노동 시간은 지난해 의협에서 약 100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의사 근무 시간 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다. 해당 조사 결과 평균적으로 의사들은 2302시간 정도의 근무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좌장으로 참여한 안덕선 의료연구원장도 “고용노동청이 집계하고 있는 평균 근무량인 1800시간은 1년 52주로 계산할 시 주40시간씩 45주 일하는 건데, 의료현장에서는 의사가 8시간씩 근무하고 1년 7주를 쉬어야 한다. 그건 10년, 15년 뒤 가능한 이야기이며 하나의 시나리오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현실의 의사 부족 수와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