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의협 대변인 “의료 시스템 붕괴, ‘골든타임’ 남았다···정부, 근본적 정책 전환만이 해법”
의협, 감사원 감사 결과 바탕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압박···내년 교육 대란 우려 긴급 대책 촉구
의대 증원 사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해를 넘겨 장기화되고, 최근 내과 전공의 지원율 급락 등 의료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김성근 대변인이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 강력한 비판과 함께 의료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김 대변인은 감사원 감사 결과의 의미와 내년도 의대 교육 붕괴 위기에 대한 긴급 대책 등 의료계의 핵심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Q : 의대 증원 사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해를 넘겨 2025년 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변인께서는 줄곧 정부의 태도 변화와 신뢰 회복을 강조해 오셨는데, 현시점에서 정부의 태도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물리적 '골든타임'은 남아있다고 판단하시는지요?
A : 지난 2024년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발표는 2020년 의정 합의를 통해 어렵게 쌓아 올린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린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그 이후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 전반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게 되었고, 갈등은 악화일로를 걸어왔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의대생·전공의들이 교육 및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등 의료 정상화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었던 이유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편, 관리급여 도입 등을 의료계와 실질적인 협의 없이 다시 일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정 간 신뢰는 다시 흔들리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정 간 신뢰 회복과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는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방향의 전환과 과감한 결단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의료정책을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며 설계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나 국회, 그리고 시민단체들과의 소통을 닫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의료 정상화의 골든타임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회가 모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라고 봅니다.
Q : 정부가 2026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대변인께서는 “정원은 둔 채 모집인원만 줄이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비판하셨습니다. 내년 입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의협이 수용 가능한 '과학적 추계'와 '원점 재논의'의 구체적인 전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A : 정부가 2026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원상태로 환원했다고는 하나, 이는 정원이 한번 늘어난 상태에서 모집정원은 연도별로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차후 의대 정원의 결정은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의협이 지난 8월부터 위원회에 참여해 합리적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전문가 의견 반영이 미흡합니다. 의대증원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난 11월 감사원이 발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결과’는 지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 과정 전반의 심각한 비합리성과 절차적 위법성이 존재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협회가 제기했던 △정책 결정과정의 절차적 위법성 △전문가 협의 과정의 왜곡 △부당한 업무개시명령 △국민 혈세 및 재정낭비의 원인 제공 △필수의료의 저해와 의료생태계 붕괴 원인 제공 등의 문제가 감사원을 통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차후 복지부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수급추계위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들을 정책에 반영하고, 객관적이고 타당한 자료와 통계를 기반으로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 재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 내년도 의대 교육 현장은 유급된 학생과 신입생이 섞여 약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됩니다. 이를 "교육 불가능 상황"이라고 진단하셨는데, 당장 내년도 의대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교육부와 대학 측에 요구하는 긴급 대책은 무엇입니까?
A : 교육부가 휴학한 의대생들의 복귀를 허용하고 내년도 정상 진급이 가능토록 조치했으나, 복귀 학생 및 2026년도 신입생을 포함한 다수의 인원을 한꺼번에 교육해야 한다는 점은 학사행정 및 교육현장에 극심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한두 학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길게는 10년 이상 의학교육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수련까지 생각하면 더 긴 시간의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을 감당하고 있는 교수진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며, 교육전담 교수 및 의대 교원 확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또한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 교육 여건에 맞는 탄력적 학사운영, 의과대학 간의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대 교육은 기초의학 실습실, 임상 실습 시설, 해부학 실습실 등 다양한 교육 인프라가 필수적이고 다양한 교습법이 요구되는 교육입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적절한 규모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교육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미래 의사의 전문성 저하, 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직결됩니다. 이는 미래 의료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며, 정부는 의대에 인프라 확보를 위한 긴급 재정을 투입하여 교육의 질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의협이 제안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의료정상화 시스템 구축위원회’를 구성 운영하여, 산재한 의대정원 정책과 의학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의 통합 관리 및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하는 겁니다. 부처간 이견 조율 및 행정적, 재정적 지원방안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의대교육자문단을 대체할 ‘의학교육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교육여건을 정밀 진단하여 실제 수용가능 인원을 현장 실사를 통해 재산정하고, 트리플링 사태에 대비한 구체적인 분반 수업 운영, 임상실습 병원 확보, 교수 채용 등 행정적, 재정적 세부 지원책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무리한 증원으로 인한 인증 탈락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교육 질 관리 가이드라인도 협의체에서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 협회가 구상하는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방식이 아닌, 의협이 생각하는 필수의료 살리기와 지역 의료 붕괴를 막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 필수의료 인프라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사법적 위험에 대한 우려, 위험도에 비해 낮은 보상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러다 보니 응급의료의 경우 배후 진료를 담당할 필수의료 전문의 및 인프라 부족으로 환자 수용 불가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그렇기에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핵심의료 부분의 ‘저수가, 과도한 업무강도, 사법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의료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국민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지가 있습니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데 전문가 단체로서 강력한 우려를 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정책은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기본설계도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지역에는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환자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 안에 들어있는 의미를 정책 당사자들은 잘 파악해야 합니다.
지역의료 붕괴는 지역 소멸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고, 특히 중증 질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에 대한 정책적 판단과 지원이 그 시작입니다. 또한 지역민들이 지역 의료진과 병원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투자와 홍보 역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의료진에게는 정주 여건 개선 및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을 통해 합리적인 유인책을 마련하여 자연스러운 정착을 꾀해야 합니다. 지역우수인재전형으로 뽑는 의대생의 정착이 이루어지도록 정책 개발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지역을 대상으로는 행위별수가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필수적인 응급·중증·분만·소아 진료 인프라 유지 자체에 보상하는 공공정책수가를 대폭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료 위험도·공공성·인력 부족도 등 종합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고위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과 전반으로 지원범위와 규모를 확대해야 합니다.
필수의료 종사 인력은 고된 업무에 비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며, 중증환자 진료로 인한 형사처벌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시스템을 구축해서, 의료진과 환자와 그 가족 모두에 대한 보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Q : 최근 산부인과 교수 형사 기소 사건 등에 대해 ‘분만 인프라 붕괴’를 우려하셨습니다.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 입장인데, 의협 차원에서 요구하는 '필수의료 형사 처벌 면책'의 구체적인 법적 보호 수준은 어디까지입니까?
A : 우리나라 의사의 형사 기소 건수는 영국,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 보다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응급의료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임에도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과 수억~수십억 원대의 민사 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법적 보호장치 마련은 의협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합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필수의료 행위 중 발생한 악결과에 대해 공소 제기 면제, 나아가 불가항력 의료사고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합니다. 이는 위급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소신 있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환자에 대한 안전장치입니다. 이는 결국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대책입니다. 결코 의료진만을 보호하거나 의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이 아닙니다.
의료분쟁조정법, 응급의료법 등 관련 법안 개정을 통해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는 응급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 기소를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의료진 부족, 병상 포화, 장비 부재 등 물리적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전원 조치나 수용 거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면제해야 합니다. 아울러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경우 양측 모두에게 공정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사위원회 등의 구성도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Q : 최근 '불법 대체조제 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며 약사법 위반에 강력 대응하고 계십니다. 성분명 처방 도입 논란 등 의-약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환자 안전을 위해 의협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의약분업의 원칙과 마지노선은 무엇입니까?
A :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 선택의 주체가 바뀌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이에 따른 약화 사고 책임이나 국민 건강에 미칠 파장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도의 무게에 비해 가볍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25년 동안 우리 국민은 병원과 약국을 오가야 하고, 이중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불편이 있음에도 제도를 잘 지켜오고 있습니다. 국민 불편과 건강보험료를 약국에 추가 지불하는 등의 환경에도 의약분업이 국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재평가도 없었습니다.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침묵해왔지만, 더 이상 목소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는 제대로 된 공급방안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성분명 처방은 이를 해결할 수 없는 방법임에도 일부의 이득을 위해 왜곡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약동학적 특성이나 환자 반응은 서로 다를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여러 약제 중 하나를 그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판단하여 처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의학적 판단 없이 임의로 대체조제가 이뤄지면 심각한 치료 실패나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통해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진단과 처방의 주체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이며 그렇기에 그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약사는 그 처방에 따라 조제와 복약지도를 하는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분명 처방은 이러한 의료체계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제도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불법 대체조제 역시 그러합니다.
Q : 현재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정부 및 국회와는 어떤 채널과 방식으로 소통하고 계십니까? 공식적인 브리핑 외에 물밑 접촉이나 협상 테이블 마련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지난 의정갈등을 겪으며 정부와 국회 역시 의료정책은 정치적 계산이나 단기적 성과 중심으로 접근되어서는 안 되며, 과학적 근거와 환자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브리핑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소통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인 국회의원들과의 개별 면담, 보건복지부 실·국장 및 실무진과의 실질적 협의 및 간담회, 교육부, 총리실, 대통령실 등 전방위에서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다양한 여야 국회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현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요 쟁점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상시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위원회·자문단을 통해 정책 설계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협의 구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의협의 주장이 일방적인 요구로 비치지 않도록,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현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근거 제시, 환자 안전 영향 분석, 비용·효과 검토자료 등을 전달하며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경색된 정국 속에서도 합리적 해결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현장 회원들의 강경한 기류와 달리 집행부의 대응이 너무 온건하거나 신중하다”며 간극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부의 비판적 여론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며, 어떻게 해소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A : 집행부의 대응 기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현장의 절박한 심정과 분노가 크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만큼 의료계가 처한 현실이 무겁고 긴박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집행부는 어느 한쪽의 감정이나 요구만을 반영해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고, 의료계 전체의 이익과 국민 건강에 미칠 파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때로는 단호함이 필요하고, 또 어떤 때는 협상과 절제가 더 큰 결과를 만드는 순간도 있습니다. 강경한 방법을 쓰는 게 문제해결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이라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효과도 미리 예측해야 합니다.
범대위 출범 이후 현재 3개의 아젠다별 분과위원회에서 활발히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정부·국회와의 논의를 통해 의료계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지속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총궐기 행사를 계획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각 단계에서 사회와의 소통을 꾀하는 다양한 방법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의협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회원들께서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 개원의, 교수, 봉직의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변인으로서 다양한 직역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갈등을 조정하고 계십니까?
A : 개원의, 교수, 봉직의, 전공의 그리고 임상과목 등 각 직역이 처한 환경과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현안에 따라 각각의 입장이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이를 조정하고 가능하면 단일한 목소리가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변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서로 대화를 해보면 공통된 부분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협회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한쪽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보이는 것처럼 정부와 국회가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나 법안을 강행하는 상황에서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했고, 더욱 체계적인 의견 수렴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범대위를 중심으로 한 투쟁 구심점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고 다양한 직역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해관계가 그만큼 다른 부분이 있고,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에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어서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범대위, 의협 집행부가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어주시는 많은 회원들이 계시기에 이를 믿고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의료계를 둘러싸고 정부뿐만 아니라 환자 단체, 시민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나 상충하는 요구에 대해 의협은 어떤 논리로 대응하며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습니까?
A : 대한의사협회는 무엇보다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한 의료정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일관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뿐 아니라 환자단체, 시민사회의 비판적인 목소리에 객관적인 사실 기반 논리, 절차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감사원이 발표한 작년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 감사결과는 이러한 저희의 원칙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우리 협회가 제기했던 절차적 위법성과 전문가 의견 왜곡, 정책 추진의 비합리성 등이 감사원의 독립적 조사 절차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은, 정책 논의는 반드시 객관적 근거와 정당한 절차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료계의 일관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입니다.
지난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은 국가가 의료정책을 수립할 때 정당한 절차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 어떤 혼란이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당시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의료계의 문제 제기를 ‘직역 이기주의’로 비판하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우리의 행동이 의료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었다는 점을 국민께서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의협은 감정에 호소하거나 주먹구구식의 논리가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단체답게 입장을 표명할 것이며,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대화와 논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정책이 마련되도록 힘쓰겠습니다.
Q : 진료 현장에서 환자 곁에 있을 때와 의협 대변인으로 정책 논의의 한복판에 있을 때, 체감하는 문제의 결이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무엇입니까? 임상 의사의 시각과 정책가의 시각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 임상의사로서 진료현장에서는 보이는 문제들은 주로 의료보험에 대한 문제, 의료분쟁에 대한 문제, 환자안전사고 등이 주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정책수립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대학교수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연구보고서 작성이나 여러 회의체에서의 의견 개진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눈앞에서 겪은 개별 환자, 특정 사건 등에 기반하는 발언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말하면 현장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문적으로 본다면 증례보고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의협의 상임이사, 대변인으로서는 개별 환자나 특정 상황을 넘어 국민보건, 그리고 10년 또는 20년 뒤의 의료체계, 연관된 법령 제도 등 국가시스템까지 고려하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논의가 복잡하고 속도도 늦죠. 하지만 큰 틀에서의 정책 방향이 잘못되지 않도록 힘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도 수술하는 외과의사로 살고 있는 경험, 응급의료센터장으로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가장 현실적으로 알고 있는 입장에서, 현 정부의 ‘지,필,공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그 현실감을 잃지 않고 충분히 대응하면서 제대로 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임상의사든 의협 대변인이든 결국 목표는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가 그리고 대한의사협회가 국민 보건향상을 위해 그리고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의사와 사회가 함께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Q : 의정 갈등 과정에서 의료계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향후 대한의사협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익단체를 넘어 신뢰받는 '의료 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가지고 계신 중장기적인 계획이나 로드맵은 무엇입니까?
A : 대한의사협회 현 집행부는 국민건강을 수호하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모든 현장에 달려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임하고 있습니다. 산불, 수해, 지진 등 국내외 재난 발생 시 긴급 의료지원단을 구성하여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대회원 성금 모금을 실시해 이재민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유관 보건의료단체 및 사회 각계와 협업하여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전문가단체로서 발 빠르게 대국민 지침과 권고를 발표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 또한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노력과 함께 자체징계권 확보를 통한 자율정화 과정이 또한 핵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소수의 잘못된 행동을 하는 회원들이 대다수의 회원들의 선의를 왜곡하게 만들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의학적, 윤리적 기준으로 이러한 회원들을 관리하는 대한의사협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더 빠르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징계권 확보가 되기 이전이지만 현재도 문제가 심각한 회원의 경우 중앙윤리위원회 회부, 공개적 비난 성명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부단히 이어져 국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와 신뢰를 심어드리고, 이를 통해 의사들의 옳은 목소리가 여론으로 확산되고 힘을 얻게 될 거라고 봅니다.
Q :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점에 의료계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회원 여러분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정확히 반영되도록 근거와 데이터로 치열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야 협상력도 생기며,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회원 한 분 한 분의 의견과 참여가 쌓여야 비로소 제도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의사사회 내부가 단단하게 화합해야 그리고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셔야 협회가 일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일부 흡족하지 않은 점이 있으시더라도, 인내와 지지, 그리고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 어떤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닌 모든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임을 꼭 명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께는 저희가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알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질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돌이켜보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전면에서 싸워 온, 그래서 국민을 지켜 온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의료정책이 잘못 흘러가면 그 피해는 의사들에게 오기 보다는 환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할 문제들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그리고 국민들께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책임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을 더 훌륭하게 만들고 모든 국민들에게 차별없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든 필요한 곳에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는 협회입니다. 정부, 국회와의 갈등을 단순한 직역주의 차원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시기 바라고, 대한의사협회가 경청과 소통에 더욱 힘써서 국민과 사회 속에서 신뢰받고 존중받는 전문가단체로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