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의료계 10대 뉴스] ⑧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전환 추진···전국 모든 상종 참여

의료계, 취지엔 공감하지만 정부의 ‘졸속’ 추진에 우려 제기

2024-12-27     배준열 기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6차 참여기관으로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총 3개소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0월부터 참여 기관 선정이 이뤄진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전국의 47개 상급종합병원이 모두 참여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증 환자 유치에 나서 끊임없이 병상을 확대하며 1.2차 병원과 경쟁을 벌이는 기형적 의료전달체계의 행태가 지속돼 왔다.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이러한 행태를 개선해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역할인 중증·응급·희귀 질환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연간 3조3000억 원, 3년간 총 10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 투입계획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상급종병의 중증진료 비중을 50%에서 7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병상은 현재보다 5~15% 감축하면서 응급·소아 병상은 종전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또 ‘전문의뢰제’를 도입해 중증 응급 환자, 협력병원 의뢰 환자 등에 대해선 중증 분류에 있어 예외 기준을 신설해 협력병원과 진료 연계를 강화토록 했다. 중환자실 수가, 중증 수술 수가 등을 인상하고 성과에 따라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희귀 질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사업이 애초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애초 이번 구조전환 사업이 정부의 문제의식에 따라 정밀한 계획하에 개혁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대란이 발생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의 적자와 진료량 감소가 지속되자 짧은 기간에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중증 분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증 환자 대부분은 암 또는 급성 심혈관계 질환 환자들로 의료비 지출이 많고 입원 일수가 짧아 병상 회전율이 높은 반면 고령 환자의 폐렴과 만성감염병은 입원일수가 길어 병상을 운영함에 있어 수익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병원의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암·급성 심뇌혈관 질환 환자들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연간 3조3000억 원의 재정 투입은 암·심뇌혈관 질환 진료를 많이 하는 소위 ‘빅5’ 병원을 위시로 대형병원 순서로 이뤄져 환자의 수도권 쏠림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질환 진료에만 집중하다 보면 비바이탈과에 대한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구조전환 이후에도 병원 경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지원이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자 정부는 병상 감축 이행 성과, 적합 질환 환자 진료비 중 진료협력 실적 등을 고려해서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성과 지표도 세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경실 의료개혁 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동참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서 임상-수련-연구 균형 발전에 집중하는 바람직한 변화가 기대된다”며,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2차, 1차 의료기관도 본래 기능에 집중하고 서로 협력하는 상생의 의료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도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