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나오는 현상만 보지 말고, 원인 찾고 본질 개선해야

필수의료에 재정확보와 지원, 법률적 보호, 의료전달체계 정비 등 필요 의사면허 이원화 도입하고 그 관리를 의사 단체에게 맡길 필요도 있어

2024-04-16     의사신문

MZ 의사 투쟁에 선배의사가 보내는 메시지 ③
의대 증원만으로 건보제도 유지, 의료자원 적정 분배 ‘불가능’

 의사가 부족하니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방침을 보노라면, ‘개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돌덩이를 쫓고, 사자는 돌 던진 사람을 문다’는 ‘전등록’(중국 송나라 불경)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현상만 보지 말고 본질을 살피라는 뜻이다. 

 우선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 부족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인구 구조의 변화부터 살펴야 한다. 신생아가 급감했는데 누가 사명감만으로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를 하겠는가. 더해서 의료 분쟁으로 배상액도 폭증하고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멱살만 잡히면 다행이다. 때론 철창신세도 진다. 일부 몰지각한 부모의 교육 갑질에 못지않은 ‘소아과 갑질’로 문 닫은 동료도 여럿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필수의료 분야에 더 흔한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법원은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의사들에게 책임을 묻으려 한다. 

 경제적 이익은 없고, 몸마저 힘든데 환자 갑질에 의료 소송까지 당한다면? 외과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로 지원할 사람이 소멸하는 이유이다. 의대 증원에 마지못해 동의하는 의사조차도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이 없는 한, 정부 방침에 동의할 수가 없다.

 이 장면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바로 ‘나락 행’이다. 의료 취약 지역 발생 문제는 기실 의료 분야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최소한 지난 수백 년 동안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를 되뇐 이 나라에서 의료 분야라고 별수 있겠는가. 누가 지방에서 외과나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를 하겠는가. 의대 정원을 대폭 증원한들, 지방 의료 공백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 의대’를 재론하기도 한다. 필자는 여기서 반드시 한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면허를 받은 지역(이하 ‘면허 지역’)에서 건강보험으로 진료하는 분야의 진료만 허용’해야 공공 의대 설립의 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이나 공공 의대를 추진하겠다면, ‘의사면허의 이원화’를 제안한다.

 요점은 공공 의대 졸업자의 경우, ‘면허 지역에서만 진료’하도록 지역 자격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면허 허가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의료 교육자나 연구원, 학자 등으로 일하면 된다. 모두가 기초의학이나 의과학 분야 연구자가 모자라다고 노래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공 의대를 나온 뒤 기초의학이나 의과학 분야에서 일할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에 의사를 적정하게 분배하는 역할도 가능하며, 공공 의대 자격증을 얻은 뒤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편법도 막을 수 있다. 

 이런 ‘지역 제한제’는 중국에도 있다. 중국은 외국인 의사에게 ‘행위 면허’라는 것을 부여한다.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한 외국인 의사에게 중국 내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이때 행위 면허는 ‘발급받은 성(省)’에서만 유효하다. 다른 성에서는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교사의 경우, 교원 자격증을 취득한 뒤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임용시험에 합격하면, 그 지역에서만 ‘정규 교사’를 할 수 있다. 모두가 선호하는 지역으로 교원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일본은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임상 진료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인턴과 같은 과정을 두고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배워야만 한다. 미국도 최소 3년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해당 주에서 진료할 수 있는 임상 의사면허가 나온다. 최근 해외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국내 의사 국시에 합격한 경우가 많은데, 의사 면허자에 대한 질 관리를 위해서도 이런 제도는 필요할 것이다. 

 MZ세대 의사들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의 하나인 전공의를 하지 않고, 졸업 후 바로 피부미용분야로 진출한다. 우려스럽지만, 현실이 그렇다.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고 의료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필수의료와 지역사회에 의료자원을 적절히 공급하기 위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확실한 재정확보와 지원, 법률적 보호, 의료전달체계 정비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의사면허의 이원화를 도입하고 그 관리를 의사 단체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