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교체주기 짧은 병원정보시스템, 이젠 클라우드로 해결

고대의료원, 네이버와 함께 상급종병 최초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도입 표준화·데이터공유로 맞춤형 정밀의료 제공, 의원급까지 보급 확대 나서

2021-05-28     배준열 기자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환자진료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초창기 경영층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내린 덕이 컸습니다.”

이상헌 P-HIS 사업단장(고려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밀의료정보시스템(이하 P-HIS, Precision Hospital Information System) 개발사업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P-HIS는 환자별 맞춤형 정밀의료를 위한 의료 데이터 저장과 병원 운영 전반에 필요한 디지털 업무 시스템이다.

병원정보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복잡다변화돼 구축비용이 수백억 원에 이를 뿐만 아니라 보통 10년 주기로 교체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대형병원이 아니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또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는 만큼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병원정보시스템 시장은 업력이 오래된 몇 개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보건복지부는 고려대의료원을 국책사업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해 6개 의료기관, 삼성SDS, 비트컴퓨터 등 8개 정보통신(ICT) 기업과 함께 P-HIS에 대한 국내 보급, 확산에 나섰다. 현재까지 1차 병·의원 39곳, 2·3차 3곳을 포함한 총 42곳에 P-HIS에 보급, 확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구축사업에는 각종 자금까지 더해져 총 500억 원이 투입됐다.

앞서 고대의료원 산하 안암병원은 최근 국내 상급종합병원으로서는 최초로 네이버 클라우드와 함께 클라우드 P-HIS 구축에 성공했다.

P-HIS 도입이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임상 용어 표준화. 무려 8만9000여 건의 용어 및 코드를 표준화해 각 병원의 데이터 공유 및 활용을 쉽게 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환자 임상 데이터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류함으로써 환자 편의가 증가하고 중복 검사를 방지하며 환자 개인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밀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외래진료부터 입원, 원무 등 병원업무를 38개 표준 모듈로 개발해 의료기관 규모나 특성에 맞게 적용할 수 있게 했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P-HIS 구축으로 의원급 의료기관도 복잡한 의료 행정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올해 말까지 74곳의 의원급에 P-HIS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대의료원은 안암, 구로, 안산 등 3개 병원에 P-HIS를 시범 적용했다. 이상헌 단장은 “초창기 경영층이 350억 원의 자본을 투자하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린 덕이 컸다”며 “이후 기능을 고도화해 네이버클라우드로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모든 병원업무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 P-HIS로 전환한 안암병원은 현재 CPU, 서버, DB 등 성능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8월까지 나머지 2개 병원에도 적용하고, 이후엔 다른 국내 2~3차 종합병원 보급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해외진출 방안도 모색 중이며 현재 의원급 비급여 의료기관에 보급 중인 P-HIS 솔루션 비트플러스의 청구 및 입원 모듈도 고도화를 거쳐 앞으로 모든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류재준 네이버 헬스케어 총괄 이사는 “P-HIS 구축이 빠른 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이버클라우드였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전산실 구축 없이 모든 전산 자원을 클라우드에 담아 필요한 만큼 빌려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월 이용료를 44.5%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또 갑작스러운 트래픽 증가에 대비해 용량과 성능을 확장시킬 수 있게 했고, 의료기록이나 보험, 환자관리 등의 업무를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클라우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보안 환경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류 이사는 “네이버는 창립 이래 보안 사고가 전혀 었었다. 이미 금융클라우드에서 검증된 강력한 보안과 안정성은 P-HIS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대비 많은 수의 국내외 보안 인증 및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획득을 보유하고 있다.

류 이사는 “일각에선 병원정보시스템 도입으로 병원 업무의 효율화가 이뤄져 기존 병원 IT 인력의 감축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지만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상헌 단장은 “이들은 IT인력 중 의료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의료진과 잘 협력한다면 빅데이터 연구 등에 있어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단장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정밀의료정보시스템 시장에 과감히 도전해 미래의학에 보탬이 되고 의료 빅데이터의 핵심인 P-HIS와 클라우드가 상호 발전할 수 있게 협력 체계를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