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만 자면서 일하는 게 꿀팁?···"잠 잘 못자면 죽어요!"

[인터뷰] 유럽 수면학회 전문의 취득, 이철희 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 "환자 더 이해하고자 수면 공부 시작, 전에 안 보연던 수면질환 보이기 시작 권장 수면시간은 8시간···자려고 노력 말고 '스르륵' 잠들어야 가장 좋아"

2020-11-16     권민지 기자

“남자친구 코골이가 너무 심해요. 저는 아침마다 너무 피곤하고 졸려요.” (30대 여성 A씨)

지난 13일 ‘2020 슬립테크’ 전시회에서 이철희 강북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강북구의사회 총무이사)을 찾아온 연상연하 커플의 고민이다. 이 원장은 이 커플을 위해 상담에 30분 이상 시간을 쏟았다. 이 원장이 내린 진단은 수면주기 장애. A씨는 주말마다 늦게 자고 늦게 깨는 습관이 있었고, 이 때문에 수면주기가 평일에는 뒤로 밀려 평일 내내 피곤함을 느낀 것이었다. 

이철희 원장은 최근 전세계 대표적인 수면학회 중 하나인 유럽 수면학회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새로운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열정을 담아 상담을 해 기필코 잘못된 수면의 원인을 찾아낸다. 해외 전문의까지 취득하며 이토록 열정을 담아 환자들을 상담하는 이유는 수면의학에 재미와 애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3일

이 원장은 “수면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다”며 “저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 모든 직원들도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자신만의 수면 진단 노하우도 모든 직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 원장은 “노하우는 나만 알고 있을 때보다 함께 알고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수면 의학의 세컨 웨이브(Second wave)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수면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환자들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 원장은 “이비인후과에는 온갖 질환 환자가 다 온다”며 “처음에는 수면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전부터 한 달에 2~3회 모임을 갖는 ‘수면 관련 서적 북리딩’을 시작했다. 이 원장은 “보아스이비인후과 다른 지점 원장님들과 모임을 시작했는데, 한국은 수면 의학 서적이 많이 없어서 원서들을 공부해야했다”면서 “회식 후 술을 먹고 들어와도 북리딩 모임에서는 봐주지 않고 날카로운 송곳 질문을 마구 하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원장은 “공부를 하니 이전에는 안 보였던 수면질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수면질환에 대한 감별이 되기 시작하면서 기면증인 줄 알았는데 수면주기가 밀려 있는 경우가 파악되는 등 기면증을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한 수면이 중요한 이유는 수면 장애가 지속될 경우 많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장기화되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뇌졸중 △치매 △울혈성 심부전 △고혈압 △당뇨 △발기부전 △생식기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잠을 못 자면 일단 피곤해서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여성들의 경우 우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로 시작된다”며 “수면은 건강 유지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관리 대상”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수면 장애를 문제로 인식하는 환자들은 많지 않다. 이 원장은 이를 인식의 문제로 짚었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한국은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데, 유튜브에도 보면 하루에 4시간씩 자며 일하는 법 등을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팁이라며 제시하는 콘텐츠들이 많다”며 “잠을 잘 못자면 죽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수면 장애를 해결하기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30대가 질 좋은 수면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권장 수면시간은 8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을 규칙적으로 8시간 이상 자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원장은 “최적의 침대, 베개 높이 등 수면 조건을 나에게 맞게 조절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는 인지행동 치료도 필요하다”며 “잠은 자기 위해 집중해서 노력하면 안 된다. 물 흘러가듯 대충, 스르륵 잠들어야 가장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