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선전포고?···덕담 대신 의료계 겨눈 손보협회 신년사

손보협회장, 신년사서 보험금 청구간소화 등 언급하며 "올해 반드시 해결" 의료계, 진정 소비자 위한다면 소액보험금 신속지급 시스템부터 갖춰야

2020-01-16     홍미현 기자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최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손해보험의 주력상품인 '실손의료보험의 손실과 보험료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표현하며 올해엔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은 “수 년간 묵은 숙제였던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할인·할증, 보험금 청구 간소화, 비급여코드 표준화, 백내장 등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비급여진료 관리 강화를 위한 과제들을 관계부처와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일부 병의원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보험회사의 진료기록 열람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손보협회장이 신년사 곳곳에서 의료계를 직접 겨냥한 것은 연초부터 의료계와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은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건강보험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는 환자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보상해 주는 '사적' 보험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고도 3800만 명에 달한다. 

실손보험은 청구 금액은 적은 반면 청구 건수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현재 보험가입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서류를 떼고 이를 다시 팩스나 우편으로 보험사로 보내야 하는 등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면 소비자의 불편이 줄어들 뿐 아니라 보험사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업무를 줄일 수 있으니 효율적이라는 게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전체 실손보험 청구의 절반 정도를 설계사가, 나머지를 팩스나 앱을 이용해 청구하기 때문에 지금도 개인 입장에선 전혀 불편할 게 없다"면서 "소비자를 앞세워 실제로는 보험사의 잇속을 챙기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손보사들이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할 게 아니라 소액진료비에 대한 청구방법과 서류를 간소화하는 한편, 절차를 투명화해 보험금 지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보험회사의 보험료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비급여진료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환자들이 병원에 아파서 가는 것이지, 다른 목적으로 가는 게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1만~2만원 소액의 경우 별다른 증명 없이 병원 이용만 증명되면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시스템부터 정책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환자의 건강정보를 모두 제공해야만 실손보험료를 지급하는 관행부터 개선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