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창립 96주년 기념작품

킬리만자로

2011-11-29     의사신문

■킬리만자로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이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어 이렇게 속삭였다

(중략)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려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나희덕님의 속리산에서〉

 

우리는 가파른 산길을
마치 육식동물과도 같은 근육질의 모습으로 경쟁하듯 오르곤 한다.
또한 빠른 승진이나 출세만이 최고인 듯 숨가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
시인은 말한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산은 오르고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깊이 들어가야 하는 무엇임을 보여 준다.
킬리만자로!
그 높은 산임에도….
또한 길게 길게 늘려서 우리들 앞에 깊이가 더함을 펼쳐주었다.

이관우 <강남구의사회장·이관우내과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