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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다단조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다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08.03.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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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가득한 선율 황량한 풍경 연상

노르웨이의 국민적 작곡가 에드바르트 그리그(1843∼1907)는 여러 장르에 걸쳐 낭만주의 민족주의 인상주의가 혼합된 독특한 개성의 작곡 솜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스탠더드 장르 가운데 유독 실내악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쓴 실내악은 완성된 것이 3편의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현악 4중주가 전부이며 그밖에는 미완성 악장들 몇몇이 있을 뿐이다.

그리그는 독일에서 유학했으나 독일 고전파, 낭만파의 구조주의와는 기질이 맞지 않았다. 당대 비평가들은 제시부에서 주제와 에피소드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재현부가 제시부를 획일적으로 반복하는 등의 사례를 들어 그리그 소나타를 비판했다. 그리그가 쓴 세 편의 바이올린 소나타도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신 피아니스트로 선보였던 명징하고 기교적인 피아니즘과 현악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구의 서정을 간직한 그리그 특유의 선율미가 결합하여 널리 사랑받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그리그는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발표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소나타 3번을 쓰기로 다짐하였다. 당시 그가 살던 베르겐 근처의 마을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테레시나 투아가 연주여행을 왔는데 그리그는 그의 연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소나타 3번은 1번과 2번과 스타일이 크게 다르다. 앞선 두 작품이 장조 조성으로 밝은 색깔을 띤 반면, C단조의 3번은 그리그의 다른 작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갈등과 격정의 감정을 전달한다. 작곡가는 말년에 “1번은 천진난만하여 아름답고 순수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며, 2번은 내 나름대로의 민족주의 어법이 강하다. 반면 3번은 보다 음악적 깊이가 더욱 확장된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데 이 각각은 나의 음악적 발전 단계를 대표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3편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1악장은 `아주 빠르고 정열적으로' 표현되어 응축된 에너지를 담은 1주제가 부드러운 미감의 2주제와 상호 조화를 이루며 격렬한 전개를 보여준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운데 가장 극적인 악장이다. 2악장은 `약간 빠르고 감정을 풍부하게 로망스 풍으로'라는 악상 기호가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E장조의 아리따운 멜로디가 E단조의 스케르초 악상으로 발전했다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3부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마지막 악장은 `아주 빠르게'로 두 모티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발전부가 생략된 소나타 형식으로 볼 수 있다. 피아노의 빠른 아르페지오에 맞춰 등장하는 1주제는 영감이 가득한 멜로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템포를 늦춰 잡은 2주제는 바이올린의 장중한 저음으로 제시된다. 후반부에서 두 주제는 다소 변형된 형태를 띠며 힘차고 화려한 피날레로 향한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는 북구의 황량한 풍경을 연상시키는 쓸쓸한 화음과 우수로 가득한 선율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곡으로 다른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느낄 수 없는 `비창'의 정서가 흐르기에 더욱 각별하다.

■들어볼 만한 음반 : Aaron Rosand(V), Seymour Lipkin(P), Audiofon(1988년) / Pierre Amoyal(V), Frederic Chiu(P), Harmonia Mundi(2003년)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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