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과 작은 차들
비틀과 작은 차들
  • 의사신문
  • 승인 2008.03.13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마트·나노…소형차 부활의 움직임

아마 요즘같이 자동차의 패러다임 혼선이 오는 시절도 없을 것이다. 어떤 변곡점에 온 것 같다. 변곡점이 오면 기존의 이론들로 설명이 잘 되지 않는 현상들이 늘어난다.

그 중의 하나가 메이커들의 순위 매김이다. VW그룹이 가장 잘 나가는 회사로 자리잡았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다른 회사들의 실적이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VW의 판매량과 이익은 증가했고 주식값도 올랐다. VW에는 대형차가 별로 없다. 대부분이 실용적인 차들이다. 그렇다고 아주 소형차들도 없다. 적당한 사이즈의 차들이 있고 몇 년간 진지하게 개선을 추구했다.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폭스바겐이 약진하는 이유는 실제로 차를 뜯어 놓고 보면 알 수 있다. 불필요한 유지관리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용적이고 성능이 좋지만 고장도 안 나는 것은 큰 장점이다.

다른 하나는 소형차, 특히 저렴한 소형차들의 약진이다. 얼마 전 발표된 인도의 세계 최저가 자동차 나노는 다른 메이커들의 벤치마킹을 일으켰다. 뉴스위크의 표지로도 등장했다. 이머징 마킷에서는 분명히 어떤 붐을 일으킬 것이다. 아주 작은 차들은 이제 하나의 대세이자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VW의 비틀은 하나의 중요한 기술 유전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소형차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VW의 비틀은 사람들이 소형차를 싫어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극복하기 위해 광고 등을 통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작은 차들은 당시에도 비틀만 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틀 만큼 지속적으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낸 차종도 없었다. 결국 비틀의 인기는 뉴비틀을 만들고 비틀은 70년이 넘도록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이콘이 되었다.

1960년대의 아이콘 이었던 이코노미카, 경제적인 차는 사회가 부유함과 풍족함을 추구하면서 점차 그 가치가 퇴색됐지만 크고 무겁지 않은 차들은 아마 앞으로 많이 볼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다시 어려운 세월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 값을 배럴당 150달러에서 200달러 정도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럴 때는 이코노미가 최고다. 갑자기 늘어나는 소형차는 사람들의 미래 예감을 반영한다.

필자의 호기심은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던 소형차에 쏠리기 시작했다. 최근에 타본 차는 스마트와 미니 그리고 단종된 클릭 같은 것이다. For Two라고 불리는 2인승 스마트는 너무 작아 차라고 보기에도 어렵지만 예상보다 잘 굴러간다. 주차는 거의 압권이다. 아마 도시에서만 타고 다닌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듯하다. 디자인은 원래 이름 자체가 예술적인 차를 만들기 위한 ART Car에서 나온 것이니 만큼 나무랄 데가 없다.

스마트는 1990년대 시계를 만들던 스워치 그룹이 젊은 층을 겨냥, 혁신적인 특징을 갖는 차를 만드는 목표에서 탄생했다. 스워치 그룹은 시트로엥의 2CV 같은 차를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폭스바겐 그룹과 같이 만들어 보려 하였으나 의견이 맞지 않아 다임러-벤츠 그룹과 같이 차를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Swatchmobile'이라는 처음의 이름에서 Swatch Mercedes ART라는 컨셉카로 출발했다. 최근의 관심증가로 CNN Money에서도 `smart for two smart for few'라는 제목으로 크게 다뤘고 월스트리트 저널도 스마트를 중요한 차로 다뤘다. 스마트 평가 기사의 끝맺음은 이 차의 선택이 결국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아마 조금 더 큰 차가 실용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차에는 어느 정도 크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작은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커다란 변화의 깃발이 보인다. 무엇보다 스마트의 공인 연비는 30km가 넘는다. 리터 당 30킬로는 파격적인 수치다.

스마트에게 영감을 준 프랑스의 차 시트로엥의 2CV는 2기통 공랭식 엔진을 탑재한 차로 194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생산된 차다. 출력과 차체는 비틀보다도 저렴했으며 작았다. 무엇보다도 극도의 경제성으로 서민의 발 역할을 했고 마찬가지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원래 디자인 컨셉은 4개의 바퀴를 갖는 우산이었다. 차는 극도로 작았고 당시 농촌인구가 많던 프랑스에서 농부가 100Kg정도의 짐을 싣고 60Km정도로만 달리면 되는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이탈리아에는 피아트의 Fiat 500이 사람들의 발이 되어 주었다. 이들은 모두 RR 디자인으로 가장 간단한 엔진으로 차를 구현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이코노미 카의 역할을 다했다.

이런 차가 미래의 관심을 받는 차라면 조금 슬프기도 하다. 어려운 시기로 본다면 작은 차가 대세다. 차는 궁상맞건 여유가 있건 당시의 정서와 상황을 잘 나타내는 아이콘이다. 만약 소형차들이 대세가 될 것처럼 보이면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