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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장조, op.78 '비의 노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장조, op.78 '비의 노래'
  • 의사신문
  • 승인 2008.03.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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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선율 속 리듬의 유희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브람스의 바이올린소나타는 모두 세 곡이지만, 브람스가 작곡했던 바이올린 소나타는 몇 곡 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히 자기비판 의식이 강했던 브람스는 작품의 수준이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차 없이 파기해버렸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단 세곡만이 살아남았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 펠차하를 더없이 사랑한 브람스는 여름이면 자주 그곳에 가서 피서를 즐기면서 작곡활동을 했다. 바이올린 소나타 1번도 1879년 여름 이곳에서 작곡되었다.

펠차하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대개 그곳 경치를 닮아서인지 상쾌하고 우아하다. 이곡에도 예외 없이 그와 같은 밝은 기분이 가득 담겨 있는데 그가 이 소나타를 작곡하기 직전에 평생 처음으로 이태리 여행을 하고 감회에 젖었는데 그러한 느낌도 이곡에 투여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가하면 브람스 특유의 애수어린 서정성 같은 것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제1번 G장조는 `비의 노래'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그것은 이 소나타 3악장의 선율이 그로트 시에 의한 브람스의 가곡 `비의 노래'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곡을 `비의 노래 소나타'로 즐겨 불렀던 이는 다름 아닌 브람스의 스승인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부인이자 당시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 그녀는 브람스에게 그녀가 이 소나타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다음과 같이 적어 보내기도 했다. “당신의 소나타가 저를 얼마나 흥분시켰는지 모릅니다. 3악장에서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선율이 흘러나왔을 때 제가 얼마나 황홀했었는지 당신은 충분히 짐작하시겠죠. 저는 이 곡을 `저의 음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이 곡에서 저처럼 황홀하고 슬픈 느낌을 받을 수 없으리라 믿기 때문이죠.”

서정적인 선율의 아름다움은 이 소나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만, 전곡을 통일시키는 `비의 노래'의 부점 리듬이야말로 이 소나타 전곡에 걸쳐 음악을 이끄는 핵심적인 동인이 된다. 또한 방황하는 듯 자유롭게 전개되는 리듬의 유희는 이 곡에 독창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6/4박자의 1악장에서는 4분 음표를 3+3과 2+2+2로 분할한 리듬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의해 동시에 전개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악센트의 위치를 바꾸어 절름거리는 뜻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어둡고 진지한 2악장에서는 리듬의 전개가 마치 안개와도 같이 애매모호하다. 그러다가 다시 3악장에 이르러 비의 노래 주제의 부점 리듬이 나오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화해 가는 리듬은 브람스 음악 특유의 애수와 서정성을 지닌 선율과 결합하여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작곡가 막스 레거는 `브람스는 베토벤 이후 가장 위대한 작곡가이다. 작곡의 기법에 관한한 그는 아주 독자적이다. 그의 손에서 피아노의 악보는 완전히 관현악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역시 그의 말은 옳았다.

■들어볼 만한 음반: 지아콘다 드 비토(바이올린), 에드윈 피셔(피아노) (1954,EMI); 헨릭 쉐링(바이올린),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 (1963, RCA); 정경화(바이올린) 피터 프랭클(피아노) (1997, EMI),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프리다 바워(피아노)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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