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 이야기 <2>
비틀 이야기 <2>
  • 의사신문
  • 승인 2008.03.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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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꾼 '딱정벌레'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슈마허가 쓴 책으로 세상의 자본 집중화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의 구호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책은 당시(그리고 현재)의 경제가 지속가능(sustainable)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한 책이다. 오일쇼크 당시 많은 사람들이 슈마허의 강연을 들었다. 당시는 새로운 대안들이 활발하게 나오던 시절이었다. Small이라는 것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으로 거대한 기업이나 자본의 집중에 의한 산업은 빙산과 같다. 이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교육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은 근로자를 만들고 또 생산할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소비자 역시 교육에 의해 세뇌된다. 교육은 소비 지향적인 수많은 사람들을 붕어빵처럼 양산한다.

오늘날의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극심한 경쟁도 시스템이 원하는 바이다. 체제 순응적이고 놀라울 만큼 소비적이며 별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들어 낸다. 어쩌면 필자를 포함하는 요즘 사람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슈마허의 비판 가운데 근대 경제학이 생활수준을 소비하는 양으로 평가하는 경향에 대한 집중적인 언급이 있다. 사람들은 경청했다.(별로 바뀐 것은 없지만)

선진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20∼30대가 되었을 때 오일 쇼크가 왔고 사회의 첫발을 딛던 당시의 경제 상항은 극히 좋지 않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실감이 나던 시절이라고 한다. 이들의 얇은 지갑을 덜어준 하나의 아이콘이자 발이 폭스바겐 비틀이었다. 무게가 2∼3톤씩 나가고 배기량도 크던 당시의 차들에 비하면 정말로 효율적이었다. 무게도 가볍고 잘 만들어졌으며 튼튼했고 정비도 쉬웠다. VW은 차들이 결코 궁상맞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광고에도 주력했다. 사람들의 정서에 호소하던 VW의 광고들은 지금 보아도 걸작이다. 비슷한 성격의 자동차로는 로버의 미니(지금의 BMW의 미니의 전신으로 훨씬 작았다)가 있다. 이들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당시의 신차 가격보다 상태 좋은 중고차들이 훨씬 비쌌다.

당시의 대형차들은 오일 쇼크를 거치면서 수백 Kg씩 감량을 했고 배기량도 낮추었으며 연비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유럽과 일본차들의 약진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틀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잘 안팔리는 차로 변했다.(그래서 70년대 중반 래빗이라고 부르는 골프 시리즈로 이어졌다) 요즘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번 말한 것 같은 니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의 발언을 포함해 뉴스위크 표지로 인도 타타 자동차의 나노가 등장한 것 같은 현상이다. CNN Money에는 벤츠의 스마트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니 요즘의 문화 아이콘이 새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겠느가? 이들을 쓰는 현재 원유는 배럴당 103달러 정도이고 휘발유는 리터당 1800원이 될지도 모른다. 무언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시대를 한참 앞서간 비틀은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존재였다. 독자들이 Youtube.com에서 `beetle vw commercial' 또는 `beetle vw classic' 같은 단어로 검색하면 수많은 비디오 클립들을 볼 수 있는데 어떤 것들은 경탄을 넘어 엽기적이기도 하다. 언덕에서 차량이 굴러 전복되어도 지붕이 내려앉지 않고 다시 굴러가는 광고라던가 볼트 5개를 풀면 엔진을 분해할 수 있는 간단한 정비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몇 명이 리프터 없이도 차를 분해하는 장면도 나온다. 필자도 몇 번 분해해 보면서 경탄했던 것은 더 이상 간단할 수 없는 간단함이다. 엔진은 공랭식으로 가볍고 간단하다. 수평대향의 H형으로 실린더 4개가 놓여있다. 케이블 몇개와 연료호스가 연결의 모든 것이다. 이것이 엔진룸의 전부다. 젠(zen 禪) 스타일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엔진에서 나오는 20마력부터 60마력 정도의 출력으로 만족할 수만 있다면 너무 간단해서 거의 고장날 것이 없는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

갑자기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새로운 미니멀리즘에 빠져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사실 작고 간단한 것이 좋을 때도 많다.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차들의 내구성은 경이적이었다. 엔진 오일만 갈면 몇만 킬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달릴 수가 있었다. 주인이 엔진오일을 가는 것을 몰라서 30년 동안 엔진오일을 갈지 않고 달린 비틀도 있었다. 엔진 역시 처음부터 생산의 종료까지 기본 디자인은 바뀌지 않았다. 그 근간은 단순한 것이었다. 차체도 엔진도 디자인의 경이였던 셈이다.(그리고 이 엔진들은 포르세의 356을 거쳐 911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런차로 사람들은 여행도 다니고 출퇴근도 하고 전쟁을 치루기도 하였으며 사막이나 극지를 다니기도 했다. 미술 작품을 만들기도 했고 딱정벌레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기도 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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