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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소타나 1번 사단조
바흐, 솔로 바이올린을 위한 소타나 1번 사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08.02.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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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화려한 바이올린의 세계


의학과 예술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많은 의사 선후배들 중 음악, 미술, 문학 등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별 지식이 없는 필자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 글을 연재하게 되어 쑥스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다른 동료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고전음악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장르별로 대표적인 곡을 선정해 이야기를 전개할 계획이다. 먼저 바이올린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애절함에 발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어느 음악실에서 들리는 눈부시게 화려한 선율에 숨이 막힌 적도 있었다. 이렇듯 바이올린의 오묘한 소리는 사람들의 막연한 아름다움의 동경이 되기도 한다.

독일 음악의 터전을 마련한 요한 세바스챤 바흐(1685∼1750)는 평균율을 통해 음악의 근간이 되는 화성과 대위법의 기초를 마련한 작곡가로 `서양 음악의 아버지'로 칭하고 있다.

바흐는 무반주 솔로 바이올린을 위해 모두 6편의 작품을 남겼다. 3편은 소나타 형식이며 3편을 파르티타 형식이다. `파르티타'가 춤곡의 모음인 반면, 소나타는 느리고-빠르고-느리고-빠른 네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졌다. 바로크시대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교회 소나타 양식을 따른 것이다.

서주에 해당하는 느린 악장 뒤에 빠른 푸가 악장과 가요풍의 3악장이 뒤를 잇고 활달한 무곡 리듬의 4악장이 전곡을 끝내는 구조다.

유려한 멜로디와 화성, 대위법이 총망라된 이 작품은 명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진 바흐가 가진 악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음악의 내용과 형식면에서 원숙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 변화무쌍한 기교를 담아냄으로써 18세기까지 바이올린이 지녔던 테크닉을 남김없이 선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바흐 작품들이 그러했듯,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역시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철저히 무관심 속에 잊혀져 있었다.

1814년에 발견된 이 곡의 필사본은 한 버터 상점에서 포장지로 쓰는 낡은 종이 뭉치들 틈에 끼어있을 정도였다. 그 뒤 독일 낭만파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트 다비트에 의해 그 진가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1909년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과 안드레아스 모저에 의해 최초로 현대적인 출판이 이루어 졌다. 이때부터 이 작품에 나타난 바흐의 독일 다성 음악적 전통과 그 독특한 형식, 연주 기교와 심오한 예술성은 많은 음악가들의 탐구대상이 되기 시작했으며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단선율처럼 보이는 음표들 속에 다성 음악적 흐름이 내재되어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렇듯 바흐의 음악세계는 무한의 거대한 우주 속에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들어볼 만한 음반 : 요셉 시게티의 뱅가드 녹음(1960년), 헨릭 쉐링 그라모폰 녹음 (1967년), 나탄 밀스타인의 그라모폰 녹음 (1975년)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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