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많이 먹는 차
기름 많이 먹는 차
  • 의사신문
  • 승인 2008.02.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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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기대…소비자 니즈와 연비

“불경기가 올지도 모른다. 기름 값이 비싸졌다. 생활물가가 오른다” 등등 여러 가지 뒤숭숭한 뉴스들이 들려오면 매니아들이라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분위기를 따라 같이 조금 움츠러드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시기에 사람들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연비다. 특히 시내에서의 연비라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일이 될지도 모르는 가운데서도 메이커들은 자꾸만 큰 차를 만들어 팔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아무래도 많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메이커들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미래의 수요까지 예측하는 것이 메이커의 과업은 아닐 듯하다.

차의 수요는 대부분 사람들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만들어 내는 것으로 수요창출을 위해 혈안이 된 메이커들이 작은차를 만들어 팔려고 애를 쓸 것인지 아닌지는 경기와 기름 값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두들 원하는 것은 배기량도 크고 덩치도 큰 차다. 내장이나 장식도 고급스러운 차를 원한다. 미국 시장에 차를 팔기 위해서는 캐딜락의 무의식을 벤치마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분명히 차는 신분의 상징도 되기 때문이다. 좋은 차를 몰고 다니면 사기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필자 역시도 속물 같기는 하지만 정말 뿌듯할 때가 있다.

필자는 최근 다른 차가 주차장에 서있는 차 범퍼를 날려버리는 황당한 사고를 당하여 SM7RE35와 W140(벤츠의 구형 S 클래스)을 빌려서 며칠 동안 타고 다녔다. 비교적 큰 차와 정말 큰 차를 타고 다닌 셈이다. 필자의 1905cc 배기량 차에 비하면 두 차 모두 문제가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것이 확실해 액셀레이터를 밟기가 무서웠다. 예전에 비슷한 차종을 몰고 다닐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기름 값이 1700원대가 되자 이상한 부담을 느낀 것이다. 액셀레이터를 세게 밟으면 덩치도 큰 차는 그만큼 기름을 많이 먹는 것은 당연하나 차종마다 기름을 많이 먹는 수치는 모두 다르다. ECU의 매핑부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세팅은 메이커의 엔진기술과 철학의 합작이다. 제작 당시의 기름 값을 반영하기도 한다. 잘 달리는 차라도 기름을 너무 많이 소모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요즘 같을 때 선택의 선호도는 떨어질 것이다.

SM7의 엔진은 닛산의 유명한 V6 고회전 엔진이다. 하지만 자동변속기에서는 차의 최고 토크인 4000 RPM 근처를 시내주행에서 느끼기도 힘들다. 변속은 D모드에서 훨씬 아래에서 일어나곤 하니까 RPM을 높이려면 킥다운을 몇 번해야 하고 기름을 퍼먹는다. 기분 좋게 풀 액셀이나 킥다운을 거듭하면 주유소를 더 빈번히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SM7만이 아니라 큰 차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작은 차로 바꾸면 간단히 해결되지만 막상 자기의 차라면 문제가 다르다. 사람의 어떤 허영심과 충돌을 일으킨다. 지구 온난화에 일조하거나 기름 값과 세금이 더 나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항상 신비로운 집단 심리학이 적용된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수입차 중에 혼다 어코드가 있다. 차의 무게는 1500Kg 대로 무거운 편은 아니다. 어코드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했다. 강철로 만든 새로운 형식의 프레임은 혁신으로 무게를 반정도 줄이면서 강성을 더했다고 한다. 275마력을 내는 강력한 엔진은 6실린더 모두 움직이다가 힘을 많이 쓰는 상황이 아니면 그중 4개내지 3개만 사용한다. 이건 정말 혁신적이다. 그런데도 연비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발표된 시내 연비는 우리나라의 차들과 비슷하다.

실제의 연비는 타보아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하나의 커다란 트렌드의 일부일 것이다. 가벼워지면 하체의 부담도 줄어들어 많은 장점이 생긴다. 다른 메이커들도 무게를 줄이는 데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미 고급차종 중에도 펜더같은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교체된 차들은 상당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얻어낸 귀중한 몇 Kg의 무게는 오디오나 다른 편의 장비에 다시 우선 순위를 내준다.

지금보다 연비가 더 문제가 된다면 항공기에 쓰는 구조재나 카본 때로는 특수한 플라스틱 같은 것들도 쓰일 것이고 차체의 가격 상승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유지비가 적게 드니까 많이 만들다보면 그 다양성 속에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첨단재료가 싸지기도 할 것이다. 메이커들이 이런 새로운 기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항공기에 쓰이는 구조기술을 응용할 준비도 되어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존의 차들이 잘 팔린다. 무게가 2톤이 넘어도 잘 팔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의 석유파동 때처럼 문제가 확실시 될 때마다 차들의 무게와 배기량이 급속히 줄어드는 등 기술적인 돌파구들을 선보인다. 그때까지 소비자들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부담이 느껴지면 메이커들이 답을 들고나올 시기는 멀지 않다고 보아도 된다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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