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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길 전 고대의료원장, "의료원 위상 높이는 발판 마련"
홍승길 전 고대의료원장, "의료원 위상 높이는 발판 마련"
  • 유경민 기자
  • 승인 2008.02.1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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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다.

이달 정년을 맞는 홍승길 전 고대의무부총장 및 의료원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간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행정가로서 걸어 온 여정을 되짚어 보며 많은 아쉬움을 전했다.

홍승길 전 의료원장은 4년 간의 고대의료원 수장을 지내면서 대외적으로는 고대의료원의 위상을 높이고 내적으로는 내실을 다니는 등 고대의료원이 발돋움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이로써 행정가 전문가로 인정받았지만 이면에 학자로서의 삶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의대 졸업 후 기초의학 분야를 택한 것은 평생 학자로서 연구하고 교육에 매진하겠다는 뜻에서 결정한 것이었다”는 홍 전 원장은 “의료원 내 보직을 맡아 여러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행정 전문가로 거듭나는 동안 교육에서는 멀어졌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의무부총장을 하면서는 시간에 쫒겨 단 한 번도 강의에 나서지 않았다”는 그는 “시험을 보는 학생은 공부한 만큼 답을 쓰면 되지만 강의를 하는 교수는 항상 100점을 맞을 만큼 완벽하게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 번 결정하면 초지일관하는 홍 전 원장의 뚝심은 국내 의학계에 신경생리학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

1970년 고려의대 졸업하고 1976~1978년 독일 킬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et zu Kiel)에서 신경생리학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슈미트 교수로부터 최신지견을 전수받았다.

이후 연구에 매진한 그는 미국 신경과학분야의 최대 규모 학회인 ‘Annual Neuroscience Meeting’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국제 전문학술지에 여러 논문을 실으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2년 이 분야 첫 학술단체인 ‘한국신경생물학회’를 창립, 현재의 이사장격인 간사장을 맡아 장 진 회장과 함께 회를 이끌었다.

이듬해 이 분야의 국제단체인 IBRO(International Brain Research Organization) 워크숍을 국내에 유치, 국제대회를 통해 국내 신경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기초의학 분야인 만큼 제자 양성에 남달랐던 그는 나흥식 고려의대 교수를 비롯해 생리학교수 커플인 한희철(고려의대)·백은주(아주의대) 교수 등에 대해 소개했다.

나 교수는 그 시절, 자원해서 연구실로 찾아와 함께 연구하며 고생한 동반자로, 한ㆍ백 교수 커플은 홍 원장이 4년 동안 회유해 생리학의 길을 걷게 만들었다는 데서 잊지 못 할 제자들로 남았다.

행정 및 경영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되돌아보면 고려의대 교학부장(1991년 9월~1994년 8월)을 시작으로 고려대 대학원 의학계열 교학부장(1995년 8월~1999년 1월), 의대 학장(2000년 9월~2002년 8월),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2003년 10월~2007년 9월) 등 쉴 새없이 달려왔다.

올 1월부터는 대한병원협회 병원경영연구원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홍 전 원장은 “의무부총장에 오르면서 고대의대의 위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며 “행정개혁과 함께 규모를 키워야겠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계획 아래 “구로병원부터 시작해 안산ㆍ안암병원까지 교수연구동을 만든 것, 이로써 병실이 늘어나 수입 창출에 이른 것”과 “응급실 자리를 옮긴 것”을 제일 잘 한 일로 꼽았다.

응급실이 의료원 입구에 있으면 병원을 들고 나는 환자 및 보호자들의 맘이 더 심란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현재는 의료원 입구에 산뜻한 건진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홍 전 원장은 퇴임 후에도 쉬지 않는다. 다음 달 3일부터는 고대의료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출근한다.새로운 일터에 대해서는 ‘서울 소재 한 의료원’이라고만 소개할 뿐 말을 아꼈다.

“지금까지와는 단절된 제2의 인생이 아니라 그동안 밟아온 삶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고 전하는 홍 전 원장의 말을 통해 행정ㆍ경영 전문가로서의 그의 면모가 다시 한 번 발휘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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