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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의 개원가와 정부의 의료덤핑
고사 직전의 개원가와 정부의 의료덤핑
  • 의사신문
  • 승인 2008.01.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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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 남소자 원장
국내 의료계의 현장은 한마디로 모순덩어리에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역주행을 일삼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에 규제는 턱없이 엄격하고 끝내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한 국민의료비 부담을 막고 공공의료 혁신을 안정적으로 추진한다는 명분아래 의료시장의 덤핑화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정책아닌 꼼수를 쓰고 있다.

극빈층과 의료취약지역 국민을 위하는 취지의 보건소가 원가에도 못미치는 의료수가로 고전하고 있는 개원가의 환자를 겨냥, 덤핑의료비를 받아 환자 유치경쟁에 뛰어듦으로써 의료 난장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치졸한 정책이나 펴고 있는지, 이러고서도 의료개혁을 구두선처럼 외며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행위로 체통을 잃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꼭 의사가 필요한 산간오지나 응급상황이 펼쳐져도 정기적인 배편이 없어 속절없이 죽거나 고통을 당해야 하는 섬 주민들을 위한 보건소 증설은 외면한 채 병원이 많은 도시에 보건소를 확충하겠다는 것은 의료비 덤핑으로 개원의들과 이전투구식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어떤 정책이든 번드르르한 첫 취지와 같이 실시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조금씩 변질되어 이용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그것이 곧 관례화되어 인기영합적 정책으로 고착화되는 것이 여태까지의 현실이다.

이번 보건소 확충안도 처음 취지는 극빈층의 의료비를 줄여준다는 포퓰리즘적 정책이었지만 보건소의 일반 병원화가 어디 뜻대로 되는 것인가.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보건소가 그 경영이 방만해지면 적자를 보게 되고 탁상의 높은 분들은 예산이 모자란다고 닦달하면 실무자들은 본의 아닌 환자유치를 할 수 밖에 없어 자연히 일반 개원가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 보건지소 운영은 벌써 그런 징조를 보이고 있다.

극빈층이 아닌 중산층 환자들도 같은 병에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을 타기 위해 보건지소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통상 한 달에 한 번 처방을 받아 약을 타먹는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약국에서 약제비 본인 부담금을 면제받기 위해 총약제비를 1만원 이하가 되도록 1주일 단위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덕적 해이를 충동질당한 만성병환자들은 싼 게 비지떡이 아닌 똑같은 조건의 약을 탈 수 있어 개원의들을 외면, 민간의료말살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진료남용은 바로 건보재정의 부담증가를 유발시켜 결국 건보료 인상으로 적자를 메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눈먼 장사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정책이 없이도 건보료 상승요인이 많아 국민들이 아우성인데 남(개원의)을 못살게 하고 국민의 세금을 올리는 정책은 그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보험료율을 4.77%에서 내년에는 5.08%로 올릴 계획인데 여러 가지로 펴는 인기영합정책이 이 요율을 해가 갈수록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거기다 건보공단 직영병원 추가건립이란 정책은 무엇인가.

직영병원이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하고 민간병원이 투명성 지표개발을 위해 확충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현재의 일산병원은 흑자를 보는 병원인가.

적지 않은 적자로 의료인들을 공단소속 월급쟁이로 만들고 있지만 적자가 쌓이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버틸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문제 많은 정책이 보건행정가에 의해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개인을 짓밝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펴는 의료국가주의가 안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현재 재정난으로 파산지경에 이른 서독이나 영국의 의료정책이 그렇게도 좋은가. 대한민국 의료는 그들 못지않은 선진국이다. 다만, 정책만 후진국일 뿐이다.

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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