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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답이다
독서가 답이다
  • 의사신문
  • 승인 2008.01.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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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철<영남대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 심민철 원장
미래학자 구-보디망은 지금의 결혼 제도는 기대 수명이 50세일 때 부부가 20∼30년쯤 함께 살던 시대에 정착됐으므로, 장래에는 수명이 늘어나 평생에 2∼3번의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렇게 될 지 안될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라고 생각했던 결혼도 늘어난 수명에 맞추어 재설계해야한다고 하는데,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지식은 얼마나 자주 재충전해야 할까?

농경시대에는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해도 농사짓는데 지장이 없었으며 산업사회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도 한평생 살아가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정보화시대로 접어들면서 과거의 경험과 지식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농경시대에는 호미와 곡괭이가 생산도구였고 산업화 사회에서는 각종 기계가 생산도구였다면 정보화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생산도구인 것이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이며 지식기반사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식과 사람이다.

정보화 시대에 다시 독서가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영상매체들과 인터넷이 마치 책을 대신할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지식과 교양의 기반은 독서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독서만큼 매력적인 도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국가적, 국민적 차원의 독서가 보편화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남녀의 월 평균 독서량이 0.5권이 안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학교에서 조성되고 있는 독서 붐과, 여러 기업들이 지식경영, 독서경영, 독서교육 등 독서를 통한 인적자원 계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정보를 수송하는 유연한 방법이다. 컴퓨터는 우리를 앞질러 가지만, 책은 우리의 속도로 움직이는 완벽한 도구”라며 독서를 권장했다. 운동과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통해 보다 많은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또한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런 것은 나를 비롯한 사회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며 원천이다. 책을 읽고 안 읽고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디지털로 변화하고 있지만 인간적인 사랑을 더욱 갈구하고 있다. 지식의 재충전과 인간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독서만한 게 없을 것이다.

아프고 나약해진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병원은 지극한 인간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곳이다. 병원이야말로 독서를 통해 내부고객의 정서순화와 타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를 깨우치게 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참된 인간사랑을 실천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간사랑 실천을 위해 영남대학교의료원에서는 지난 7월 전국 의료기관 최초로 독서경영을 도입함으로써 자발적으로 환자나 동료에 대해 진정한 사랑과 배려를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이 도입한 `독서경영'은 다양한 직종이 혼재하고 있는 병원의 특성에 맞게 추진되고 있다. 진료부문, 고객접점부문, 지원부문으로 나누어 각기 필독도서 목록을 개발하여 전 교직원이 읽도록 하고 독후감 공모, 테마별 도서, 관리자 필독도서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서릴레이도 진행할 예정이다. 독서가 즐거운 것이어야 하듯이 독서경영 또한 모두가 공감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원에서의 독서경영은 여러 기업에서 실천하고 있는 독서경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한 느낌과 주제를 현장에 접목하여 그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독서를 통해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궁극적으로는 물리적 치료와 더불어 정신적 만족이 결합된 최상의 의료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이미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받은 상태이므로 이 환자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헤아려야 하는 것이다.

이제 병원에서도 기계적인 치료를 넘어 인간의 영혼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병원을 찾는 환자를 인간적으로 지극히 사랑하고 그 분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의료의 시작이자 최선의 치유를 위한 원천이다. 이를 위해 독서가 그 중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심민철<영남대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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