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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하여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하여
  • 의사신문
  • 승인 2008.01.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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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철<영남대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 심민철 원장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로 대표적인 것이 폭력시위 모습이다. 머리에 붉은 띠를 하고 얼굴을 가린 채 죽창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버스를 불태우는 모습으로 말미암아 한국은 소요와 방화로 얼룩진 불법천지 나라로 오해받기 일쑤다.

우리나라에서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피해는 12조 3천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고 한다. GDP의 1.5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불법폭력시위를 근절할 수만 있어도 1% 이상의 성장률을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이 10.3%로 떨어졌다고 한다. 1977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이다. 근로자가 늘고 있는데 노조 가입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은 노동운동 세력이 경제계와 근로자들에게서 신뢰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19세기 이래 공장제 산업과 함께 성장하던 노동조합은 공장이 쇠퇴함에 따라 조직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노동조합의 변화, 특히 조직률 하락의 원인은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블루칼라 대신 화이트칼라가 증가하는 구조적 변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때문이다.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은 집단적인 노동조합보다는 스스로의 행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으며 업무처리에 재량권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정보통신 기술의 등장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구분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으며 근로자들도 경영자와 같은 수준의 정보를 갖게 하였다.

자연히 근로자들은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자기의 책임하에서 일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이는 일방적인 명령과 통제를 가정하는 전통적인 고용관계의 성격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관계의 성격이 변함에 따라 고용주와 대립적인 관계를 설정해놓고 있는 전통적인 노동조합은 조직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또한, IT 및 운송시설의 발달로 국가 및 지역간의 장벽이 낮아져 노조가 특정부문에 독점력을 행사하고자하여도 곧 다른 곳으로 신속한 대체를 유발한다. 노조의 파업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려면 파업의 결과 발생하는 생산차질이 한곳에서 지속되어야 하는데 생산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조의 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병원도 노사 대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해마다 파업의 협박과 고통을 겪고 있다. 많은 환자 등이 사용하는 로비에서 자극적인 구호와 집단행동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마음을 찌푸리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로비를 비롯한 병원의 공간은 환자, 보호자 그리고 의학을 공부하는 의과대학생 나아가 병원을 찾는 시민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장소다. 같은 직장의 직원으로서 나아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건전하게 대화하고 건의하는 문화가 아쉽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우리가 수 년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근로시간이 깨어진 지 오래다. 또 같은 시대를 사는 이들끼리도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가는 집단이 있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집단이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속도차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산업의 특성상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평생학습이 필수적이다. 다음세대의 노조와 직능단체는 근로자들에게 평생학습을 제공할 것이다. 미국의 정보통신노조는 평생학습을 강조하는 노조 중 하나다. 경영자는 회사를 경영하고 근로자는 고통을 받는 식의 적대적인 노사관계모델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며,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교육에 나서 그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기업발전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이제 특정 계급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개개인의 발전과 자기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학습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면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새해 새정부에서의 노사관계는 이기고 지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책무를 소중히 여기며 서로를 존경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민철<영남대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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