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고르기
차 고르기
  • 의사신문
  • 승인 2007.12.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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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세그먼트

집사람 차를 골라주면서 여러 가지 차들을 다시 타보고 검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철없어 보이는 매니아 근성을 누르면서 처음 부딪힌 문제는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의 문제였고 결국은 대세인 자동 변속기를 단 차를 고를 수밖에 없는 현실과 적당한 차의 사이즈문제 그 다음은 색상, 그리고 가격의 문제까지 이르렀다.

결국은 w124 차종과 푸조 605중에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도 중요한 키포인트가 있다. 결국 소비자는 자기가 알고 있던 브랜드를 고른다는 것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현재 타고 있는 차종을 다시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수입차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와 벤츠 아니면 렉서스 같은 차종을 제외하고는 지금부터 인기를 끄는 차종이 앞으로도 점유율면에서 유리할지 모른다. 차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측면이 있다. 사람들은 길들여진다.

필자의 경우는 대우차종을 거의 전기종 몰아보았기 때문에 대우의 서비스와 미캐닉들에 길들여져 있고 훨씬 덜 예민한 다른 소비자들도 자기가 타던 회사의 차를 탄다. 관성의 법칙이다. 만약 독자들 가운데 차의 평가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이 있다면 carsurvey.org라는 사이트에 가서 차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차를 타보고 평가를 적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차를 타면서 만난 문제점을 적고 감상을 적은 다음에 이 회사의 차를 더 탈것이냐고 묻는다. 놀랍게 많은 퍼센트의 사람이 yes라고 대답한다. 그전에 타던 차종도 살펴보면 같은 회사의 차인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같은 차종에 대해 극과 극인 평가를 내리고 무난하다라고 평가를 내리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일종의 기묘한 심리전인 셈이다.

그리고 차의 세그멘트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차 상태의 가격과 타는 수요자층을 고려한 용어인데 어떤 집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용어다. w124의 경우는 분류시 `mid-sized luxury vehicl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미국에 수출하는 차종의 경우 luxury라는 용어는 결국 비싸다는 의미다. 비슷한 유럽측 용어인 `executive car'라는 세그멘트는 그보다는 저렴하지만 차의 크기는 large family car보다는 크며 조금 비싸다는 의미로 읽으면 된다.

실제로 w124의 크기는 신형 그랜저보다 작아 보인다. 필자가 고른 차는 이 둘 중의 하나이므로 비교적 큰 차에 속한다.(결국 605를 고른 것은 그 차의 정비이력을 모두 알기 때문에 산 것이지만 번번이 w124 같이 중요한 차종을 타볼 기회를 놓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런 혼동은 미국과 유럽(특히 영국)의 차 사이즈에 대한 개념이 다른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더 가까울 것이다.

결국 필자도 나이가 40대가 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무난한 차를 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인해야 했다. great road holding또는 superb road grip과 같은 커다란 장점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 코너를 돌때의 놀라운 감성은 예전의 자동차 평론가들이 극찬을 했던 부분이지만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더 부드러운 코너링이다. 그리고 우리 집사람이 몰면서는 아마 그저 짱짱한 코너링 정도의 느낌으로 평가할 것이다. 그 정도인 것이다. 그 대신 필자 역시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차를 바라보면서 차의 실내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필자가 좋아하는 작은 차들은 `small sized vehicle'나 조금 크다고 해봐야 `large sized family vehicle' 정도다. 아반테 정도면 큰 차에 속한다. 당연히 실내의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내가 좁으면 그런 것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차가 조금만 커지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어쩌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발견했던 것이다. 그러니 오리지널 장미무늬목의 장식 같은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필자에게도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던 것이다. 차들을 많이 타보면서도 미처 몰랐던 중요한 요소를 차를 골라주면서 배웠다. 빠르고 예리한 차들만 좋아하다가 일상의 차에서 얻는 즐거움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대신 필자는 1990년대 빠른 차들의 마케팅 전략의 이상한 요소에 너무 홀려있지 않았나 하는 자각을 얻게 되었다. 어차피 메이커는 여러 가지 차들을 팔아야 하니까 판매 타깃도 다양했다. 그런데 이제는 보이레이서 같이 쌩쌩 달리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때가 늘고 있다.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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