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바꾸면서
차를 바꾸면서
  • 의사신문
  • 승인 2007.12.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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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어려운 차종선택

여자들의 치마길이가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차의 색상선택도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요소들과 연계되어 있겠지만 수십년간 관찰되어온 사실이다.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따라 선호되는 색상이 바뀐다고 한다. 그 색상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돌아가고 있다. 기름 값이나 세대의 변화에 따른 경제심리학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고동색이 인기가 있던 시절도 있었고 금색에 가까운 모래색이나 아이보리 색상이 인기가 있던 적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파란색이, 그전까지는 우울함을 연상시키던 색상이 , 인기가 높아져서 소형차들에 많이 쓰이고 있다. 사람들이 파란색을 친밀하게 여기는 현상이 디자이너들에게는 기이한 현상이었다고 전한다. 이들은 모두 패션이자 심리학이다. 색이 마음에 든다고 차가 잘 달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차의 페인팅은 동물의 외피와 같다. 잘 어울려야 한다. 보는 사람도 운전중인 사람도 이 생태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무튼 집사람이 은색을 원한다고 했으니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은색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는 사람들이 은색을 괜찮게 여기는 경우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은색의 잠재된 심리학의 의미는 무엇일까?

게다가 색상뿐만 아니라 너무 흔해 보이는 차는 싫다는 것이다. 매일 타는 차가 아니라 선택이 조금 더 까다롭게 되었다. 조금 달라보이고 싶다는 욕구 역시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중형차들로 신차부터 보기로 했다. 대우의 토스카는 너무 둔해 보인다는 이유로 퇴자를 맞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직렬 6기통에 5단 자동 변속기는 가격 대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는 생각이고 얼마 전 실시한 안전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로지 싫은 이유는 디자인이 크고 둔하게 보인다는 점이었다. NF소나타는 너무 흔하고 SM5는 조금 비싼 것 같다는 등등 이유는 많았다. 매장의 자동차 세일즈맨들이 열심히 설득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피곤하긴 하지만 돈이 많지 않더라도 확실히 무언가 다른 차를 원하는 소비자의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 지나친 추측일까? 우리나라의 수입차가 5%를 넘었고 그중에는 A/S부터 시작해서 황당한 차종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중형차들도 성능은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늘어난다. 결국 중소형차중에 조금 색다른 놈을 골라줄 수 밖에 없었다. 예산은 물론 한정되어 있다.

처음 고려한 수입차 중에는 약간의 주행거리를 갖는 폭스바겐의 뉴비틀이 있었는데 문짝이 2개뿐이다. 디자인은 만족할만 하지만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데 불편할 뿐만 아니라 가끔 필자가 없을 때 나이드신 분들을 태우고 다니기에는 전혀 적당하지 않았다.(그리고 비틀의 엔진룸이나 차량 구성은 의외로 정비접근성은 나쁜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푸조의 소형 해치백도 4도어긴 하지만 사이즈문제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또한 SUV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런 차들도 배제해야 했다.

몇만 킬로도 안달린 푸조 607의 중고가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긴 하지만 이차의 정비비용은 너무 잘 알고 있어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부자가 아니다) 폭스바겐 골프는 마침 적당한 차들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파사트 역시 적당한 차들이 없었다.(이 차들의 정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중고차를 구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는 법이다. 필자가 꼭 타보고 싶어했던 구형벤츠 W124들은 요즘 값들이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하필이면 너무 주행거리가 긴 차들만 눈에 들어와서 포기했다.

고장이 자주 나면 안되고 디자인도 무난하며 색상도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충족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이다. 차가 나쁘거나 불안한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묘한 경향들도 있다. B사의 소형클래스의 4기통 엔진은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주행 도중 서는 수가 있다고 하는데 동호회 게시판에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니 사실인 것 같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차 고르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또 얼마의 세월이 지났다.  그러다가 누가 구형의 푸조 605를 싸게 던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행거리가 짧은 W124도 한대 등장했다. 605는 은색 W124는 검은색이었다. 또 지리한 협상과 타협이 시작되었다. 약간의 연비 거품부터 시작한 고민은 다시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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