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줄에 선 의사의 삶
40줄에 선 의사의 삶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로서 진료를 시작한지 십여년이 되었다. 선배 의사들의 경험에 비하면 매우 짧지만, 매일 좁은 진료실에 갇혀 살며 나이를 먹다 보니 어느 때 부턴가 슬슬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트레이닝 과정에 이어 개업해서 자리잡는 긴 시간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고통과 인생에 전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외부 상황에 대해 담을 쌓아놓고 지내서 그런지 어느새 내 주위의 많은 것이 놀랄 정도로 변해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자신의 일부 같던 아이들도 벌써 감정적인 독립을 기대하는 나이가 돼버렸고 나의 성과물들은 성에 차지 않고 나의 몸과 마음에서는 에너지가 많이 빠져나간 것 같다.

오랜 친구가 던진 “지금 진정으로 행복해졌는지, 그동안 나름대로 확고하고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던 자아가 망가지지 않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감이 점점 없어져 보인다. 네가 행복해지기 위해 진정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물을 때 대답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그동안 경쟁과 집착, 가족들에 대한 맹목적인 의무감이 내 삶의 주였지 나 자신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배려는 아니었던 것을 느낀다. 최근 들어 여유를 가지며 만나기 시작한 옛 중·고교 동창 녀석들을 보면 이들에게도 지난 시간동안 이미 많은 변화가 휩쓸고 지난 것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의사보다 커리어를 위한 시간이 짧아서인지 이미 중견의 위치를 지나서 있고 직업군이 다른 시각에서 보는 색다른 성숙한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최근 관심사도 다름아닌 지극한 자기 행복 자체로 변해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려서 형성됐던 인생관으로 한 세대를 살아왔고 이제는 그것이 한차례 보링을 해야 하는 시기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삶의 모습은 과거의 조건과 판이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좀더 자신에게 정직해야 진정 행복으로 좀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의과대학시절의 에너지를 불러올 수 있는 나머지 인생을 준비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에 도달한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부끄럽기는 하지만 비로소 다시 자기 자신에 대해 공들여 관심을 갖게 된다. 〈객원기자〉







조재근 - 금천구의사회 공보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