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바꾸면서 - 색상의 선택
차를 바꾸면서 - 색상의 선택
  • 의사신문
  • 승인 2007.12.1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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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의 야성' 드디어 끝?

약 1년전 집사람이 타던 프린스의 점화코일이 탈이 나고 말았다. 차가 공회전이 안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점화 스파크가 이상하게 튀다가 결국 시동 불능이 되고 말았다. 그 전에는 전혀 문제없이 12년 동안 잘 달렸다.

대우 자동차 대리점에서 부르는 황당한 가격과 1∼2주의 부품 수배 기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장안평에 아직 남아있는 고물상에서 하나 구해 차에 달아놓으니 차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달리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작업이었으나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말았다. 차를 바꾸고 싶어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프린스를 아주 좋아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사태를 악화시키는 첫 이유로는 차의 색상이었고 다른 요소는 운전을 익히면서 콘크리트 전봇대와 부딪히거나 벽을 긁은 자국들이 몇 군데가 있었다. 결국 이 차는 체면유지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몇 달 뒤 스타터가 노쇠하여 자연사망한 후 차를 바꾸어야만 하는 압력에 부딪혔다. 아이들까지 가세한 압력에 프린스는 스타터를 교체하지 않은 상태로 폐차되고 말았다. 엔진도 변속기도 모두 멀쩡한 차가 그대로 폐차장으로 견인되어 갔다. 조선시대에는 바늘이 부러지자 조침문을 쓴 사람도 있었다지만 프린스는 필자 말고는 아무도 억울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가족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불쌍한 차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차를 고르기 위한 작은 전쟁이 일어나 해결까지 4∼5개월이 걸렸다. 결국은 별로 부자가 아니라는 현실이 작용해서 중고차를 골라주고 말았지만 그 과정은 마니아인 필자와 그 반대인 사람의 절충과 충돌의 연속이었다. 차의 선택문제의 요점은 디자인과 패션이었다. 성능이 아니었다. 사실 성능이 좋을 필요도 없다. 한 달에 200Km 도 달리지 않는 차, 그것도 삼성동과 대치동을 왕복하며 달려볼 길조차 없는 곳에서 고성능일 이유는 전혀 없으며 클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너무 작은 차나 너무 흔한 차는 싫다고 한다. 참으로 어려운 선택과제였다.

제일 처음 제시한 옵션이 필자의 차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보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후보는 이탈리안 레드와 비슷한 빨간색으로 같은 디자인이라도 시선이 쏠린다. 그래서 수줍음을 타는 필자는 튀는 것이 싫어 잘 타고 다니지 않는다. 만약 이 차가 선택되면 차는 운행하는 상태로 유지되고 더 오래 보존될 것이 분명했다. 은색이나 레드 중 하나를 고르면 필자의 고민은 해결될 터였다. 차량 한 대의 주차 문제도 없어지고 더욱이 새 차를 산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의외로 은색을 타겠다고 했다. 의외였다. 은색은 너무 흔하지 않은가. 몇 년 동안 은색은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다. 사실 수입차종은 은색이 제일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분명하고 국산차들도 은색의 인기는 대단하다. 다시 차를 한달간 시험 주행한 후의 결론은 수동 변속기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결론은 은색이 예상외로 선호된다는 사실이었다. 또 사람들이 수동 변속기를 하나의 무형문화재처럼 취급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두 가지 사실이 모두 사실이면서도 사실이 아니다. 우선 최신의 유행은 은색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이다. 7년 동안 불변의 1위였던 은색이 밀려나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이 은색을 누르고 1위 색상에 등극중이다. 은색은 7년째 아성에서 조만간 밀려날 전망이다. 최근 듀퐁이 발표한 2007 세계 자동차 인기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에서 흰색이 최고의 색상을 기록했다. 유럽의 1위 색상은 검은색이 차지했다. 은색은 다만 중국 한국 브라질 등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한 덕분에 전세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55년째 보고서를 내고 있는 듀퐁은 이런 변화가 전세계적인 가구와 패션, 소비재, 산업디자인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에서 흰색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흰색은 전체 자동차의 19%, 트럭과 SUV에선 26%로 1위에 올랐다.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도 흰색은 검은색과 같은 비율을 보이며 수위에 올랐다. 변속기는 자동변속기에서 DSG나 SENSODRIVE 같은 수동과 자동의 절충들이 앞으로의 대세가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은색, 은색의 차종에서 골라야 하는 것이 분명했다. 색상의 선택 이후에는 차의 스타일링이 또 문제였다. 이를테면 트렁크가 너무 커 보이는 차를 싫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차를 고르는 것은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적을 주제지만 정말 고려해야 할 일들이 그토록 많을 줄은 몰랐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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