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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린 대로 거두옵서소
뿌린 대로 거두옵서소
  • 의사신문
  • 승인 2007.12.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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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성 <성북구의사회 회장>

▲ 노순성 원장
복 돼지해도 저물어 간다. 연초 희망의 꿈은 얼마나 이루었나 생각해 본다.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성경의 `씨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씀을 금언으로 세기고 있다. 씨를 때 맞춰 잘 뿌리고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지만, 뿌린 씨가 길가나, 돌밭, 가시덤풀에 떨어지면 잘 자라지 못하거나 죽고, 좋은 땅에 떨어져야 잘 자란다는 말씀이다.

의협, 시군구의사회에서 좋은 정책과 대안의 씨를 대정부, 국회, 시민사회에 잘 뿌리고 가꾸려 해도, 회원들의 회비나 정치후원금 등 비료를 주어 좋은 땅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품안의 자식도 예쁜 짓을 해야 정이 가고 주고 싶어진다. 관계가 나쁘면 의절하기도 한다. 형제, 부부간에도 애정이 없으면 무엇을 주고 싶겠는가. 하물며 친구, 동료, 이웃, 사회, 국민들로부터 내가 사랑을 먼저 주고 베풀지 않고 무엇을 받아낼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의사들은 지난 10년 처절하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국가정책의 제정과 집행의 전권과 막강한 홍보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나 지자체단체장과 국회의원으로부터 무시당했고, 국민들로부터도 호응을 받지 못했다. 여당과 복지부는 100%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만든다. 관제 시민단체, 복지부와 건정심은 모두 철의 삼각을 이루어 이쁜 짓하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법안을 생산하고 세부조항을 다듬어 나간다.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청메포럼, 뉴라이트연합 등을 통한 특정후보 지지자들도 있다. 얼마 전 의협에서 2명의 후보를 초청, 의료정책을 들었다. 약사회는 2만회원이 모인 자리에 여러 명의 유력후보 초청, 약사 정책을 들었다.

의사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더니, 그 쪽에 가서는 약사의 자존심을 더 살리겠다고 한다. 회원 수보다는 참석자 수에 비례해서 힘이 더 실리는 것 같다. 짝사랑만 해선 안 되겠다. 잘 선택해야겠지만 누가 되어도 방심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글을 잘 써 신문잡지에 게제, 언변이 좋아 방송에 나가 대국민 설득을 잘하거나 광고를 통해 의협입장을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최근 의협에서 정치세력화, 대외협력사업단 발족 활동에 이어, 전 국회의원 상대로 전국 시군구지회에서 각각 소속 국회의원, 지자체단체장의 후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자는 주장은 공감이 간다.

의료법개정,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국회 통과는 의협과 열렬 회원들의 노력으로 일단 저지시켰다. 불법단체예방접종근절과 법제. 보험, 회계 등의 연수교육도 서울시의사회의 성공작으로 칭찬받을 만하다.

신문, 방송에서 의료계 등 전문직의 불성실 세무신고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연말정산간소화 공단 비급여 신고는 각자 매년 세무서에 신고하던 방식으로라도 자료제출을 피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내년 의료수가는 2.3%로 결정났다. 고자세의 건강보험공단과 협상에 굴욕을 느껴 건정심에 간들 달라질 것이 없음은 예견된 일이다.

지난 봄 의협 박효길 전 보험부회장이 서울시내 25개구를 순회하며 환산지수산정자료표 작성을 돈줘가며 부탁했다.

공단, 심평원에서는 매년 대학 등 연구소에 용역을 주어 치밀하게 수가계약에 대비하고 있으니, 우리도 적자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왜 수가 인상이 필요한지 소명자료를 요청했으나 마이동풍. 씨 뿌린 대로 거둔다.

보건소가 예방과 교육이라는 고유 업무에서 극빈자, 고령자 상대로 무료예방접종이나 진료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진료시간 연장, 진료대상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보건소 건물증축, 넓은 진료공간확보, 화려한 인테리어, 첨단 의료장비 등을 통해 종합병원을 꿈꾸는 조짐은 수년 전부터 나타났다.

선심성 도시형보건지소 시범사업(노원구)이 논란이 되고 있다. 주변 병의원이 환자를 빼앗겨 타격이 커진다고 울상이다. 아무도 눈물을 닦아 주지 않는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보건소, 지소로 환자러시가 일어날 테고, 가뜩이나 선심성 의료보장성 강화로 적자인 보험재정은 파탄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의료보험료 인상 고공행진의 주범이라 홍보하는 쪽이 현명한 대응이라고 본다.

노순성 <성북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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