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45 (목)
보이지 않는 비용, 복잡함의 대가
보이지 않는 비용, 복잡함의 대가
  • 의사신문
  • 승인 2007.12.07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의성 증대가 가져오는 '득과실'

얼마 전 자동차 공장에 놀러갔다가 부서진 헤드라이트를 얻었다. 과거와는 달리 완전한 하나의 로봇처럼 보인다. 그만큼 복잡하게 생겼다. 그 차의 주인은 살짝 장애물을 받은 결과 청구된 수리비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사실 램프의 안을 보면 기계 셔틀을 만드는 비용이 비싼 것은 바로 이해가 간다. 기어박스나 모터의 성능 그리고 만듬새를 보면 비싼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부품들이 증가하는 것이 과연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가이다.

완전하게 박살난 램프는 신품이었을 때 소매가격 100만원대 초중반대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문제는 1억이나 2억원 짜리 차가 아니라 4∼5000만원 짜리 차량의 헤드라이트 소매가가 그렇다는 점이다. 요즘의 우리나라의 고급차들 역시 복잡해져서 적어도 몇 십만원은 된다. HID 또는 프로젝션 램프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는 것처럼 메이커들이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 비싼 부품들에 대해 좀체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새로운 조명시스템에서는 헤드라이트의 방향이 자동으로 조절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지만 반드시 필요한 기능도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다. 한번 `쿵'하고 살짝 모퉁이를 박으면 플라스틱 덩어리는 깨지고 곧이어 놀랄 만큼 비싼 수리비가 청구된다.

차들에 신형조명을 적용시키면 가시거리가 늘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안전성이 증가해서 좋겠지만 좌우의 라이트를 합하면 중고차 한 대 가격이 되기도 하다. 약간의 가시성 증가를 위해 예상외로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셈이다. 외진 도로에서는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차의 주행방향에 맞추어 헤드라이트를 조금 돌려주는 기능이 붙어있는 차들도 있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것들이 없어도 별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메이커의 상술 때문은 아니겠지만 4∼5만원짜리 유리렌즈를 가진 과거의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100만원대 헤드라이트의 가격대 성능비는 얼마나 될지 필자로서는 정말 궁금하다. 램프류도 3∼4000원대의 H4에 비해 깜짝 놀랄만큼 비싼데도 불구하고 기본 옵션으로 되어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야한다. 그리고 부품들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얼마 지나면 우리나라의 차들도 진보된 조명 시스템을 채택한 이유로 수십만원대의 헤드라이트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수도권처럼 항상 막혀 있는 길에서는 프로젝트 램프가 평상시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

유럽에서는 당연히 예전부터 순정보다 약간 낮거나 동급의 부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업체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써드파티 업체를 이용한다. OEM업체의 수준보다 약간 낮은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소비자의 과다지출을 막아준다. 독과점에 가까운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불필요할 정도로 좋은 성능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차에는 꽤 많다. LED로 만들어진 테일라이트 같은 것들도 그렇다. LED로 만들어진 덕분에 가격은 과거 수만원에서 10만원대이던 것들이 대폭 상승하여 역시 100만원대에 접근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선호한다) 엔진이나 변속기 그리고 주행장치의 성능은 많이 좋아졌지만 가격이 몇백 퍼센트 오른 것은 아니다. 반면에 편의 장치와 주변장치의 가격은 대폭 올랐다.

차들은 편의와 안전장치가 증가하여 좋아졌지만 무게와 부피가 커졌고 그 효과로 연비의 저하와 하체 부품의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타이어의 크기도 증가한다, 부피가 커진 상체와 타이어는 당연히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한다. 엔진이나 변속기에서 아무리 많은 개선이 일어나도 유지비는 증가한다.

앞으로 차들은 중간급의 차들은 없어지고 양극화되는 경향이 생길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헤드라이트 케이스처럼 어떤 부품들은 높은 품질로 몰아붙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도상국에 파는 200만원대의 저가차량처럼 저렴한 차들을 개발한다. 저가차의 부품은 정말 싸다. 중간 세그멘트의 차들의 부품수준을 갖가지 이유로 슬그머니 올려놓아 일정한 마진을 확보하고 저가 시장에서는 피튀기는 단가의 경쟁을 한다. 일반적인 고급차 헤드라이트 값이면 저가차를 살 수 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헤드라이트만 이야기했지만 이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신비로운 현상이다. 소비자에게 지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은 많다. 

〈송파 대광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