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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며 <3>
봄을 기다리며 <3>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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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한 남자가 병원에 내원했다. 절단된 성기를 재건하기 위해서였다. 4년 전 자신의 성기를 칼로 자르고 절에 들어가 수도하다가 하산했노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위행위와 포르노에 탐닉했고 고등학교부터는 성관계를 시작해 성기를 자를 때까지 계속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엔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는 번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참을 수 없는 성욕과 성행위로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그럴수록 성에 대한 집착은 강했고 정상적인 성 관계보다는 문란한 형태로 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자르고 수도하면 성적욕구와 죄책감으로부터 자유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욕은 창조주가 우리에게 주신 질서다. 선물이고 축복이다. 결혼제도 안에서 누리는 즐거움이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계모의 무관심과 학대가 힘들었다고 했다. 모든 중독-성, 도박, 마약, 술-은 힘든 현실을 도피하려는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한다. 힘든 현실과 상황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보다는 그 현장을 피해 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바다이야기가 한창이다. 피해자는 대부분 저소득 계층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피와 땀으로 극복하기 보다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다가 몸과 마음과 돈이 날아간다. 날씨가 제법 차다. 계절의 순서에는 변화가 없다. 꽃이 피고 녹음이 지고 낙엽이 지고 나무는 겨울을 잉태한다. 뜨거운 태양을 견딘 나무가 탐스런 과실을 얻듯이 추위를 이긴 나무가 꽃을 피운다. 지난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다. 미리 겨울 옷을 준비해야 겠다. 질서에 순응하여 옷깃을 올리고 겨울을 맞겠다. 마치 수도자처럼.

개원가는 요즘 겨울이다. 동료 의사들의 마음은 시리다. 찬 바람이 매섭다. 나무는 잎을 다 떨어 뜨리고 앙상한 가지는 찬바람에 울고 있다. 마음속에 희망의 꽃을 피우겠다. 봄을 기다리며….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니라.” 

이주성 <인천 이주성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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