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로 남은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
불씨로 남은 의료사고 피해 구제법
  • 의사신문
  • 승인 2007.11.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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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태 <객원논설위원>

▲ 박현태 원장
의료계를 압박하는 환경과 법안의 입법 시도가 끊임없이 조성되고 있다. 여러 현안중에 근래 민감하게 부각된 것은 7개 시민단체의 압박으로 여당의 한 국회의원에 의해 입법 추진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이 대표적인 예로 도마에 올라 칼질을 기다리고 있다.

의료사고를 입은 환자의 권리구제와 의료인들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여 의료사고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 그 명분이다.

이 법률의 최대쟁점은 의료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시킨 것과 분쟁조정기구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가 바로 소송을 할 수 있는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의료사고의 규명에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는데 그것이 의사들에게 편중되어 있어 환자가 과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가 무과실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피해환자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반면에 의료인들은 인체는 기계처럼 고장난 부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구조도 아닌 특유의 복잡성이 있으며 치료과정에서 조차 잘 알 수 없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어서 때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과실여부를 스스로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조정할 필요성에 근거하여 추진했다는 법의 내용이 오히려 양측의 불만만 키워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법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해 발전해 왔고 이런 취지의 법안들은 정치권과 정부의 주목을 받게 마련이다. 이 법안의 경우 급성장과 동시에 권력화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시민단체들이 20년 동안의 국민염원이 담긴 법안이라고 떠들어대면서 시작된 것으로 이들 단체의 압력에 편승한 의원이 철저한 검증 없이 내놓은 한건주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의사들은 자신의 방어를 위해 불필요한 과잉의 사전검사와 위축된 진료를 하게 되고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하여 환자는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사고의 위험도가 높은 진료과목의 지원도 크게 줄어 의료의 기반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고로 끝나는 재판과 투서건수가 세계 최고 수준급인 우리나라에서 피해환자는 소송만능주의 풍조에 빠져 무조건 소송을 제기하여 사회적 비용은 증가할 것이고 의사들을 괴롭히고 진료에 지대한 지장을 줄 것임은 뻔한 일이다. 이 법안에 대하여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간의 의견조회 결과 형사처벌 특례조항과 필수적 조정전치주의에 우려를 표했으며 복지부는 의사에게 의료사고 입증의 책임을 떠넘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법이어서 분쟁건수의 증가와 더불어 신속한 해결에 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 그 실효성의 담보여부가 예측불가라는 입장이다. 즉 부처간에도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당연한 귀결인지 몰라도 보건복지법안 소위를 통과한 법이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로 다시 회부됐고 국회의 정치적 사안들과 일정상 표결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불씨를 제거하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불이 지펴질 것이란 점이다. `의료사고피해구제'라는 명칭자체가 의사들은 잠재적 범법자이자 가해자이며 환자는 무조건 피해자라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를 `의료분쟁 조정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로 개명해야 하며 무과실 의료사고의 경우는 의사에 대한 보상제도를 만들어서 의사들의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한다.

의사들은 의무기록을 보다 철저히 남기고 있고 환자는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법적권리를 보장받고 있으므로 문제점이 있는 부분은 보완하고 쟁점은 조율해 가면 될 일을 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의도는 무엇인가?

완벽한 치료란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무과실의 입증은 이론적으로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의료행위의 불성실은 입증책임의 전환이라는 수단으로 재단을 해서는 안되며 의과대학 시절부터 의료윤리에 대한 교육의 강화와 의협내에 이를 제제할 수 있는 처벌위주의 독립된 기구의 설치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심이 가는 피고더러 당신이 죄가 없음을 증명해 보이라고 한다면 법률을 다루는 사람이 있을 필요가 없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의료현안에 대한 상설 투쟁조직체를 가동시키는 한편 의료정책연구소의 운영시스템 개편을 통하여 실질적이며 전문적인 위원회를 두어서 의료계를 압박하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실질적인 보건의료정책 연구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갈채를 보낸다.

의사들의 입장을 홍보하고 설득하며 대비하지 않으면 가을이 돌아오듯 틀림없이 이 법안은 다시 등장하여 우리를 곤혹스럽게 할 것이다.

헌법위에 군림하는 국민정서법, 바로 그 떼법이 통하는 우리 사회인 까닭이다.〈객원논설위원〉

박현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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