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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형 표현, 이해 빠르고 치료효과도 높여
긍정형 표현, 이해 빠르고 치료효과도 높여
  • 의사신문
  • 승인 2007.11.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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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의사가 환자진료도 잘한다

“음… 글쎄요. 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만…”

매 번 병원에 가서 느끼는 것이 의사들의 부정적인 말하기다. 의사들은 왜 긍정적인 말도 반복 부정해서 말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냥 기분 좋게 `좋습니다.' 라고 말하기 보다는 `문제는 없습니다.' 식으로 돌려 말하고 `안전합니다.'라는 말 대신 `위험하지 않습니다.' 식으로 `위험'이라는 단어를 거론해서 괜한 거부감이 들게 한다. 의사야 환자에게 강하게 어필해서 주의를 주려 하는 것일지라도 사실 그것은 환자에게 전혀 어필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방문했을 때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시는 의사 분이 “환자분은 현재 간 수치와 혈압에 별 문제가 없으며, 체중도 적당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체중이 늘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체중이 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의사는 결국 어머니와 라포르 형성(서로 마음이 통함)에 실패하고 말았다. 즉 긍정적으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께 부정적인 연상거리를 심어 주었던 것. 체중이 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 어머니께는 현재의 체중이 적정하다는 안심보다는 앞으로의 체중 증가에 대한 위험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만약 그 때 의사가 이렇게 이야기 했으면 어떨까. “환자분은 현재 간 수치와 혈압이 정상이며 체중도 적당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체중 관리 열심히 하시면 건강하실 것입니다.”

긍정적 표현과 다양한 수사법 활용

인간의 뇌는 여러 발표해서 밝혀졌듯이 긍정 형의 정보만 처리한다. 따라서 의사는 의사의 말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환자들에게 말을 할 때 환자의 마음에 부정형의 암시를 심지 않도록 특별히 유념해서 말을 골라야 한다. 그러나 사실 의사들 대다수가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요즘도 안 좋으세요?” “글쎄요.” “별로 나쁘지 않습니다.” 식으로 말한다. 물론 아파서 찾은 환자이기에 또 병원이라는 곳이 본래 아픈 곳을 치료하는 곳이기에 본이 아니게 부정적으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요즘도 안 좋으세요?”라는 말 대신 “요즘은 좀 어떠세요?”가 훨씬 좋다.

혹시 병원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환자, 보호자, 동료, 병원 직원들의 마음에 부정적인 암시를 심어 주는 말은 없었는가? 같은 말이라도 “반 잔 밖에 없네요.” 보다는 “반잔씩이나 남았네요.” 라는 말이 희망적이다. 부정적인 말하기는 환자와의 관계를 넘어서 사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적용된다. 물론 부정적인 말하기라 할지라도 그 말뜻을 환자나 보호자가 제대로 알아듣는다면 그나마 괜찮다. 그러나 인간이란 행위를 먼저 생각하고 나서야 그것을 대체하는 반대 행위를 생각한다는 것을 볼 때 부정적인 말은 되도록 긍정 형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오늘 옷이 참 멋지네요.” 가 “오늘은 옷이 이상하지 않네요.”보다 좋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것이다.

아울러 의사들 대부분이 미리 정해진 설명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설명하는(똑같은 틀을 이용한다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을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설명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은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심지어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사실 사람들은 저마다 설명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의사들 역시도 그렇다.

어떤 의사는 환자에게 설명할 때 긍정 형으로 말하는 습관을 길러 둔 반면 어떤 의사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습관의 덫에 빠져 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매 번 환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반복 설명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 혹은 부정형의 설명 스타일은 각자의 태도에 영향을 끼치며 환자에게까지 전해진다. 실제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얘기하면 환자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에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또 기왕이면 진료 시 환자에게 설명할 때 틀에 박힌 딱딱한 표현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틀에 박힌 식상한 표현 보다는 은유, 직유, 풍유, 모순법 등 다양한 수사법을 적극 활용하여 생생히 설명할 것을 권한다. 구태의연하고 틀에 박힌 표현들은 듣는 환자를 지루하게 할 뿐 아니라 괴리감까지 느끼게 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 의사의 말에 힘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버린다는 것.

그렇다면 구태의연한 표현들을 피하고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생생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표현들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다양한 수사법들을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수사법의 대표 격인 직유법은 표현하려는 사물을 다른 사물에 직접 비교하는 것인데 막연한 사물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준다. “보름달 같은 얼굴” “우유 빛 같은 피부” “강철 같은 근육” “세월은 유수와 같이” “ 꽃같이 예쁜 얼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의사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맞게 환자에게 설명할 때 적절히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은유법은 두 개의 유사한 사물을 비유하는 것인데 이 역시 매우 생생한 설명이 된다. “마음의 거울”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내 마음은 호수” 등이 그것이다. 또 우리가 잘 아는 속담이나 격언 등을 이용해 내용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풍유법도 구태의연한 표현들을 또렷이 해주는데 도움이 된다.

의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 환자는 '천국과 지옥' 오가
부정형 표현은 이해 늦고 청자에게 부정적 암시 심어줘
환자에게 지루하고 괴리감 주는 구태의연한 표현 피해야
직유.은유법.속담 등을 사용하면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어

사실 “지금 당장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라고 열 번 말하는 것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라는 속담 한 마디가 더 설득력이 있으며 환자에게 생생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풍유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바꿀 때 많이 사용하니 환자를 설득할 때 이용하면 유용하다. 개인의 의견에는 반론하기 쉽지만 속담을 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속담과 고사 성어는 이처럼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편리한 기술이다.

한편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식의 모순법(역설 법)도 진부한 표현에는 힘을 실어준다. 서로 모순되는 말을 연결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기에 표현에 박진감을 주며 미묘한 뉘앙스로 환자들 가슴속에 오래 남는 표현이 된다. 아울러 묘사할 때 유용한 방법인 의태법은 사물의 모양과 짓을 그대로 시늉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주로 의태어를 쓴다. “매끈매끈한 살결” “말랑말랑한 손” 등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강조법의 일환으로 과장법과 반복법도 들 수 있다.

과장법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혹은 작게 표현하는 것으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간이 콩알 만해졌다” 가 그것이다. 또 강조 법은 같거나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여 강조하는 법으로, “옛날 옛적에” “깊고 깊은 바다” “멀고 먼 나라” “해도 해도 안 된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적시적소에서 현명히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설명 잘 하는 의사가 될 것이다.

의사들이여, 상투적인 표현은 확실히 지루하다. 환자에게 오래 남는 표현은 신선하고 생생한 표현이다. 환자와의 대화 시 더 이상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표현은 사용하지 말자. 단어의 힘이 곧 표현의 힘이다. 딱 맞는 단어 하나가 가지는 표현의 힘은 엄청나다는 것인데 흡인력 있는 메시지는 바로 힘 있는 단어와 표현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단어 하나가 가지는 힘, 한 줄의 표현이 가지는 힘을 인식하고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자. 원래 그 상황과 사물에 정확히 맞는 단어는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진료 시 대화에서도 마찬가지. 의사들 스스로도 아무런 감흥 없는 그저 그런 표현들을 듣고 나서 그다지 마음에 남지 않았던 것을 경험했으리라. 힘 있는 단어와 표현은 환자의 마음을 진정으로 두드리며 천편일률적이고 상투적인 말은 환자의 마음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환자의 마음의 문을 노크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의사들은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환자들이 의사의 말 한마디, 사소한 단어 하나 차이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것을 기억하며 말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 항시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는 말을 생각하며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 차이에 노력을 기울이자.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학자 한 분은 성 차별적 단어 하나를 잘못 사용해서 그 동안의 공든 업적을 무너뜨렸다고 한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말이 앞으로 펼쳐질 미래 모습이라고 했다. 기왕이면 환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말할 때 환자들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항시 긍정적으로 말하며, 틀에 박힌 표현들은 지금 당장 안녕하자. 분명 우리 병원 환자들의 얼굴이 훨씬 더 밝아질 것이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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