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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포퓰리즘 정책 그 그늘의 현실
화려한 포퓰리즘 정책 그 그늘의 현실
  • 의사신문
  • 승인 2007.11.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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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 남소자 원장
인간의 삶에 있어 건강을 지키는 의학은 빠질 수 없는 생존의 기본이다.

어떤 사람은 어느 정도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입을 것, 먹을 것, 거주 할 곳 즉 의식주의 맨 앞의 옷의 의자 대신 의사의 의자를 넣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만큼 의학은 인간 생활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보증수표인 셈이다. 몸이 없으면 다른 것은 아무런 필요도 없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지켜줘야 할 정부가 이 기본권에 대해 역주행 하는 정책을 만들어내고 통제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의약분업이다, 의료급여제도다 하여 과거에는 전혀 낯설었던 단어들이 이사회에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가진 자를 이유 없이 미워하고 못 가진 자의 증오심을 부추겨 선심복지정책을 줄줄이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선심정책이 각자 마찰을 일으켜 오히려 없는 사람을 고통받게 하고 그 실패한 책임을 의사나 기득권자의 농간으로 화살을 돌려놓았다.

복지분야 예산은 연 20%씩 늘렸는데도 혜택은 별로 없고 저성장, 고실업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기초 생활보호대상자와 사회복지시설 보호대상자, 국가 유공자, 탈북민 등을 위해 정부가 무료로 진료혜택을 받게 한 것을 한 달에 단돈 6000원을 주면서 돈 내고 병원에 가라고 하는 정책 변경이다.

요즘 같은 사회에 6000원의 돈이 얼마나 되는지 굳이 밝힐 필요도 없지만 그 책임 또한 알량하게 공짜라고 하니 병원을 쇼핑하듯 다녀 진료비가 너무 나와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라며 극빈층에 씌우고 있다. 그놈의 헌법에 주거이전의 자유가 엄연히 보장돼 있는데 세금 낼 돈이 없으면 강북에 살라고 하지 않나, 의료복지를 염불 외듯 하면서도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는 식의 급여제도는 그 정책의 그늘에서 진료하는 의사만 못된 놈으로 만들고 있다.

6000원을 다 쓰고 나면 아파도 병원가지 말고, 의사는 한번 오는데 1000원을 내지 않는다고 진료거부를 하라니 소도 웃을 조치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마다 환상적인 무지개만 보여주고 재정은 뒤에 생각하는 인기영합정책이 되기 일쑤이고 급하면 정책은 좋은데 국민이 협조 안하고 이기주의집단인 의료단체가 밥그릇 작아졌다고 뒤집어 씌우기만 한다.

개혁 나팔을 시끄럽게 불어대 부작용이 있으면 남 탓, 아침에 세워놓은 정책을 저녁에 또 개혁한다는 조령모개식 조치는 그 그늘에서 우는 국민에게만 고통을 줄 뿐이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애초에 떡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한번 받아먹은 떡으로 평생 배고프지 않으리라는 발상도 잘못된 것이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떡을 안주겠다는 조치는 시람들을 더욱 배고프게 한다. 물론 여태까지 무료진료를 받은 100만명이 넘는 의료 급여 환자 중에는 한 달에 수 십, 수 백 번 병원을 들락거리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면 온 몸이 쑤시고 관절이 시큰거려 움직이기 힘든 사람이 병원에 가서 붙이는 소염 진통제 파스를 필요 이상으로 무료로 지급 받아 쌓아 두고 심심하면 붙이는 통증예비불안 환자도 많다. 하지만 100만명이 넘는 무료 진료환자 모두가 이런 환자이고 이 때문에 연간 진료비가 4조원으로 폭증했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 아니면 즉흥적 탁상행정의 본보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 달에 6번 처방전을 받으면 2∼3회밖에 못 가는 돈으로 병원출입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없는 사람은 아파도 정부에 물어보고 아파하라는 말이나 같다.

언제까지 이런 숨바꼭질식 정책만 낼 것인가. 아픈 자를 보고도 진료를 할 수 없는 의사만 나쁜 사람이 되란 말인가. 아니면 그런 환자가 오면 그깟 1000원 안 받으면 어때? 그냥 진료해 주라며 의사라는 인간의 측은지심을 강요하는 것인가?

남소자〈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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