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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W124
벤츠W124
  • 의사신문
  • 승인 2007.11.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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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내구성을 가진 엔진

W124는 차체의 코드를 말한다. BMW의 형식이 연식에 따라 E36, E46처럼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튼 중형의 럭셔리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W124는 그다지 큰 차가 아니었다. 요즘의 소나타나 토스카가 더 커 보인다. W124의 라이선스를 받은 쌍용에서는 W124의 바디를 E class가 아니라 S클래스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차체가 조금 커 보인다. 벤츠의 이미지를 받은 차는 체어맨 말고도 쌍용의 무쏘가 있었다.

1990년대에 만들어진 차들이기는 했지만 엔진은 1980년대부터 있던 것들이었다. 이들은 벤츠의 주력으로 1990년대의 벤츠에도 계속 쓰이던 것들이라 체어맨의 발매 당시에는 신형 엔진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M102, M111, OM602이라는 엔진코드를 갖는 주력 엔진이 2.3L, 2.8L, 3.2L의 가솔린 엔진과 무쏘의 디젤엔진에 사용됐다. 엔진들의 평판은 대단히 좋았다. 이들은 E class의 주력 엔진이기도 했다. 5기통 디젤인 OM602는 승용차에도 탑재되던 엔진이었다. 내구성도 무척 좋았다.

정상적으로 달리고 관리만 잘되면(관리가 잘된다는 말이 쉬운 것은 아니다) 수십만 킬로를 달려도 문제가 없었다. 나중에 쌍용에서는 원래의 엔진에 기반한 M161과 M162라는 자체적 엔진을 만들어냈다. OM602도 국산화됐다. 설계는 원래의 오리지널 설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국내 판매가가 고가이긴 했지만 처음에는 벤츠의 엔진을 얹고 다녔으니 약간의 프리미엄은 인정해야 했다. 다만 이 엔진들이 예상보다 그다지 높은 스포츠성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원래 E class의 일반적인 최고속도는 200Km 전후였다. 실용적인 레인지에서 안전하며 튼튼하고 탑승객의 편의를 우선으로 하고 유지비는 경제적인 모델들이 E 클래스의 목적이었다. 아무리 프리미엄, 럭셔리 같은 형용사가 붙어도 극한적인 스포츠성향을 낸다던가 기이한 그 무엇은 없었다.(포르세의 자문을 받은 E500은 예외에 속한다) 무난한 성능과 무난한 크기, 편안함을 추구했지만 결코 둔한 차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탁월한 차종으로 수많은 변종을(2000cc부터 5000cc까지의 배기량에 살롱과 왜건형이 있고 디젤 모델도 많다) 만들면서 200만대가 넘게 만들어지며 10년 동안 벤츠를 먹여 살렸다.

W124의 구형 엔진들을 분해해보면 오버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한다. 필요한 내구성보다 더 튼튼하게 되어있다. 이것은 정설이다. 너무 튼튼하면 가격이 급상승한다. 돈에 덜 민감했던 시절에는 그래도 문제가 없었다. 예를 들어 일부 엔진의 캠축은 속이 비어있는 파이프처럼 중공구조로 가공되어 있고 밸브들도 세라믹 코팅이 되어있다고 한다. 헤드가스킷도 웬만해서는 부식이 잘 일어나지 않는 재질이다. 실린더의 가공도 아주 훌륭하다. 타이밍 벨트도 체인이라 교체의 필요성은 텐셔너 정도만 바꿔주면 된다. 이들은 잘만 관리되면 엔진 트러블이 없어서 차의 수명보다 길다. 그러나 차에는 수많은 소모품이 있고 이들을 잘 교체해주지 않으면 차는 달리지 못하게 된다.

결국은 부품 값과 공임이 비싸져서 경제적인 논리 때문에 차들의 주인이 바뀌거나 버려지게 된다. 엔진과 변속기 같은 결정적인 고장 말고도 많은 잔 고장들이 시간이 지난 차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오래 타면 누구나 다 질리게 되어있다. 짧은 인생인데 다른 좋은 차들도 타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1억원이 넘던 차종도 수백만원에, 수천만원대의 차도 비슷한 가격에, 그리고 국산차중에도 인기가 있던 모델은 10년이 넘어도 수 백만원에 거래된다. 다들 비슷해지고 만다. 그리고 부품의 가격과 수급은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메이커측은 프리미엄 차종의 수리비를 낮게 책정할 이유가 없다. 부품 값도 내릴 이유가 없다. 그래서 차를 아끼는 사람이라도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점차 포기하게 된다. 점차 고장이 늘어나고 그때는 마니아들이나 타고 다니게 되고 만다. 하지만 인터넷의 시대에 애프터마켓이 커지면서 차들의 수명은 다시 길어지고 있다.

W124는 벤츠에서 가장 중요한 차종이었고 모든 차들의 벤치마크 대상이었다. 필자 역시 나중에 나온 마스터피스 버전 중 상태가 좋은 차량이 있다면 기꺼이 살려보고 싶은, 또 그럴 가치가 있는 차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지나가는 생각이지만 영화를 보다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주행하는 오래된 차종들을 보면 차의 내구성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달리는 푸조 404, 504나 벤츠의 W123(W124 한 세대 전의 모델), W124 그리고 오래된 랜드로버나 도요타의 트럭들을 보면서 30년이나 40년 이상 달리는 차들의 내구성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곳에서는 결정적인 내구성을 긴 시간에 걸쳐 테스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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