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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가 정책'은 시장원리 무시한 포퓨리즘
'신약가 정책'은 시장원리 무시한 포퓨리즘
  • 의사신문
  • 승인 2007.11.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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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은 약효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할 때 10년 넘게 각종 임상시험을 해야 하고, 생산할 때는 GMP제조기준을 엄격히 지켜야 하며, 시판 후에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함량은 제대로 갖추었는지 수거시험 등 사후관리를 받고, 당국으로부터 보험 약가를 통제 받고, 대중광고도 사전심의를 받는 등 규제의 연속이다.

계속되는 규제로 연구개발 의욕 꺽어

약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공공재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공산품에 비해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생명공학(BT)을 포함한 제약산업은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할 정도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국민부담, 건강증진과 산업육성 간의 균형 있는 규제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보험의약품 선별 등재를 골자로 한 신약가정책 이후 나타난 현상들을 보면 매우 염려스럽다.

신약가정책이 얼마나 가혹한가는 시행 전후 신약, 개량신약의 보험등재 건수를 보면 알 수 있다. 2005년 34개 품목, 2006년 54개 품목이 각각 등재됐지만 2007년에는 단 한 건도 등재되지 않았다.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는 약이 생겨나면, 제약기업들은 연구개발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환자는 개선된 약으로 치료할 기회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약제비가 줄어들까? 작년 상반기 4조734억원에서 금년 상반기에는 4조6180억원으로 약제비는 오히려 늘었다.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사용량의 급증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 악화 대책을 찾지 못하고 만만한 약가 인하에만 매달리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재정 여건은 2001년의 재정파탄 수준으로, 약제비 통제 정도로는 재정 건전성을 회생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값싸고 효과 좋은 약을 공급한다'는 신약가정책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유의 궤변과 유사하며, R&D 필요성과 시장원리를 무시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개량신약 푸대접...'신약강국의 꿈'좌절

연구개발 성과인 개량신약을 푸대접하는 동안 오리지널 의약품은 시장을 계속 독점하게 되고, 약제비 지출은 더 늘어나게 된다.

개량신약에 대해 적정한 가격을 받지 못한 국내 제약기업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고사하면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수입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국민 부담은 장기적으로 더욱더 커진다. 이는 개량신약을 징검다리 삼아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려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전략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

정부의 선심성 구호를 앞세운 신약가 정책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동안 실거래가 사후관리로 네 차례, 약가 재평가로 한 차례 약값을 인하했다. 거기에 더한 신약가 정책은 기업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신약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불합리한 약가 규제를 풀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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