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리스트제 무엇이 문제인가
포지티브리스트제 무엇이 문제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06.10.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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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구일<경기 파주 연세미래이비인후과>

▲ 임구일 원장
현재 입법 예고된 포지티브리스트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월 26일 정부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앞으로는 모든 의약품의 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정부가 선별해서 결정하는 의약품 선별등재방식인 소위 포지티브 리스트시스템을 시행하겠다'고 입법 예고를 하였다.

사실 지금도 정부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 의약품의 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수시로 결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아예 모든 약제들을 등재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전적으로 개입해서 보험 급여를 해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참으로 어마어마한 권한을 휘두르는 기구를 법제화 한다는 방침이다.

'성분명 처방으로 가는 디딤돌' 의혹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포지티브제의 핵심은 보험급여의 등재여부에 있지 않다. 오히려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약가를 결정하는 `약가계약제'가 핵심으로 보인다. 의약분업을 이끌었던 측은 약가역시 `가격규제'를 효과적인 방법으로 생각하는 듯싶다. 결국엔 의약품리스트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보공단이 선택적으로 보험급여 여부를 적용하여 가격을 규제하는 정부의 시장통제 기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자면 시장의 실패가 보여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들고 나온 것이 OECD 자료다. 우리가 흔히 `약제비'로 인용하고 있는 OECD의 통계는 바로 `약품/기타의료소모품(HC.5.1.)' 항목이다. `약품/기타의료소모품'은 다시 처방의약품(HC.5.1.1 Prescribed medicines), 비처방의약품(HC.5.1.2 Over-the-counter medicines), 기타의료소모품(HC.5.1.3 Other medical non-durables)으로 나누어진다.

이는 `약품비'를 주축으로 하지만 `기타의료소모품'도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OECD Health Data에 나타나는 각국의 `약품/기타의료소모품' 통계가 모두 이러한 기준에 부합한 것은 아니다. 1997년 이후의 약품/기타의료소모품 규모가 수록되어 있는 OECD 회원국 27개 국가 중에서 하위 항목인 처방의약품을 비롯하여 비처방의약품, 기타의료소모품이 모두 기재되어 있고 그 합이 `약품/기타의료소모품' 항목과 일치하는 국가는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7개국 뿐이었다(OECD, 2003a).

네덜란드처럼 처방약에 대한 지출만을 보고하고 있는 나라도 있는 등 나라마다 자료제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충실히 보고한 우리 나라는 상대적으로 과다하게 상계된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일인당 약제비를 비교해 보면 처방의약품과 OTC가 구분된 12개 국가의 의약품 비는 330달러인데 반해 우리 나라는 176달러에 불과하다.

즉 정부의 시장개입의 근거가 되는 OECD의 자료는 그 자체가 시장실패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작동하는 시장에 개입하고자 하는 현 정부의 이유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누구를 위한 약기통제인지 의심스러워

이는 품목수를 줄이고 공단이 급여여부를 결정해 성분명 처방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목표가 보험급여 절감이 됐든, 정부통제이건 간에 정책결정의 기초가 되는 자료의 오류와 왜곡으로 인해 목표하고자 하는 약제비 정책달성은 정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의 오류가 있을 때 규칙을 수정하는 최소한의 역할이 필요할 뿐이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시장의 오류도 아닌, 단지 시장에 개입해야 겠다는 독점적 욕심에 의해 자료를 가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약가 통제를 직접 하려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임구일<경기 파주 연세미래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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