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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법제화의 문제점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법제화의 문제점
  • 의사신문
  • 승인 2007.10.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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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

▲ 김경수 원장
지난 8월29일에 국회의 보건복지부 법안심사소위원회는 60여개 조에 이르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을 보건복지부 차관의 문제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두세 시간만에 졸속으로 심의하여 가결시켰다.

그것도 모든 법안소위 위원이 참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모든 쟁점에서 단 하나 고민의 여지도 없이 100% 시민단체 안으로 통과시키고 말았다.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이 되었지만 사력을 다해 홍보한 의협과 병협의 노력 덕택으로 다행히 법안소위로 다시 회부되어져 재심의키로 되어졌다. 추후 다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했으므로 의료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되었지만 이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계속해서 저지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법안에는 다수의 의료계 독소적인 조항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독소적이고 중요한 `의료 사고의 입증 책임을 환자가 아닌 보건의료인이 해야 하도록 한 입증 책임전환의 문제점'에 대해서 논해 보고자 한다.

과실.장비 이상없음. 설명 의무 등 입증 부담 너무 커져
불가항력적인 사고의 입증,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
소송 남발로 의사들으 진료.전공기피.방어진료만 초래
수술.처치 기회 상실...환자-의사 신뢰 붕괴로 이어져

이 내용은 의료인에게는 아주 심각한 폐해를 가져오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서처럼 의료인에게 입증책임이 지워지게 된다면 모든 의료 사고의 경우에 피해자(환자)가 아닌 의료인이 치료 후 사고 발생까지의 모든 과정에 있어서 의료인이 주의 의무를 태만하지 않았는지를 밝히고 과실이 없다는 것, 의료 사고와 의료인의 행위와의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료인이 스스로 입증해야 된다. 즉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했다면 의사는 수술이 잘못되지 않았고 시설, 장비에 이상이 없었으며 주의, 설명의 의무를 다했다'라는 등의 방법으로 전반적인 입증 의무를 다해야 되기 때문에 의료인에게 부여되는 부담은 엄청나게 커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에도 의료사고시 법원에서는 의사들에게 입증책임을 지우고 있지만 그러한 현상과 입증 책임의 법제화와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근본적으로 크게 다른 것이다. 첫 번째로 현재의 법률에는 앞에서처럼 의료인이 모든 쟁점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상식적으로 의료상의 과실을 지적하고 의사는 지적한 부분만 증명하면 된다는 점에서 현행법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현재 법에는 의료 사고 책임의 입증을 의료인이 지도록 법제화가 되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법관의 판단에 의해 경우에 따라서 의사에게 입증 책임을 묻고 있다. 의료 사고의 경우에 사건이 복잡·다양하고 의사가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의료 사고 중에는 어떤 경우에는 입증책임을 환자가 지는 것이 옳을 수도 있어 의사의 중과실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획일적으로 의사에게만 그 입증 책임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내용이 법으로 정해진다면 모든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비롯한 의료사고에서 의사들은 그 무과실 입증을 반드시 해야만 되고 의사들은 최선의 치료를 하고서도 의료사고가 날 시에도 그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지만 불가항력적인 사고인 경우에 의사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것이 큰 문제인 것이다.

의료인에의 입증책임 전환의 법적인 문제점들을 들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민법의 무과실 추정 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점이다. 현재 다른 일반법을 보더라도 입증책임은 피해 당사자들이 지게 되어 있다. 즉 일반적인 입증 책임의 원칙은 피해자 입증책임주의에 따라 피해자가 피해의 발생 원인과 인과 관계, 과실을 증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입증책임은 법률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조의 요건 사실 입증 책임을 지며 특별히 예외적인 사유를 제외하고는 입증 책임을 법에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환경소송의 경우에도 이를 법규정으로 만들지는 않고 있다.

법률상 입증 책임이 전환된 경우는 자동차배상보험법이 거의 유일하고 다른 법에는 보이지 않는다. 의료인에의 입증책임 전환은 과실 책임이 명확해지기 전에 과실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한다는 면에서 민법의 `무과실 추정 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법상의 `공평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는 점이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과실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 했을 때 그 책임은 의사가 모두 져야 한다. 즉 현대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자연사 등과 같은 악 결과만 발생해도 환자측은 오로지 문제만 제기하여 가만히 있으면 되고 의료인만 결과에 따라 모든 과정에 대해 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밝혀야만 하기 때문에 이 법안의 내용은 절대적으로 환자에게만 유리하고 절대적으로 의사에게는 불리한 아주 불공평한 전근대적인 것으로서 사법상 `공평의 원칙'을 크게 손상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내용인 것이다.

의사의 입증 책임 전환이 의사와 의료계 및 환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의사들과 의료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의료사고의 소송에서 의사들이 패소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의료소송의 경우 과실 책임 여부를 의사에게 묻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이런 재판의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의사의 입증 책임 전환은 의료인이 과실을 저질렀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재판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의사의 경우 패소의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환자측에 의해서 남발되는 소송에 의해 의사들의 진료가 극심하게 위축이 되고 말 것이다. 그로 인해 의사들은 중증 환자 치료나 고난이도 수술 및 치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고 방어 진료를 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의료사고 다빈도 전공과목인 외과 계열이나 산부인과 계열에 전공의들이 지원 을 기피하게 됨으로 인해 국가의 의료 체계마저 흔들릴 수가 있을 것이다.

환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들어보자면 상기한 의사들의 방어진료 진료기피로 인해 필요 없는 검사까지 받아야 되어 환자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악 결과가 생길 위험이 큰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치료해주려는 병원이 없어 자신을 치료해줄 병원을 찾아 의료기관을 전전해야 할 상황도 생길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외과 계열 등에서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부족한 관계로 수술이나 처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듬으로 인해 수술 등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을 대기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큰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로 인해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 관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의사의 입증 책임 전환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환자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법으로도 의료사고 시 환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시에 의사측보다 크게 불리한 면이 없다고 본다. 즉 의료분쟁 판례의 실제를 보더라도 일반적 입증책임 원칙을 따른다고 해서 오로지 환자에게 모든 입증책임을 완벽히 입증하라는 태도가 아니라 인과관계의 추정 정도로만 의료인의 과실과 악 결과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여 합리적으로 입증책임을 의사와 환자에게 분배하고 있다.

또한 현재에도 현재의 의료법에 의해 환자측은 환자 자신의 진료기록 일체를 의료인에게 모두 요구할 수 있고 의료인은 이를 내어주게 되어 있고 소송절차에 따른 변호사의 조력에 의해 기록감정 등을 통해 충분히 환자 자신에 대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수 있어 결코 환자측이 의료에 대한 정보에 한계를 가질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거기에다가 법에 규정하지 않아도 현재 대다수의 의료 사고 판결에서 법관들은 의료인에게 입증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측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위한 이러한 불공평한 법안을 국회가 나서서 제정하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의료사고의 경우에 사건이 복잡·다양하고 의사가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의료 사고 중에는 어떤 것은 입증책임을 환자가 지는 것이 옳을 수도 있고 의사가 지는 게 타당한 경우도 있을 텐데 획일적으로 의사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을 법제화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보며 지금처럼 법원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다. 즉 입증책임을 법에 명시할 것이 아니라 의료분쟁 사안이 여러 유형을 띄고 있는 만큼 법관이 이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반적 입증책임 원칙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대한의사협회는 모든 역량을 발휘하여 의사들에게 엄청난 폐해를 가져다 줄 이번의 `의료피해구제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반드시 저지해주기를 바란다. 

김경수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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